서울시수의사회 설문조사 갈등 `공개 여론전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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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 이사회, 감사 설문조사 보고서에 대한 공개질의서 게재

서울시수의사회(이하 서수) 설문조사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월 23일 오전 11경, 서울시 수의사회 회원 479명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는 '서울시 수의사회 회원을 대상으로 서울시 수의사회 현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 중' 이라는 내용과 함께 회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질문은 1. 회원님께서는 그동안 서울시 수의사회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내년 1월에 서울시 수의사회장 선거가 있을 예정입니다. 투표 하실 생각이십니까?  3. 앞으로 서울시 수의사회가 더욱 신경 써서 해결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등 3가지 였다.

설문조사가 진행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수 박철 대변인이 대한수의사회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서울시 수의사회를 사칭하는 설문조사가 서울시 수의사 회원에게 걸려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며 "서울시 수의사회는 이 설문조사를 의뢰한 적이 없다. 누가 무슨 의도로 이런 일을 계획했고 실행했는지 파악하여 회원들에게 보고드리겠다" 고 밝혀 서수 회원들 사이에서 큰 논란이됐다.

당시 해당 설문조사를 두고, 익명의 수의사회원이 선거와 관련한 목적으로 서수를 사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9월 5일 박천식 서울시 수의사회 감사가 자신이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며, 설문조가 결과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상황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설문조사→서수 집행부 사칭의혹박천식 감사, 설문조사 보고서 공개이사회 공개질의

비공식적 의사소통 없이 공개 여론전 양상

서울시 수의사회는 해당 설문조사가 진행된 뒤, 이를 회원 개인정보 침해사건으로 판단하고, 9월 5일 이사회를 소집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사회 당일, 박천식 서수 감사가 “서울시수의사회 감사규정에 따라 RDD리서치에 의뢰하여 서울시수의사회원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내용의 설문조사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설문조사를 누가 진행했는지 밝혀졌다.

박 감사는 서수 사무국에 보고서를 송부하는 한편 대수홈페이지 게시판에도 같은 내용을 게재했다. 보고서에는 설문조사 양식과 결과통계,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여부에 대한 변호사 법률의견서가 첨부됐다.

130911서수설문조사
대수 홈페이지 실명게시판에 게재된 박천식 감사의 설문조사보고서(위)와 이에 대한 안상진 윤리이사의 공개질의서(아래)

5일 저녁, 설문조사 당사자가 누군지 밝혀진 상황에서 서수 이사회가 개최됐다. 서수 이사회는 먼저 설문조사와 관련한 절차 및 개인정보 등 제반 사실관계를 서수 윤리이사를 통해 확인할 것을 의결했다. 이에 안상진 서수 윤리이사가 대수홈페이지 게시판에 ‘공개질의서’를 게재했다.

안상진 윤리이사는 "이사회에서 먼저 설문조사의 실시 및 보고서의 작성경위 등에 대하여 윤리위원회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로 의결했다(찬 24, 반 1)" 며 5가지 사항에 대해 박천식 감사에게 공개질의를 했다.

질의 내용은

1. 설문조사와 관련하여, 혹은 사후에라도 상임이사회, 이사회 등을 통한 논의가 있으셨습니까?  

2. 우리회는 총회를 통해 3인의 감사를 선출합니다. 박천식 감사님께서는 설문조사라는 감사업무에 대해 다른 두 분의 감사님과 협의가 있으셨습니까?  

3. 금번 설문조사를 실시하기 위한 우리회 회원의 개인정보는 언제, 어떠한 방법(또는 경로)를 통해 입수하셨는지요?  

4. 전문리서치 회사에 설문조사를 의뢰할 경우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에 따른 비용은 개인으로서 부담하신 것입니까? 아니면 감사로서 부담하신 것입니까?  

5. 설문조사와 관련하여 발생된 비용을 우리회 감사업무의 차원에서 자부담하셨을 경우, 향후 해당비용을 청구하실 의향이 있으신지요?  등 5가지였다.

서수 이사회, '조사 사전협의 없었고 회원정보 입수경로 불분명해'

박천식 감사, '감사는 독립기관이므로 사전협의 불요, 회원정보 소유는 임원으로서 당연'

5일 열린 서수 이사회에서는 “설문조사가 박천식 감사의 독단에 의해 협의없이 이뤄진 것은 문제”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고 전해졌다.

서수 감사규정 상 감사계획을 사전에 이사회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감사규정 제6조) 이사회에 통보하지 않은 것은 물론, 다른 2명의 감사와도 의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 집행부는 설문조사를 위해 회원정보를 제공한 적이 없는데 박천식 감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명부를 무단으로 활용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에 대해 박 감사는 “이사회에 사전 통보해야 하는 것은 타 감사인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정기감사에만 해당되는 것”이라며 “본 여론조사는 우리회 업무 만족도를 평가하고 이에 대한 제안 및 건의를 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므로 사전통보 조항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개인정보 입수경로에 대해서는 “(본인이) 2011년 2월까지 서수 총무였고 이어서 감사로 재직했기 때문에 회원정보자료를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회원의 개인정보를 유출했거나 팔았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그게 아니지 않나”고 반문했다.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 뿐이지 개인정보를 공식적인 목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설문조사 당시 서수 감사임을 밝혔다면 사칭 의혹을 받지 않았을 수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나 또한 고민했던 문제이지만 조사의 주체를 밝히면 조사대상자가 의도를 곡해하여 결과의 공정성이 저해된다는 리서치기관의 자문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내년 초 서울시수의사회 회장선거 앞두고 설문조사.. '미묘한 시기'

박 감사, 공개질의서에 대해 조만간 답변 예정

이번 건이 문제로 비화된 것은 설문조사가 수의계에 전례가 없었던 일이고, 집행부와 감사 사이에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설문조사 ‘시기’에 있다. 서수회장 선거가 몇 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모 서수회원은 “박천식 감사와 같은 학교 출신인 모 원장이 내년 서수회장 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이 공공연하게 퍼져있다”면서 “(박천식 감사가) 감사활동이라면서 실제로는 선거를 위한 조사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천식 감사는 “선거 관련 시기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질문을 보면 어느 진영을 편들거나 하는 내용은 없지 않느냐”면서 “결과를 비공개로 혼자 가진 것도 아니고 모든 수의사회원께 공개했다”면서 선거와 관련된 조사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박천식 감사는 "감사로서 수의사회 발전을 위해 회원들이 수의사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일을 해주길 원하는 지 정확히 알고자 설문조사를 의뢰한 것"이라며 “공개질의에 대한 답변은 이미 준비했고 근 시일 내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수의사회 설문조사 갈등 `공개 여론전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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