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동물 임상수의사, 비중 하락·노령화 뚜렷
농장동물 임상 기피, 수치로 드러나..실습교육 지원·처방제 정착 등 요구돼
‘수의사들이 점점 농장동물 임상을 기피하고 반려동물 임상만 선호한다’
수의계 내부에서 회자되는 시각이 실제로도 그럴까. 대한수의사회가 지난해 접수한 신상신고 결과에서 현장을 엿볼 수 있다.
농장동물 임상, 세대 거듭할수록 비중 ‘반토막’..절반 넘게 50대 이상
대한수의사회에 접수된 신상신고 중 26세부터 70세까지 회원의 종사 분야를 분석한 결과 농장동물 임상의 비중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농장동물과 반려동물 진료를 병행하는 ‘혼합동물’ 직역과 ‘기타’ 축종을 제외하고 반려동물 임상과 농장동물 임상을 일대일로 비교한 결과다.
위 그래프에서 보이듯 40대 이상에서 농장동물 임상수의사의 숫자는 대체로 연령별 20~30명 수준을 유지한다. 반면 반려동물 임상수의사는 60세 이하로 내려갈수록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1990년대 이후로 시작된 반려동물 붐을 반영했다.
그러다 보니 전체 임상수의사들 중 농장동물 임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하락을 면치 못했다.
2019년 기준으로 60대 임상수의사 중 농장동물 임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이른다. 하지만 50대(21%), 40대(9%), 30대(4.5%)에 걸쳐 반토막을 거듭하는 양상이다.
특히 40대 미만의 젊은 수의사들 중에 신고된 농장동물 임상수의사는 연령별로 약 8명에 불과했다. 같은 연령대의 반려동물 임상수의사가 연령별 평균 175명인 것에 비하면 아주 작은 수치다.
이 같은 양상 속에 농장동물 임상수의사의 노령화 문제도 심각하다. 70세 이하 농장동물 임상수의사 699명 중 절반이 넘는 397명이 50대 이상이다.
‘수의사들이 점점 농장동물 임상을 기피하고 반려동물 임상만 선호한다’는 시각은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한 셈이다.
수의대생 4명중 3명이 반려동물 키워봤지만..축산업 경험은 14%에 그쳐
농장동물 임상수의사 확보는 가축질병 관리, 축산업 생산성 향상의 필수조건이다.
아직까지 현업 농장동물 수의사가 부족하지는 않다는 것이 수의사회 판단이지만, 젊은 수의사의 진출이 늘어나지 못하면 미래는 불투명하다.
여기에는 수의대에 입학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축산업에 친숙하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다. 자라면서 가축을 접해본 일도 없고, 수의대에서도 충분한 실습경험을 갖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진로 후보군에서 농장동물 임상이 아예 제외되는 것이다.
전국수의학도협의회와 데일리벳이 지난해 실시한 ‘2019 수의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386명 중 가족이나 친지가 소, 돼지, 가금 등 농장동물을 사육하고 있거나 과거에 사육한 경험이 있는 학생은 191명(13.8%)에 그쳤다.
반려동물 양육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1,030명(74.3%)으로 과반을 훌쩍 넘긴 것과 대비된다.
그럼에도 농장동물 임상수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정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농식품부가 2017년부터 ‘수의과대학생 산업동물교육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전국 수의대생들에게 충분한 실습교육을 제공하기엔 부족하다.
아직도 농장에 자가진료가 만연한 데다 사실상 수의사 처방 없이도 의약품을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환경도 농장동물 임상 진출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일선의 한 농장동물 임상수의사는 “축협이나 도매상 동물병원에서 처방전이나 쓰는 형태로 젊은 수의사들이 진입해서는 의미가 없다”며 “수의사처방제 전자처방전 의무화를 계기로 농장동물 진료형태를 바로 세워야 후배들이 제대로 일할 환경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