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료체계에 대한 이해 없는 수의사법 개정 촉구 유감˝

대한수의사회, 금융소비자네트워크 성명서에 유감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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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사회가 16일 ‘동물의료체계에 대한 이해 없는 무조건적 수의사법 개정안 통과촉구에 유감을 표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12일 금융소비자네트워크 등이 “반려동물 진료비 사전고지 및 공시제 도입하고 진료항목을 표준화하라”며 발표한 성명에 대한 유감을 표시한 것이다.

당시 금융소비자네트워크 등은 “(동물병원) 진료비 고지가 이루어지고 고지한 진료대로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소비자들의) 진료비 부담을 적게 느끼고 과다청구로 인한 불만도 경감할 수 있다”며 ‘진료항목 표준화 및 진료비 공시(고지) 수의사법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한수의사회는 “진료비 부담에 대한 모든 책임을 동물병원에만 전가하는 것은 어떤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며 “동물의 건강과 복지 증진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는 수의사 회원들을 대표하여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사람의료와 다른 동물의료체계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수의사회는 “자신의 아픔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동물의 특성상 동물의료는 사람의료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 검사를 필요로 하고, 초반에는 정확히 상태를 알기 어려워 진료가 진행되면서 질병의 경중에 따라 진료비가 결정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며 이런 동물의 특성이 반영되어 처음 안내보다 진료비가 증가하는 경우를 과다청구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람의료는 사회적 공공재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보호자 입장에서 동물병원 진료비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특히, 실제 우리나라 동물병원 진료비는 소득 수준이 낮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라는 게 대한수의사회 측 설명이다.

대한수의사회는 “일부 소비자단체에서는 이러한 우리의 모든 노력을 외면하고, 동물병원을 믿을 수 없는 곳으로 매도하여 동물보호자와의 신뢰 관계를 손상하고 나아가 동물의 건강마저 위협하고 있다”며 연대성명서에 참여한 소비자단체들에게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또한, 동물의료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촉구했다.

아래는 대한수의사회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 동물의료체계에 대한 이해 없는 무조건적 수의사법 개정안 통과촉구에 유감을 표한다!

최근 일부 소비자단체에서는 반려동물 진료비 사전고지 및 공시제 도입, 진료항목의 표준화를 위해 수의사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며 동물병원과 수의사들의 신뢰도를 문제 삼고 있다.(“1,000만 반려동물 양육인 시대, 반려동물 진료비 사전고지 및 공시제 도입하고 진료항목을 표준화하라!”, 금융소비자네트워크 등, ’20.3.12) 이들 단체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가족으로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소비”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엄연히 살아있는 생명체인 반려동물을 “공산품”과 다를 바 없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동물의 건강과 복지 증진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는 수의사 회원들을 대표하여 유감을 표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며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동물병원 진료비가 동물보호자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사람의료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모르는 척하고 진료비 부담에 대한 모든 책임을 동물병원에만 전가하는 것은 어떤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자신의 아픔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동물의 특성상 동물의료는 사람의료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 검사를 필요로 한다. 초반에는 정확히 상태를 알기 어려워 진료가 진행되면서 질병의 경중에 따라 진료비가 결정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처음 안내보다 진료비가 증가하는 경우를 과다청구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이러한 청구를 제한한다면 수의사는 동물에게 있어서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는데 제한을 받게 되고 이는 결국 반려동물의 피해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동물병원 진료비는 “선진 외국”은 고사하고 우리나라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하여도 높지 않다. 이는 오랫동안 동물복지 증진을 위해 힘써온 동물보호단체에서도 인정하는 사실로, 동물보호자의 진료비 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과 공공 영역의 지원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공공재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람의료와 달리 동물의료에는 그 어떠한 지원도 없다. 심지어 우리 “가족”인 반려동물의 건강을 지키는 “수의업”은 “서비스업”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수의사와 동물보호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물의료행위에는 부가가치세까지 부과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우리회는 동물의료의 체계적 발전과 동물보호자의 신뢰 제고를 위해 수년 전부터 진료항목 표준화를 정부에 선제적으로 요구해왔으나, 그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인지 진척이 없는 와중에 현장의 혼란은 오롯이 동물병원의 책임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동물병원과 수의사들은 국가의 합당한 지원 없이도 동물의 건강과 공중보건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비에도 못 미치는 수수료만으로 인수공통감염병의 예방을 위해 해마다 광견병 백신접종에 협조하고 있으며, 국가의 책무를 대신하여 동물등록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유기동물보호소의 동물들에게 최소한의 의료혜택이라도 제공하려는 수의사들의 동물의료봉사활동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모두 수의사가 동물을 우리와 함께 하는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단체에서는 이러한 우리의 모든 노력을 외면하고, 동물병원을 믿을 수 없는 곳으로 매도하여 동물보호자와의 신뢰 관계를 손상하고 나아가 동물의 건강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른바 반려동물 가족 1,000만 시대를 맞아 진료비를 비롯한 동물의료는 동물보호자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 좋은 주제이다. 하지만 권위 있는 소비자단체들이 모여서 동물의료체계의 건전한 발전과 반려동물 문화의 증진을 위한 심도 있는 제언을 하기보다는 자극적 표현으로 점철된 연대성명서나 발표하는 행태는 심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성명서는 동물병원과 수의사들뿐만 아니라 “절음발이”와 같은 사려 깊지 못한 표현으로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음을 유념하고 앞으로는 표현에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한다.

우리회는 연대성명서에 참여한 소비자단체들에게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하며, 지금이라도 각 단체들은 동물의료체계와 관련하여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 고민해보고, 동물보호자와 반려동물들을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

2020년 3월 16일 대한수의사회

˝동물의료체계에 대한 이해 없는 수의사법 개정 촉구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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