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수의사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확대,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 한국동물병원협회
수의사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성분 확대 논의 시점이 다시 다가왔다.
수의사 처방제는 2013년 8월 2일 ‘동물용 의약품의 오·남용에 따른 내성균 출현과 동물·축산물에 약품의 잔류 등을 예방하여 국민 보건을 향상하기 위해’ 도입됐다. 제도 도입 당시 전체 동물용의약품의 15% 수준에 해당하는 97개 성분 1,100여 품목이 처방대상으로 지정됐으며,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 세워졌다.
그리고 원래 협의된 계획에 따라 2017년 수의사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성분이 확대됐다.
당시 정부는 동물용 항생제, 반려동물용 백신,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수의사 처방대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3월 행정 예고된 초안에 개, 고양이용 생독백신 제제를 모두 처방대상으로 포함시켰다. 그런데, 고시 개정 하루 전날인 5월 21일 급하게 반려견 4종 종합백신(DHPPi)과 하트가드(이버멕틴+피란텔)를 제외하는 우를 범했다. 일부 단체의 반대가 심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러한 정부의 실책 때문에, 반려견 4종 백신, 고양이 사독 백신 등은 여전히 수의사의 처방전 없이 판매되고 있다. 반려동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동시에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잠재적 범죄자가 되는 상황인 것이다.
2017년 7월 반려동물의 자가진료가 금지되면서,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진료행위를 한 보호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백신은 합법적으로 판매되는데, 판매한 사람은 처벌받지 않고 주사를 놓은 보호자만 범죄자가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은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일부 단체’의 눈치를 보느라 반려동물의 건강을 희생시키고 스스로 동물복지 인식 후진국임을 자처한 정부의 책임이다.
바로 며칠 전 부산 수영구의 2층짜리 주택에서 고양이 230여 마리를 작은 철장에서 사육하던 불법 생산업체가 적발됐다. 경찰의 수사 결과 해당 업체는 무자격 의료행위를 했다고 한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수사 이후 농식품부에 ‘반려동물에 대한 불법 자가진료행위 관련 제도 개선 건의문’을 전달했는데, Δ 동물약국 운영자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부 시민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주사행위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인식 Δ 일반인들은 시중에서 별도 처방전 없이 백신 등 의약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점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농식품부가 일부 단체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계획대로 모든 반려동물 백신을 수의사 처방대상으로 지정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참사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대한민국의 선진 의료시스템에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내는 지금, 동물의료와 복지에 있어서는 유독 세계 유일의 후진국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이제는 후진적인 탁상행정과 눈치보기 정책을 탈피하고 반려동물의 건강과 복지가 존중받아야 한다.
반려동물의 자가진료를 전면금지한 수의사법의 취지에 맞추어 모든 반려동물 백신과 주사투약용 동물약품 전 품목을 수의사 처방대상 약품으로 지정하고 수의사처방제의 구멍인 약사예외조항 삭제가 시급하다.
더 이상 눈치보기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