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계 전문직 협회장 선거제도에서 직선제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2000년 이전에는 대부분의 보건의료계 전문직 협회장 선거제도가 간선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직선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00년대 들어 대한의사협회를 시작으로 대한약사회, 대한한의사협회장의 선거에 차례로 직선제가 도입됐다.
올 들어 대한치과의사협회도 직선제 도입을 시도하여 선거제도 개정에 성공했고, 잠시 간선제로 회귀했던 대한의사협회도 직선제를 다시 채택했다.
대한수의사회와 대한간호협회는 아직 대의원에 의한 간선제를 유지하고 있다.
의협, 2001년 최초 협회장 직선제 도입..간선제 회귀→법정 갈등→다시 직선제
몇 십년간 간선제로 유지되던 보건의료계 협회장선거에서 가장 먼저 직선제 선거를 치른 것은 의사협회였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001년 7월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직선제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그 해 신상진 의권쟁취투쟁위원장을 직선제 초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투표율 60.8%였다.
하지만 직선제 선거방법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2009년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의 투표율이 42.2%에 그치면서 직선제의 대표성에 논란이 일자 그 해 4월 대총에서 간선제(선거인단제)로 회귀를 결정했다. 여기에 일부 의협회원이 반발하면서 ‘간선제 정관개정안 무효소송’을 제기해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2년여의 소송 끝에 대법원이 의사협회 대총의 손을 들어주면서 간선제 도입이 확정됐고, 1,500여명의 선거인단이 2012년 노환규 전국의사총연합 대표를 37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노 회장은 간선제 도입을 결정한 경만호 전임 회장의 퇴진운동을 벌일 정도로 간선제를 적극적으로 반대한 인물이었고, 결국 2012년 12월 임시대총에서 의협회장 선거제도는 다시 직선제로 회귀하게 된다.
대약 2001년 직선제 도입 후 5차례 회장선거, 한의협은 올해 최초 직선제 회장 선출
약사계는 2001년 2월 대의원총회에서 직선제 도입을 결의한 후 2003년 첫 직선제 회장으로 원희목 후보를 선출했다. 원 회장은 33대, 34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34대 회장 당선 이후 1년만에 비례대표로 국회의원(18대)에 당선됐다. 약사계에서는 90년대 초 한약파동과 의약분업 과정을 겪으며 직선제 도입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계속 부결된 끝에 2001년에 이르러서야 도입을 확정했다.
약사회장 투표율은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3년 초대 선거 투표율은 78.6%였고, 2012년 선거도 다소 감소했지만 63%를 기록했다.
한의사협회는 가장 최근에 직선제를 도입했다. 2005년부터 생겨난 직선제 정관개정 움직임이 지난해 11월 대의원총회를 통과해 올해 3월 열린 선거에서 처음으로 직선제 선거를 진행했다. 첫 직선제 대한한의사협회장 선거는 72.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치의협 직선제 도입 시도 무산..대의원제도에서 선거인단제로 개정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올해 직선제 도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지난해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가 잇따라 직선제 도입을 발표함에 따라 '직선제 쟁취 전국치과의사연합'이 발족하는 등 활발한 도입 움직임을 보였다. 대한치과의사협회가 회비납부회원 전체를 대상으로하는 선거제도 개선설문조사를 실시해 65%가 찬성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열린 대의원총회에서 직선제 안건은 찬성이 59.6%에 그쳐 부결됐고, 대신 선거인단제도가 도입됐다. 당시 대의원총회에서 반대토론자가 없었을 정도로 직선제 도입 여론이 지배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직선제 안건이 통과하지 못하자 "회원 찬성율을 대의원총회가 반영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며 대의원의 대표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대한수의사회장 선거는 대의원총회 형식으로 치러지고 있다. 대한수의사회 임원 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140여명의 대의원 과반 이상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 득표가 당선 요건이다.
대한수의사회장 선거에도 직선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2000년대에 이르러 일부 수의사회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대한수의사회 제24대 회장선거는 내년 초에 열린다.
*관련 설문조사 : 대한수의사회장 선거제도, 어떤 것이 적합한가?(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