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꿀벌수의사회 창립‥꿀벌 임상 제도 정비, 교육 확충 나선다
꿀벌은 출장전문 동물병원 개원 못하고 진료비 부가세도 부과..제도개선·교육 과제
대한꿀벌수의사회가 23일 성남 수의과학회관에서 창립 총회를 개최했다. 고양이, 소, 말, 양돈(돼지), 가금과 함께 꿀벌에서도 축종별 수의사 단체가 출범했다.
꿀벌수의사회 발기인으로는 지난해 출범한 대한수의사회 벌질병대책특별위원회 위원과 학계, 정부기관, 민간, 산업체 신청자 총 46명이 참여했다.
대한꿀벌수의사회는 이날 창립을 선언하면서 꿀벌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고, 양봉산업 발전을 통해 양봉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농장동물 진료 인정 못 받는 꿀벌 임상..제도 정비 필요
정년기 꿀벌동물병원장은 이날 “꿀벌 전문 동물병원을 개원하는데 필요한 법적 근거와 부가가치세 면세 혜택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꿀벌수의사회가 대한수의사회와 함께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소, 돼지, 가금 등 다른 농장동물과 마찬가지로 꿀벌 진료는 모두 왕진으로 진행된다. 벌통 채로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때문에 시설기준이 완화된 ‘출장진료전문 동물병원’을 개원할 수 있어야 합리적이지만, 적용 가축이 소·말·돼지·염소·사슴·닭·오리로만 한정되어 있어 불가능하다.
다른 농장동물 진료와 달리 꿀벌 진료에는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는 점도 문제다. 반려동물 진료에 부가세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농장동물 진료를 예외로 규정했는데, 그 근거를 축산물위생관리법으로 삼다 보니 꿀벌이 제외됐다는 것이다.
꿀벌은 축산법 상 가축에는 포함되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 상 가축에는 포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의사 진료 없이 관납 약품만 살포
수의사 설 자리 만들며 교육도 확충해야
양봉농가의 항생제 처방 수요와 관납 위주의 지원정책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도 지적됐다.
꿀벌에 부저병이 돌면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데, 주로 외진 곳에 위치한 양봉농가를 찾아다니며 진료할 수의사를 찾기 어렵다. 관납 지원 약품이 살포되면서 수의사가 시장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작용한다.
정년기 원장은 “해외에서는 수의사가 양봉농가를 정기적으로 순회하며 필요한 처방은 내려주고, 그 비용을 국가가 보조해주는 체계가 있다”며 “(그렇게 하면) 농가도 약을 남용하지 않고 질병을 관리하고, 농산물의 약품 잔류 문제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관납 체계에서는 농가의 실수요 여부와 관계없이 각종 약품을 제공하고 있어 오히려 오남용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현물 전달에만 집중된 양봉농가 지원 예산을 수의서비스 제공에도 배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2의 수산질병관리사 사태’가 벌어지지 않으려면 수의과대학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의사가 외면한 분야에 곤충의사가 탄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날 꿀벌수의사회는 정규 과목화가 어렵더라도 주요 질병이나 처방에 대한 교육과정을 확립하고, 공중방역수의사 직무교육에도 꿀벌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초대 회장에 임윤규 제주대 명예교수..수의사 교육, 병원 인증제 추진
꿀벌수의사회 초대 회장으로은 대수 벌질병대책특위 위원장을 맡은 임윤규 제주대 명예교수가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임윤규 초대회장은 “농업과 환경에 대체가 불가능한 꿀벌을 질병으로부터 보호·육성하자는 취지에 많은 동지들이 동참했다”며 “꿀벌산업 발전 중심에 수의사가 주축으로 우뚝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감사에는 정년기 꿀벌동물병원장이 추대됐다. 부회장단에는 검역본부 조윤상 수의연구관과 한국양봉농협 허주행 원장을 선임했다.
꿀벌수의사회는 현장 꿀벌 임상환경 정비, 수의사 교육, 양봉학회와의 학술교육을 주 과제로 꼽았다.
올해 하반기에 꿀벌질병 관련 수의사 연수교육을 실시하고, 꿀벌 임상 동물병원 인증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제 임기 중에 꿀벌 수의사회가 탄생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며 “꿀벌수의사회 정착을 위해 대수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