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동물진료권특위 `현장 변화 조금씩 나타나‥내년도 지속 투쟁’
3월 출범 후 사무장 동물병원·불법 처방전 고발, 병성감정 대응..’행정기관의 불법진료 근절해야’
대한수의사회 농장동물진료권쟁취특별위원회(위원장 최종영)가 23일 홍성에서 회의를 열고 올해 특위 활동을 결산했다.
특위 활동 이후 일부 지역에서 임상 환경 개선의 조짐이 보이지만, 여전히 불법진료·면허대여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보고 내년에도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최종영 위원장은 “(특위가) 첫 발을 성공적으로 뗐으니 오래 함께 달리면 좋겠다. 내년에는 좀더 활동을 확장하겠다”고 전했다.
전국 불법처방 사무장 동물병원 고발 지속..임상현장 변화 조짐
지난 3월 출범한 특위는 농장동물 진료권을 위협하는 불법 사무장 동물병원과 민간병성감정에 초점을 맞췄다.
수의사처방제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항생제를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용의약품은 농장과 동물약품판매업소 사이의 주문·배달 위주로 유통된다. 처방전은 면허를 대여해준 수의사의 명의로 만드는 요식행위로 전락했다.
이 같은 불법진료·불법처방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농장동물 진료현장을 정상화할 수 없다는 것이 특위의 지적이다.
특위는 4월 전북 김제를 시작으로 양평, 원주, 음성, 영광, 광주 등 전국 각지를 돌며 불법처방전을 발급한 사무장 동물병원과 면허대여 수의사, 실소유주인 동물용의약품도매상 등을 고발했다.
4월 특위의 제보를 받은 전북도청은 해당 수의사가 지역 가금농장에 불법 처방전을 발급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의사 면허 효력정지 처분을 내렸다. 지역 동물용의약품 취급업소를 일제히 점검하기도 했다.
전북지역 가금수의사로 특위에 참여하고 있는 김종식 원장은 “약품 유통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양계에서는 진료를 받은 수의사에게 처방을 받아 약을 쓰는 (바람직한) 형태가 조금씩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수의사가 실제로 방문해 직접 진료할 수 있는 농장의 개수에 물리적인 한계가 있는만큼, 당국이 하루 발행할 수 있는 수의사 처방전의 상한을 제시하고 수의사는 왕진·처방에 따른 진료비를 받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동물병원과 동물약품판매업소(동물용의약품도매상)를 물리적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OO가축약품·병원’ 등 판매업소와 동물병원이 같은 건물에서 같은 명칭을 쓰는 환경에서 독립적인 진료 후 처방이 자리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위는 약품업계가 제공하던 불법진료 서비스 관행도 상당히 감소한 것으로 파악했다. ‘병성감정’을 내세워 농장의 질병 정밀검사비용을 지원하던 형태를 끊어내면서다.
농가 돕는다며 행정기관이 앞장서 불법진료
특위는 행정기관의 불법진료행위 근절을 위한 활동도 벌이고 있다. 일선 회원의 제보를 받아 문제 있는 사업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형태다.
대표적으로는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임신진단 서비스를 해주는 사업이 지목됐다. 농장에서 소 채혈을 해오면 키트검사를 실시해 임신진단을 해주는데, 농업기술센터는 동물병원이 아니다.
임신진단을 하지 않으면서 피만 뽑는데 수의사를 불렀을 것이라 기대하기도 어려우니, 사실상 국가예산을 들여 자가진료를 조장하는 셈이다.
경기도가 벌이는 돼지질병방제 피드백사업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동물위생시험소가 양돈농장의 경제성 질병에 대해 사육단계별 혈청검사, 도축장 병변 검사 등을 실시해 컨설팅해주는 사업인데, 동물병원도 아닌 시험소가 동물병원의 진료를 대체하는 행위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최종영 위원장은 “방역이나 농가지원이라는 명목하에 행정기관에서 벌이는 불법진료를 근절해야 한다”면서 농가 지원을 없애기보단 동물병원을 통해 실시함으로써 법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별사법경찰에 수의사법도 포함돼야..제보·후원 회원참여 독려
특위가 고발한 수의사 면허대여, 불법처방건은 아직 수사절차가 진행 중이다. 특정 지역에서는 ‘고발하지 말아 달라’는 식의 압력이 들어오거나, 고발해도 수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위는 최근 경기도 특사경이 불법적인 동물약품 유통 단속에 유의미한 결과를 낸 것에 주목했다. 특사경 제도에 수의사법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사법경찰직무법에서는 의료법·약사법은 물론 동물보호법까지 특사경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수의사법은 아직 제외되어 있다.
수의사법이 포함되면 면허대여, 불법처방 등이 의심되는 동물병원은 행정당국이 검찰의 지휘를 받아 직접 수사할 수 있다.
특사경이 담당하게 되면 경찰에 고발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면서 적극적으로 불법행위를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위는 내년에도 특사경 제도 개정 제안과 함께 불법진료 근절을 위한 활동을 다각도로 전개할 계획이다.
최종영 위원장은 “지역내 불법진료에 대한 제보 및 증거수집, 시정조치는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며 “약품업계와 함께 불법진료 근절을 위한 공감대 형성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원들의 적극적인 제보와 증거수집도 당부했다. 특위가 올해 진행한 고발 일부와 행정기관 불법진료 시정요구 등도 회원의 제보에서 출발했다.
불법진료 등 제보는 대한수의사회 불법동물진료신고센터나 최종영 위원장(vetcjy@hanmail.net)에게 접수할 수 있다.
특위는 올해 수의사회원으로부터 모금한 후원금 2,300여만원 중 1,600만원을 지출했다. 불법진료 제보 관련 현지조사·채증 등 활동비와 변호사 자문, 불법진료 근절 홍보 마스크·스티커 제작배포 등에 활용됐다.
특위는 “매년 최소 1천만원의 활동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회원들의 제보와 후원을 당부했다(후원금계좌 카카오뱅크 3333-19-5953305 최종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