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TNR 실시요령 개정됐지만‥수의사 무시에 `부글부글`
수의사 판단 여지 주지 못하고 길고양이 보호단체 여론몰이에만 휘둘리는 정부에 성토
농림축산식품부가 11월 30일 개정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 요령(이하 TNR 실시요령)을 고시했다.
개정 과정에서 2kg 미만, 임신·포유 등 TNR 예외조치의 강제적 적용 여부를 두고 논란을 겪었는데, 수의사 전문성이 무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5일 서머셋호텔 분당에서 열린 대한수의사회 2021년도 제2차 이사회에서는 수의사 의견을 무시한 채 비전문가 여론몰이에 휘둘리는 정부와 가이드라인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2kg 미만 개체 TNR 여부에 수의사 판단 여지 주려다 캣맘 반대로 무산
수의학적 문제에도 비전문가에만 휘둘려..’전면거부도 검토해야’ 성토
개정 TNR 실시요령은 수의사가 중성화수술을 실시하기 전에 포획된 길고양이가 수태 혹은 포유 중인지 확인하고, 수태·포유 중인 개체는 즉각 방사하도록 했다.
하지만 임신초기묘 등 겉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수술을 시도할 수 있다. 마취 중 수태·포유가 확인되면 수태 개체는 그대로 수술하지만 포유 중인 개체는 수술하지 않고 마취 회복 직후 방사토록 했다.
이 밖에도 멸균된 수술기구 사용, 철저한 제모, 통증 관리 등의 의무가 추가됐다.
중성화수술 후 방사할 때도 장마철에는 비를 피할 수 있는 환경에 방사하고, 혹한·혹서기에는 날씨에 따라 방사시점을 조절하는 등 구체적인 규정이 마련됐다.
당초 농식품부는 2kg 미만의 고양이나 수태·포유가 확인된 개체도 수의사 판단 하에 중성화수술을 할 수 있도록 개정하려 했지만, 길고양이 보호단체의 반발에 부딪히며 무산됐다.
이에 대해 대한수의사회 이사회에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동물의 수술 관련 지침에 전문가인 수의사의 의견은 배제한 채 비전문가인 캣맘의 의견에만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다.
수의사의 판단 여지를 주지 않는 농식품부의 고시 개정 행태가 현재 TNR 사업이 가진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이 이날 나온 지적이다.
한 수의사회 이사는 “2kg이 안되는 길고양이도 성 성숙을 마친 성묘일 수 있다. 수술이 가능할 지 여부는 수의사가 판단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수의학적인 문제를 비전문가가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런 문제가 심각해지면 (TNR의) 전면 거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성토했다.
탁상공론·여론몰이식 문제제기가 심한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결국 제대로 하고자 하는 수의사는 TNR을 외면하게 되고 수익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사람만 남는다는 것이다.
수의사회도 “수의학적인 부분을 자꾸 활동가들이 거론하고, 참여수의사 측에서도 민원이 많다”면서 “수의학적 부분을 규제로 건드리면 TNR을 거부할 수 있다는 의지를 명확히 표명하되,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농식품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