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불법 비대면 진료 조장한 네이버 밴드, 수의사회 항의에 삭제

보호자가 증상 올리면 댓글로 상담하고, 비디오콜로 영상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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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밴드가 공식 홍보계정으로 동물병원 비대면 진료를 조장하는 홍보자료를 공개해 논란을 빚었다.

보호자가 사진을 올리면 수의사가 댓글로 상담하거나 비디오콜(영상통화)로 진료를 볼 수 있다는 식인데, 수의사법상 허가된 바 없는 불법이다.

상황을 파악한 대한수의사회의 항의로 현재는 삭제됐지만, 2020년 네이버 엑스퍼트에 이어 수의사법 위반을 조장하는 서비스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 쇼핑, 네이버 카페 등을 매개로 반복되는 불법 동물용의약품 판매 문제에도 포털사이트 측의 적극적인 개입·금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 밴드가 공식계정으로 홍보한 비대면 진료.
수의사회 항의로 사흘 만에 삭제됐다.

밴드 공식계정에서 ‘댓글 상담’ ‘영상진료’ 조장

수의사회 항의에 사흘 만에 삭제

지난 14일 네이버밴드 공식계정 ‘밴밴’에 게시된 ‘동물병원 밴드 활용법’은 동물병원이 밴드를 만들어 비대면 진료를 하라는데 초점을 맞췄다.

밴드에 가입한 보호자가 증상에 대한 간단한 질문을 남기면, 수의사가 댓글로 상담을 진행하는 형태다.

해당 질의응답이 밴드의 게시글로 쌓이면, 보호자가 증상을 키워드로 검색해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는 주장도 함께 내놨다.

하지만 비슷한 상담사례를 보호자들이 검색하는데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는 두 환자가 같은 문제가 아닌데 상담내용 만으로 비슷한 상황이라고 착각해 오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밴드는 심지어 비디오콜(영상통화)을 통한 영상진료 형태까지 제시했다.

현재도 동물병원에서 보호자에게 동영상을 촬영해오도록 권고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병원 진료실에서 잘 재현되지 않는 증상을 확인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의사와 보호자가 원격으로 실시간 영상 상담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현행 법령은 동물병원 수의사가 동물을 진료한 후에만 의약품을 사용·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동물의 진료란 동물을 실제로 보고 만지는 직접 진료만 인정된다.

대한수의사회 중앙회 사무처는 해당 홍보글을 파악한 직후 대응에 나섰다. 수요일 공식 항의를 접수하자, 이튿날(3/17) 해당 홍보글은 삭제 조치됐다.

대수 사무처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수의사법을 소관하는 농식품부도 동일하게 해석하고 있다”면서 “비대면 진료 게시, 비디오콜로 간단한 영상진료 등의 홍보 내용은 수의사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손 놓고 있는 포털

이커머스에 여전한 온라인 불법약품 판매

포털 카페 활용한 불법 판매 반복

네이버가 동물 진료, 동물용의약품 판매와 관련한 불법으로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네이버 엑스퍼트가 출범하면서 초기 수의사 상담 서비스가 포함됐다. 비대면 진료, 상담을 통한 유인행위 등 수의사법 위반 소지를 두고 수의사회와 일선 수의사들의 항의가 이어지며 조기에 철회됐다.

포털사이트를 매개로 벌어지는 불법행위에 대한 모니터링·근절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동물용의약품 온라인 불법유통 문제를 지적했다. 네이버쇼핑 등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동물용의약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데도, 관리자인 플랫폼기업(통신판매중개업자)은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국감증인으로 출석한 유봉석 네이버 부사장이 ‘강화된 기술적 방법을 도입하여 이 문제에 더 이상 우려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오늘도 여전히 네이버쇼핑에서는 동물용의약품 판매글을 찾아볼 수 있다.

넥스가드 스펙트라·심장사상충 등 일부 키워드의 검색이 제한되어 있지만, 심장사상충약 등 다른 키워드를 활용하면 어렵지 않게 검색할 수 있다.

불법 약품 판매를 반복하는 정황이 지적된 네이버 카페 ‘OOO동물병원’
위 사진은 해당 카페 댓글 중 일부 발췌

일부 동물병원이 포털 커뮤니티를 매개로 벌이는 불법 행위도 여전히 횡행한다.

네이버 카페로 개설된 ‘OOO동물병원’은 가입자가 1만 5천명이나 된다. 경기도에 위치한 모 병원 원장이 보호자들의 온라인 질문에 대답해주면서 각종 의약품 판매를 홍보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 불법동물진료신고센터가 3차례나 불법 행위를 고발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불법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포털사이트 측이 안병길 의원의 지적에 ‘원스트라이크아웃제 도입’, ‘동일 판매자 재가입 금지’ 등의 대책을 내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반복되는 불법 커뮤니티는 폐쇄, 이용중지 등 포털 차원의 강력한 제제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병원 불법 비대면 진료 조장한 네이버 밴드, 수의사회 항의에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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