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꿀벌 150억 마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
꿀벌수의사회, 대한수의학회 학술대회서 창립 첫 세션..질병 문제 집중 조명
“내년에는 꿀벌 150억 마리가 사라졌다는 뉴스가 나올 수도 있다”
17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수의학회 추계학술대회 꿀벌수의사회 세션에 참석한 한국양봉농협 김용래 조합장의 우려다. 질병과 약물 오남용, 기후변화로 인한 꿀벌 피해 위험은 여전하다.
대한꿀벌수의사회(회장 임윤규)는 이날 대한수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창립 첫 독립세션을 운영했다. 임윤규 회장은 “여러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양봉농가는 수의사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꿀벌 위협하는 질병·내성·말벌·이상기온
이번 겨울에도 소멸 피해로?
지난 겨울 월동하던 꿀벌이 대량으로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며 양봉농가에 큰 타격을 입혔다. 겨울이 지나고 벌통을 열어보니 벌이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월동봉군의 소멸피해가 전국적으로 이어지면서 꿀벌 약 78억마리(39만봉군)가 사라진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 사육되는 꿀벌 봉군이 270만여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5%가 겨울새 사라진 셈이다.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검역본부 조윤상 연구관은 “민관합동조사 결과 꿀벌응애류와 응애류 방제 약품 내성 심화, 말벌류, 이상기후 등이 요인으로 지목됐다”면서도 “피해 농가마다 구체적인 원인은 다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 피해 등 다양한 원인으로 허약해진 봉군이 겨울 도중 이상고온으로 인해 일찍 깨어나기라도 하면, 겨울이 끝날 때까지 버티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양봉농가에 큰 피해를 입히는 응애류와 관련한 약물 내성 문제도 지목했다. 응애류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농가가 플루발리네이트 등 강한 약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내성 문제까지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응애류 외에도 노제마증, 벌 마비증 마이러스 등 다양한 질병이 양봉농가를 괴롭히고 있다. 밀원 대비 양봉 사육밀도가 해외 대비 높은 것도, 겨울이 예전처럼 춥지 않은 것도 여전하다.
이번 겨울에도 올해 초와 같은 꿀벌 소멸피해가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질병 관리에 수의사 역할 필요한데..
교육 인프라 마련해야
기후변화를 당장 되돌릴 수 없으니 우선 시도해야 할 부분은 질병관리다. 이날 대한꿀벌수의사회는 국내 양봉농가 다발 질병과 응애류 구제 요령을 담은 리플렛을 배포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양봉 전문 동물병원을 연 정년기 꿀벌동물병원장은 “(꿀벌을) 아무리 잘 길러도 질병 문제가 터지면 어려워진다”며 “벌무리(봉군)의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 항생제 내성 방지에 수의사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수의과대학에서 꿀벌 질병학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국내 수의대에서 꿀벌 임상을 가르치는 곳은 아직 없다.
정년기 원장은 “터키나 슬로베니아에 가면 지역의 개업 수의사가 관내 양봉농가의 방역과 처방을 담당하고 있다. 수의사가 정기 방문한 기록을 제출하면 국가에서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면서 수의사에 의한 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꿀벌 병성감정 기관과 일선 수의사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세션에 참여한 한 공직수의사는 “일선 방역기관에 양봉 사양과 꿀벌 질병 진단기술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공수의 제도를 활용하려 해도 (공수의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돼지 등 타 축종에서 자리 잡은 공수의, 병성감정, 질병관리지원사업 등을 꿀벌에도 대입하려면 공공·민간에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창립한 대한꿀벌수의사회는 대한수의사회 산하단체로 합류해 꿀벌수의사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고 있다. 꿀벌 임상 수준을 높이고 양봉산물 안전성 확보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김용래 조합장은 “양봉 생태계는 여러 질병과 잘못된 관습, 약품 오남용에 시달리고 있다”며 “공익적 가치를 지닌 양봉산업을 위해 꿀벌수의사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