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동물약품 퍼주며 오남용 조장` 관납 문제 정조준
대수 농장동물진료권쟁취특별위원회 간담회..내년 2기 특위 출범, 소·돼지·가금수의사회 공조
대한수의사회 농장동물진료권쟁취특별위원회(위원장 최종영)가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활동 경과와 추진방향을 밝혔다.
최종영 위원장은 “앞으로도 부당한 진료권 침해 행위에 대한 시정조치를 계속 요구할 것”이라며 농장동물에 대한 의약품 유통 문제를 가장 큰 과제로 지목했다.
지난해 출범한 특위는 수의사도 약사도 없는 불법 약품판매 행위에 대한 형사고발·민원제기를 이어왔다.
약사 면허를 대여한 동물용의약품도매상이 불법적으로 약품을 판매하고, 수의사 진료 후 처방이 필요한 처방대상약까지 주문·배달하며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장이 마음대로 약을 구해 쓸 수 있는 환경에서 수의사의 진료는 필요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적어도 약을 사주면 공짜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전락했다.
특위는 올해 상반기까지 도매상 16곳과 동물병원 7곳의 불법 혐의를 찾아내 고발하거나 민원을 제기했다.
동물약품 관납 폐해 정조준
‘필요없는 약 퍼주며 세금으로 오남용 조장’
이날 간담회에서는 동물용의약품 관납제도를 정조준했다. ‘농가 지원’을 명목으로 국가가 의약품을 사다주는 정책이 오남용 조장이자 세금 낭비라는 것이다.
최종영 위원장은 “OECD 회원국 어디도 동물약품을 (국가가) 농장에 직접 공급하는 나라가 없다.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면서 “필요 없는 약을 세금으로 주고 있다. 오남용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관납으로 공급할 약품을 결정하는데 몇몇 농장의 입김이나 약품공급업체의 리베이트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남의 돼지농가 관납백신 문제를 사례로 들었다. 일부 농장이 특정 백신을 관납대상으로 선정하도록 의견을 내면, 해당 질병이 없는 농장에까지 일괄적으로 관납백신이 공급된다는 것이다.
필요없는 농장으로 간 관납백신은 버려진다. 시혜성 사업에 세금도 낭비됐다.
그보다 질병이 의심될 때 수의사의 진료를 받고, 진료 후 처방에 따라 백신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같은 진료환경이 자리잡지 못하도록 정부가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특위에 참여하고 있는 남기준 소임상수의사회 권익보호위원장은 “소 농장의 냉장고를 보면 수의사보다 약이 더 많다. 관납백신들은 냉장고도 아닌 밖에 놔두다가 버려진다”며 “관납으로 약을 마구잡이로 주는 환경에서 수의사는 필요없다”고 지적했다.
남기준 위원장은 최근 안동에서 관련 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성과를 기대하기도 했다. 행정감사를 청구하거나, 지역 관납업체와의 유착관계를 파고든다는 것이다.
내년 2기 특위 출범
소·돼지·가금수의사회 공조
특위의 활동기간은 일단 허주형 집행부가 종료되는 내년 2월까지다. 특위는 내년초 차기 대한수의사회장 선거 이후 제2기 특위 출범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현 최종영 위원장이 한국돼지수의사회 차기회장으로 선출된만큼 활동폭을 더 넓힐 전망이다.
돼지수의사회, 소임상수의사회, 가금수의사회가 동물약품 불법판매 근절이나 거점동물병원 도입 등 진료권 활동에 공조한다는 구상이다.
제2기 특위는 축종별 농장동물 수의사의 공동 협의체를 구성하는 한편, 특위 활동위원 추가 영입에도 나설 계획이다.
최종영 위원장은 “진료권 쟁취 활동은 그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이어져야 한다. 못하면 후배들에게 넘어가게 될 일”이라며 “차기 집행부에 따라 2기 특위가 출범하면 본격적인 투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