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수의대 신설 시도 즉각 중단하라’ 범수의계 합동 성명
수의사 배출 이미 과잉..농장동물·공직 부족 문제에 정원 확대는 해법 아냐
대한수의사회와 수의과대학, 학생단체가 부산대 수의대 신설 저지를 결의했다.
대한수의사회 중앙회와 전국 시도지부, 축종별 산하단체, 수의학교육 단체,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 등 범수의계는 9일 합동 성명을 내고 부산대 수의대 신설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범수의계는 이미 국내에 수의사가 많다는 점을 지목했다.
캐나다·호주에 비해 수의사 1인당 가축단위 수는 22~36%에 그치고, 반려동물 선진국인 미국·영국과 비교하면 수의사 1인당 반려동물 수가 4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수의과대학을 늘려 배출인원을 증가시킬 환경이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동물 숫자에 비해 수의사가 많다 보니 동물병원을 유지하기 위해 근로시간이 늘고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농장동물이나 공무원 등 특정 분야에서의 수의사 부족 현상도 수의대 신설로 해결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수의사 진료 없이도 마음대로 약을 쓸 수 있는 농장동물 분야에서는 수의사가 진료활동을 벌이기 어렵다. 공무원도 타 직역 대비 열악한 처우로 외면받고 있다.
자가진료·처우 부족 등의 원인을 개선하지 않으면, 단순히 배출되는 수의사 숫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의계는 “가축 사육두수가 많고 지역 인프라가 부족해 가축방역관 모집 시 미달되는 지역과 달리, 부산광역시는 오히려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며 “지역 수의사 부족을 명분으로 하는 부산대의 주장은 모순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경상국립대 수의과대학이 이미 부산·울산·경남 권역에서 수의사 양성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을 제외하면, 전국 모든 권역이 1개의 수의과대학을 두고 지역 수의사 양성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의계는 “사회적 필요성이나 타당성에 근거한 고려 없이 그저 인기학과라는 이유로 수의과대학을 신설하겠다는 접근이 과연 거점국립대로서 올바른 자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와 국회에도 “장기적인 수의사 인력수급계획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모순된 주장에 넘어가 수의대 신설을 검토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기존 수의과대학에 대한 지원을 늘려 사회가 원하는 수준 높은 수의사 양성 체계를 갖추고, 동물의료체계 정비와 필수 분야 처우 개선 등으로 수의사가 각 분야에 고르게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의계는 “부산대의 수의대 신설 시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계속 추진되는 경우 강력 저지할 것”이라고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