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수의대생 1500명 국회 앞에 모여 “부산대 수의대 신설 반대”
부산대 수의대 신설 저지 및 동물진료권 확보 전국 수의사 결의대회 개최
22일(목) 오후 부산 지역구 국회의원과 부산대가 주최한 수의대 설립 정책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같은 시각 국회 앞에는 추운 날씨에도 수의사·수의대생이 모여 ‘부산대 수의대 신설 반대’를 외쳤다.
최종영 농장동물진료권쟁취특별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 날 부산대 수의대 신설 저지 및 동물진료권 확보 전국 수의사 결의대회에는 부산, 제주, 광주, 강원 등 전국에서 수의사, 수의대생 1500여 명이 모였다(주최 측 추산). 지부수의사회에서는 버스를 대절해 단체 참석했으며, 병원 문을 닫고 동참한 수의사들도 많았다. 한국동물보건사협회와 축산관련단체협의회(축단협)도 힘을 보탰다.
“우리나라는 수의사 공급 과잉국가에 자가진료도 여전”
“동물병원 폐업 증가하는데, 수의대 신설 웬 말?”
“농장동물, 가축방역 등 특정 분야 수의사 부족 문제는 처우 개선으로 해결해야”
이날 모인 수의사들은 “우리나라는 수의사 공급 과잉국가로 자가진료마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어 동물병원 폐업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으며, 수의사 면허를 취득하고도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수의사가 계속 증가하는 등 수의계의 어려움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산대는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자신들만의 이득을 위해 거짓된 주장을 일삼으며 무리하게 수의과대학 신설을 추진해 수의계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며 “수의사 및 수의학도 일동은 부산대학교의 수의과대학 신설 시도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결사 저지할 것을 결의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캐나다, 호주 등보다 수의사 1명이 담당하는 동물 수가 적지만, 수의과대학 숫자는 오히려 더 많다. 미국·영국 등 반려동물 선진국과 비교하면 수의사 공급과잉 문제는 더욱 두드러진다. 이런 과잉 경쟁 속에 임상수의사들은 동물병원을 유지하기 위해 장기간 근로에 내몰리고 삶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
부산대가 수의대 신설 명분으로 주장하는 ‘산업동물, 공무원 수의사 부족’에 대해서는 “열악한 환경과 처우에 기인하고 있으며, 수의과대학 신설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정부와 국회는 잘못된 길에 현혹되지 말고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는 이들의 처우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의사들은 마지막으로 “수의대 신설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며 “수의대 신설보다 기존 수의과대학 교육 강화에 투자하는 것이 수의 서비스 개선에 효율적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병길 국회의원 보좌진과 마찰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과 이영락 부산시수의사회장은 이날 발표된 결의문을 ‘수의대 설립 정책토론회장’ 안으로 전달하려고 했으나, 보좌진의 저지로 토론회장에 입장하지 못했다.
보좌진들이 결의문을 전달하겠다고 했으나, 허주형·이영락 회장이 토론회를 주최한 안병길 국회의원과 차정인 부산대 총장에게 직접 전달하겠다고 맞서며 마찰이 빚어졌다.
조정훈 의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저지 힘쓸 것”
결의대회 현장을 찾은 조정훈 국회의원(시대전환)은 “이렇게 추운 날 국회까지 오셔서 시위하게 해드려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송구하다”며 “지금 이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수의사를 과잉 생산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에 하나 이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더라도 제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수의대 신설 저지뿐만 아니라 정원 감축 주장해야”
이날 자유발언에 나선 김상윤 학생(전남대 수의예과 1학년)은 약사회, 한의사협회도 정원 감축을 주장하고 있다며 수의사회도 수의대 정원 감축을 주장해야 한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부산대 수의대 신설 이슈가 있을 때만 수의사 과잉이라고 주장하면 외부에서 공감하겠느냐”며 다음 달 열리는 대한수의사회장 선거에서 유력한 후보들이 ‘수의대 정원 감축’을 공약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대한수의사회는 부산대학교의 수의과대학 신설 근거에 대한 팩트체크 자료 등을 국민과 국회, 정부 등에 지속적으로 알려 수의대 신설의 명분이 없음을 이해시키고, 부산대학교가 수의과대학 신설을 계속 추진할 경우 수의대 신설 저지를 위해 대응 수위를 점차 높여갈 계획이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절대로 부산대 수의대 신설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