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대 대한수의사회장 선거가 오는 1월 13일 열립니다. 이번 선거에서 일대일 대결을 치를 두 후보를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기호1번 최영민 후보는 재선 서울시수의사회장을 거쳐 대한수의사회장에 도전합니다. 오랜 미디어 경험으로 국민인식 개선을 바탕으로 한 입법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최영민 후보는 ▲적극적인 미디어 대응을 통한 수의사 인식 개선 ▲이를 바탕으로 한 정책·입법 대응 ▲진료시장 확대를 위한 입양 캠페인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Q. 후보자의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휘문중·경기고를 거쳐 건국대 수의대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2017년부터 서울시수의사회장을 연임했다.
SBS의 TV동물농장 자문 수의사를 오래 했다. TV동물농장 방영 초기부터 출연해 20년 이상 이어진 인연이다. 신동엽 MC 다음으로 가장 오래 출연한 것 같다(웃음).
당시만해도 루페를 끼고 1회용 수술복을 입은 수의사의 모습이 방송을 타자 많은 분들이 생소해했던 기억이 난다.
오랫동안 TV에 출연하면서 저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실력 있는 수의사 분들을 많이 소개하려고 했다. 국민들이 계속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수의학적인 컨텐츠를 풀어낼 수 있는 분들을 발굴하려고 노력했다.
Q. 수의사회에 기여한 일 중 대표적인 것 하나를 소개해주신다면
최근 몇 년간 TV동물농장을 통해 수의사를 알리는 공익성 컨텐츠를 내보내고 있다. 조에티스의 후원을 바탕으로 대수 지부장협의회가 진행한 성과다.
당시 심장사상충예방약 공급 문제와 관련해 수의사를 위한 공익광고 후원을 요구했다. 다른 지부장님들과도 소통하면서 저와 경기·광주지부장님이 주로 업무를 추진했다.
그러면서 수의사들이 단결하면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제 개인적으로도 큰 경험이었다.
공익 캠페인 시행사는 입찰을 통해 선정했다. 수의사회 지부장과 방송·광고 업계 전문가들로 심사위원단을 구성했고, SBS가 최종 선정됐다.
TV동물농장, 유튜브 채널 애니멀봐를 통해 수의사를 홍보하는 프로그램이 나갔다. 광고 누적효과가 수십억원대로 분석될 정도로 투자대비 큰 효과를 거뒀다.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소, 꿀벌, 야생동물 구조 등 다양한 업종에서 활동하는 수의사도 소개한다. 국민분들께 수의사의 사회적 역할을 알리면서 착한 전문가라는 점을 계속 어필하기 위해서다.
Q. 대한수의사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유가 무엇인지 간략히 말씀해달라
국회의원을 만나 수의사회의 현안이나 요청사항을 전하다 보면 ‘수의사가 국민들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있구나’를 느낀다.
의원들도 기저에는 ‘돈도 잘 버시는 분들이 이런 민원까지 들고 오느냐’는 인식이 깔려 있다. 국민이 사랑하지 않는 직업을 대하는 의원들의 속마음은 그럴 수밖에 없다. 입법 관련해 만족할만한 가시적 성과가 부족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본다.
이런 상태에서는 수의사에게 필요한 법과 제도를 만들기 어렵다. 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려면 미디어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수의사회장은 국민에게 친숙한 앰버서더가 되어 수의사를 알려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수의사회 스스로 법제를 만들어낼 역량을 갖춰야 한다. 수의사회 조직에 성공 DNA를 만들어 나가겠다.
Q. 현재 수의사회가 처한 다양한 문제 중 가장 중요한 사안이 무엇이라고 보나
동물병원의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 대형 병원, 잘 되는 병원은 계속 잘 되고 작은 병원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대로 두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대형 동물병원은 더 커지고, 소형 동물병원은 인력을 채용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저도 원장으로서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1·2차 병원의 기준을 마련하거나, 영역을 정비하는 등 상생 방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시장 확대도 절실하다. 함께 잘 살려면 진료시장의 파이가 커져야 한다.
국내에 사육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개 290만마리, 고양이 100만마리로는 부족하다. 게다가 이들 대부분이 동물병원에 잘 오지도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반려동물 중에서 동물병원의 진료를 제대로 받는 비율은 20%에 불과하다고 본다. 이 비율을 40%까지만 늘려도 진료시장은 2배 이상으로 커질 것이다.
Q. 후보로 출마하면서 제시한 대표적인 공약 3가지만 소개해달라
1) 미디어 영향력이 그 직업의 미래를 결정한다. 수의사를 국민이 사랑하는 직업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수의사를 마치 적폐처럼 보는 시각도 있는 반면, 자기 자식이 공부를 잘하면 수의사를 시키고 싶어 하는 양가적인 감정이 있지 않나. 그래서 지금 더 잘해야 한다. 돈만 밝히는 전문직으로 낙인 찍혀서는 안 된다.
수의사들이 동물을 좀더 잘 진료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 사회에 봉사하고 있다는 점을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과로로 유명을 달리한 의사의 사연은 크게 알려지지만, 살처분 현장에서 트라우마를 입은 수의사의 어려움은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다.
미디어 영향력을 높이고 국민 여론을 개선해야 수의사에게 필요한 입법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SBS를 통해 진행한 공익 컨텐츠도 그러기 위한 도로를 미리 까는 일이다.
2) 이와 같은 미디어 영향력을 바탕으로 수의 정책·법률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법률개정 및 입법활동을 위해 회장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팀을 만들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
정부·국회와 소통하며 효과적으로 협상해야 한다. 물론 투쟁도 필요하면 해야 하지만, 전문직은 머리띠 두르고 길에 나가도 국민들의 동감을 얻기 어렵다. 최대한 그런 일이 없도록 전방의 어려움을 미리 감지해 조치하는 것이 수의사회 집행부의 역할이다.
3) 동물병원 모두가 잘 살기 위한 시장 확대를 추진하겠다. ‘10세 이상의 노령견 동생 입양하기 캠페인’을 공약에 담은 것도 그 일환이다.
이미 국내 진료시장의 노령화는 확연하다. 각종 만성질환이나 어려운 질병에 대한 진료를 다각화하며 버티고는 있지만, 많은 노령견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시장의 구조적 불황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반려동물을 가족으로서 끝까지 돌보며, 많은 치료비를 지출한 보호자일수록 펫로스 증후군도 심하게 겪는다. 새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게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셈이다.
그런 차원에서 동생으로 새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것은 기존의 반려동물과 보호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나이든 개체가 죽는 때가 와도 펫로스 문제를 줄일 수 있다. 반려동물 개체수 자체가 늘어나니 진료시장도 커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민감한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펫보험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의료시장도 보험을 통해 성장했다.
다만 기존의 펫보험은 개발 과정에서 수의사의 참여가 부족했고, 보호자를 통해 자료 요구만 하는 식이다 보니 일선 수의사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수의사 측과 소통하면서 적절히 합의된 형태의 펫보험 활성화는 필요하다. ‘진료비가 비싸다’는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 법적 대응 외에도 (보험을) 실용적인 접근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Q. 이번 선거는 일대일 대결이다. 상대 후보의 공약 중 괜찮아 보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각각 하나씩 제시해본다면
동물병원 의료진에 대한 폭력은 물론 문제이지만 분회나 개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인데, (폭력대책 특별위원회 설치가) 대한수의사회 중앙회에서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정책인지는 의문이다.
광견병 관납백신 접종비 인상도 상대 후보의 치적처럼 기재되어 있지만, 그렇지 않다. 경기지부나 서울지부나 자체적으로 설득한 성과다.
수의과대학 정원조정 및 통합추진 공약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 다만 무조건 대학을 없애거나 정원을 줄이자라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수의사가 얼마나 필요할 지 제대로 예측해 정비할 필요가 있다.
수의사 한 명을 길러내는데 10년이 걸리는 만큼 멀리 내다봐야 한다. 또한 그 대처는 유연해야 한다.
Q. 선거에 임하는 소회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치고자 한다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치이는 토끼 같은 수의사를 호랑이로 만드는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과감하게 도전하겠다.
회장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다. 일이 어려워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아서 일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3년 뒤에 돌아보면 한게 없는 수의사회장이 아닌, 결과를 보이는 회장이 되고 싶다. 성명서로 말하기 보단 성과로 보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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