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를 면세해준다고 진료비를 사전 게시할 수는 없다
대한수의사회 임원워크숍 개최..수의사법·동물의료개선 대책·부가세 면세 확대·펫보험 등 현안 논의
대한수의사회가 6월 30일과 7월 1일 양일간 충북 청주 세종시티 오송호텔에서 2023년도 임원워크샵을 개최했다.
허주형 회장을 비롯해 부회장단과 전국 시도지부장, 축종별 산하단체장, 중앙회 상설·특별위원장 등 각급 임원이 전국에서 모였다.
이날 대수는 ▲수의사법 개정 대응 ▲동물의료개선 종합대책 ▲동물진료 표준화 연구 ▲펫보험(반려동물보험) ▲동물 원격의료 5개 주제를 중심으로 현안을 공유하고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진료부 발급 의무화 수의사법 개정에 반대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국회 법안소위 위원에 대한 대응 협조를 주문했다. 동물의료개선 종합대책 마련을 위해 진행 중인 연구용역 5개도 소개했다.
다빈도 질병 100종에 대한 진료절차 표준안 개발과 관련해서는 이들 질병의 부가세 면세와 진료비 게시 의무화가 연동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의사법 개정 대응, 진료부 발급 의무화 반대
대수는 이날 진료부 발급 의무화 수의사법 개정에 대한 반대입장을 재확인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성만·홍성국·정청래·안병길·허은아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진료부 발급 의무화 법안이 계류되어 있다.
우연철 사무총장은 “(진료부 공개 의무화가) 동물용의약품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약사법 체계, 진료부 작성 표준화 등 선결 조건이 있다”며 반대입장을 전했다.
다른 내용의 수의사법 개정안 일부는 최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동물의료 육성발전 5개년 계획 수립, 수의사 국가시험 등 종사자에 대한 공무원 의제조항을 골자로 한 수의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대한수의사회에 비윤리적인 수의사에 대한 면허정지 요구권을 부여하거나(윤준병 의원안), 수의사처방제 전자기록의무 대상을 완화하는(김선교 의원안) 등의 개정안은 아직 계류중이지만 대수가 찬성하는 법안이다.
반면 동물병원이 사용한 인체용의약품까지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에 입력하도록 하는 서영석 의원안은 대수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개정안별로 찬반이 명확한 만큼 적극적인 대국회 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수 중앙회는 “법안 심의를 담당하는 국회 농해수위 농식품법안소위 위원들에게 지역에서부터 접촉해야 한다”며 해당 지부 및 분회수의사회에 협조를 당부했다.
동물의료개선 종합대책 만들 연구용역 5종 진행 중
정부는 지난 3월 민관합동 동물의료개선TF를 구성하고 10월까지 동물의료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대한수의사회도 TF에 참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연구용역 5개가 현재 진행 중이다.
▲국내동물의료현황 진단 연구(서울시립대 박상신)는 사람의료와 동물의료체계를 비교하고,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국내 동물의료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동물의료관련 전문기관 설립과 관련 법령 개선방향을 모색한다.
▲동물의료 진료 투명성 강화 연구(서울대 천명선)는 수의사 및 보호자의 동물의료 투명성 관련 문제점을 조사한다. 진료표준화·진료비 게시 등 주요 제도의 향후 추진방향과 동물의료 분쟁조정 체계를 마련할 방안을 모색한다.
▲반려동물 의료서비스 품질 개선 연구(서울대 서강문)는 반려동물의 전문의 제도 도입 방안을 검토한다. 동물의료전달체계나 수의사 인력양성, 병원 인증제 도입 필요성도 함께 다룬다.
▲농장동물 의료 활성화 방안 연구(서울대 이인형)는 국내 농장동물 의료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한다. 농장동물 수의사 양성을 위한 교육 강화 방안과 농장동물 의료환경 개선 과제를 발굴한다.
▲반려동물 혈액관리 개선 연구(건국대 한현정)는 반려동물 수혈용 혈액 수요 및 공급 실태를 조사한다. 동물 헌혈 활성화 등 혈액공급체계 개선 방안과 관련 법령·제도·조직 체계를 제안한다.
우연철 사무총장은 “7월에 연구 결과가 나오면 8~9월에 걸쳐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동물의료개선 종합대책에 다양한 의제를 로드맵으로 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부가세를 면세해준다고 진료비를 게시할 수는 없다
정부는 2024년까지 다빈도 동물질환 100종에 대한 진료절차 표준안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2021년부터 진행된 두 차례의 연구용역을 통해 건국대 윤헌영 교수팀이 20종을 개발했고, 3차 연구용역에서 40종을 추가할 예정이다.
우연철 사무총장은 “당초 절차 표준안 개발은 진료비 게시 문제와 연관되어 시작됐다”면서도 최근 거론된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세 면세범위 확대와 진료비 게시를 연관 짓는 것은 경계했다.
반려동물 다빈도 질병 100종에 대해 부가세를 면세하더라도, 이들을 진료비 게시 의무대상으로 확대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애초에 특정 질병의 진료비를 사전에 가늠하기도 어렵다. 가령 다빈도 질병 100종을 선정한 해당 연구에서 내과질병빈도 4위는 식이 알러지, 10위는 만성신부전이다. 환자별로 상태도 치료반응도 천차만별인데 ‘진료비는 OO만원 정도 들겁니다’라고 사전에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사전에 예상할 수 없다면 게시할 수도 없다.
억지로 사전에 가격을 설정한다 하더라도, 진료의 하향평준화 등 사람의료 포괄수가제에서 문제로 지목되는 부작용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승근 충북수의사회장은 “진료절차 표준안이 마련된 질환이라고 비용을 (사전에) 공개하는데 동의할 수는 없다”며 “부가세 면세와 진료비 게시를 교환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펫보험이 진료시장에 도움될 수 있겠지만..
허주형 회장은 “펫보험이 정착되면 진료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한국은 동물진료수가가 낮아서 펫보험이 자리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펫보험 시장은 원수보험료 기준 287억원이다. 계약건수는 6.1만건을 기록했다.
우연철 사무총장은 펫보험사 측의 요구사항을 크게 2가지로 지목했다. 청구 간편화를 위한 동물병원 제휴와 동물진료 통계 확보를 위한 협력체계 구축이다.
다만 특정 보험 가입자를 제휴 동물병원으로 유도하는 것은 수의사법상 금지된 유인행위로도 볼 수 있고, 통계 확보를 위한 진료정보 공유가 진료부 공개 의무화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우연철 총장은 “펫보험 활성화에 참여할 수 있지만, 수의계 내부의 기본적인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면서도 관련 논의에서 국가가 예산을 들일 것이란 기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