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처방제 약사예외조항 헌법소원, 인용 가능성은?
대한수의사회 이사회에서 헌법소원 법률검토 내용 공유
대한수의사회(회장 허주형, 사진)가 19일(토) 열린 2023년도 제3차 이사회에서 약사예외조항 헌법소원 가능성을 점검했다.
수의계는 대한수의사회 수의사복지위원회(위원장 천병훈)가 약사예외조항 철폐를 위한 헌법소원 청구를 언급한 뒤로 이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현행 약사법 제85조 7항(일명 약사예외조항)에 따라, 약국개설자는 주사용 항생제와 주사용 백신(생물학적 제제)을 제외한 수의사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수의사 처방전 없이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 약사예외조항이라는 구멍 때문에 동물용의약품 오·남용 방지, 내성균 출현 및 축산물의 약품 잔류 예방, 동물복지 향상이라는 수의사처방제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명의 변호사에게 법률검토 받아
인용 가능성 낮지만, 청구 자체가 의미 있을 수도
이날 이사회에서는 ‘약사예외조항 관련 헌법소원’에 대한 변호사들의 법률검토서가 논의됐다. 변호사 3명의 의견을 받았으며, 그중 소혜림 변호사(대한수의사회 및 서울시수의사회 자문변호사)는 직접 이사회 자리에 참석해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법률검토서 내용을 종합하면, 약사예외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인용(위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헌법소원을 청구하면 지정재판부에서 일차적으로 사전심사를 하고, 헌법소원 청구 요건(헌법상 기본권 침해, 자기관련성, 직접성 등)이 충족됐다고 판단되어야 재판관 9명으로 구성되는 전원재판부 심판에 회부된다. 다른 법률에 따른 구제 절차가 있음에도 그 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고 심판이 청구된 경우, 청구 기간이 경과된 후 청구된 경우, 대리인 선임 없이 청구된 경우에는 지정재판부가 청구를 각하하게 되는데, 약사예외조항의 경우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참고로, 지난해 청구된 2,300여 건의 헌법소원 중 약 83%가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됐다.
‘청구기간’의 경우,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사유가 있는 날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 그런데, 수의사처방제 약사예외조항이 생긴 것은 이미 10년이 넘은 일이라 청구요건을 갖춘 사람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수의대를 졸업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수의사가 약사예외조항으로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당하거나, 수의대생이 약사예외조항으로 ‘임상수의사’가 아닌 다른 직업을 선택하게 될 수밖에 없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해야 청구할 수 있다. 또는, 최근 1년 이내에 동물용의약품 오남용으로 피해를 입은 반려동물 보호자나 농장주가 청구해야 청구 기간을 충족할 수 있다.
청구인의 자기관련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직접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직접성이 인정되려면 공권력에 의하여 기본권이 직접 침해되어야 한다. 그런데, 동물용의약품 오·남용, 내성균 출현 및 축산물의 약품 잔류, 동물학대 등이 약사예외조항에 의해 직접적으로 발생하는지에 대한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법률검토를 한 변호사들은 모두 “약사예외조항의 철폐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입장을 같이했다.
한 변호사는 “약사가 수의사의 처방전 없이 임의로 동물약품을 판매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항생제 오남용과 마취제의 부정사용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하고, 그로 인하여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고, 이는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행복 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보인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서는 “헌법소원이 설사 인용되지 않더라도 한 번 청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헌법소원 청구 자체로 약사예외조항의 불합리함과 문제점을 이슈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약사예외조항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다”며 “(헌법소원 인용 가능성이 작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자료를 축적하고 준비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