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기초의료 지원해야 펫보험 활성화’ 진료기록 공개 의무화엔 반대..대안 모색해야

펫보험 활성화 두고 마주앉은 동물병원협회와 손해보험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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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업계와 동물병원협회가 반려동물보험(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만났다. 손해보험협회와 펫보험 운용사, 한국동물병원협회(KAHA)가 공식 간담회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간담회는 7일 종로 손해보험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동물병원 측에서는 KAHA 이병렬 회장과 정언승 정책국장, 오이세 사무국장,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사무총장이 배석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손해보험협회 신종혁 본부장, 주병권 부장을 비롯해 삼성·메리츠·한화·롯데·KB·DB·카카오 등 손해보험사의 펫보험 개발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KAHA 요청으로 보험-동물병원 첫 간담회

‘필수기초의료 정부가 지원해야 진료비 부담↓ 펫보험 가입↑’

앞서 정부는 지난달 1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반려동물보험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진료기록 증빙 발급 의무화 등의 보험인프라 구축을 비롯해 원스톱 청구간소화, 보험상품 개선, 반려동물 전문 보험사 진입 허용 등을 주요 방안으로 제시했다.

여기에는 진료·지급기준 협의, 통계 공유, 청구간소화 등 펫보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보험·수의업계 간 협력체계를 운영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동물병원협회가 보험업계와의 간담회를 요청하면서 이날 자리가 성사됐다.

이병렬 회장은 필수기초의료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예방접종, 구충, 중성화수술, 건강검진 등 반려동물의 필수기초의료를 보험에 포함시켜야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 필요성도 역설했다. 진료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추려면 누군가가 지원해주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펫보험은 예방접종, 중성화수술 등 보호자가 실행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예방적 진료는 보장하지 않는다. 불측의 사고를 대비하는 보험 특성상 예방진료는 애초에 보장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혜택에도 관련 규정상 상한이 있다 보니, 예방접종이나 중성화수술 등으로 질병 발생 가능성을 낮춘 보호자에게 유의미한 이익을 주기도 힘들다. 현행 규제대로라면 기초의료를 포함한 펫보험 상품은 개발하기 어려운 셈이다.

 

진료부 발급 의무화에 수의계 반대

무조건적 공개 의무화 대신 보험-병원 협력 대안 모색해야

진료기록 발급 의무화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동물병원 진료부 공개 의무화를 다룬 수의사법 개정안 다수가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의무화 명분의 상당 부분은 펫보험과 연관되어 있다.

수의사회는 진료부 공개 의무화에 반대하고 있다. 수의사 처방 없이도 대부분의 약물을 보호자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현 상황에서 진료부까지 공개되면 자가진료와 약물오남용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동물병원협회도 지난달 발표한 펫보험 활성화 관련 성명에서 진료기록 증빙 발급 의무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우연철 대수 사무총장은 “가장 큰 염려는 진료부 공개 문제다. 진료기록이 무엇인지, 누구 소유인지, 어떻게 만들고 보존할지, 활용할 지, 그 안의 개인정보는 어떻게 관리할지 전부 불분명한데 일단 내놓으라는 식”이라며 “(진료부 공개 의무화는) 악용될 소지가 너무 크다. 사람은 자신의 진료기록을 공개하지 않지만, 동물의 진료기록은 공유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동물병원과 보험사가 어떤 정보를 어떻게 공유할지’ 보다 세부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물병원 진료부 전체 공개를 의무화할지 말지의 양자택일에서 벗어나, 펫보험 활성화에 기여하면서도 공개 의무화로 인한 부작용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진료부 전체를 공개하지 않더라도, 보험사가 펫보험 가입자의 역선택이나 보험사기가 의심될 때 이를 검증하기 위한 정보를 동물병원으로부터 제한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보험-동물병원 협력체계 공감대

청구간소화 두고서는 동물병원 행정부담 증가 우려도

오이세 사무국장은 “펫보험 제도개선 방안에 (보험·수의업계 간) 협력체계 구축이 포함되어 있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협력체계를 강화하려면 보험업계가 동물병원에 지원해줄 수 있는 부분이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개선 방안에 포함된 청구간소화에 대해서는 우려섞인 시각을 내비쳤다. 자칫 동물병원에 과중한 업무부담이 주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양측은 펫보험 활성화와 상호 협력 구체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손해보험업계와 동물병원협회는 향후에도 보다 구체적인 협력 사항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손보협회 신종혁 본부장은 “펫보험 활성화가 실제 시장에서 실현되려면 양측의 소통과 이해가 필요하다”며 “이번 간담회가 그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필수기초의료 지원해야 펫보험 활성화’ 진료기록 공개 의무화엔 반대..대안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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