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이 무마취 스케일링 한다고? 한국수의치과협회 ‘효과 없고 위험해’ 경고

치주질환 예방 못 하고, 위험하며, 동물에게도 고통..미국·유럽학회도 ‘효과적이지 않다’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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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의치과협회(회장 김춘근)가 무(無)마취 스케일링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동물을 마취하지 않고서는 치은연하를 포함한 치아 전반을 제대로 스케일링 할 수 없을뿐만 아니라 큰 스트레스와 통증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치아 표면만 깨끗하면 구강이 건강하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점도 지목했다.

앞서 본지는 2014년, 2019년 불법 스케일링 시술을 벌인 애견샵과 미용샵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무면허 진료행위를 벌인 업자를 수의사회가 고발해 기소되기도 했다.

이들의 스케일링이 무면허 불법 진료행위라는 것부터 잘못이지만, 당시에는 스케일링을 마취없이 실시했다는 점도 함께 지목됐다. 무마취 스케일링으로는 치주질환 예방효과도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안전사고의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무마취 스케일링이 최근 일부 동물병원으로까지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수의치과협회는 “최근 몇몇 동물병원이 잦은 마취는 위험하다며 ‘무마취 스케일링’을 홍보하거나, 보호자들이 해당 병원을 이용한 후기를 SNS에 공유하고 있다”며 “무마취 스케일링은 환자의 스트레스, 부상, 흡인 위험이 있고 올바른 진단도 이뤄질 수 없다”고 경고했다.

마취 없이는 눈에 보이는 치아 표면을 닦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보니 치주질환 예방·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치은연하(subgingival)에 대한 세정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동물이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치은연하에 대한 스케일링을 시도하는 것 자체도 위험하다. 갑자기 움직이면 주변 치주조직에 손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무마취로는 제대로 스케일링을 할 수 없는 셈이 된다. 한국수의치과협회는 “자칫 눈에 보이는 치아면이 깨끗해 보인다는 것만으로 보호자에게 반려동물의 구강이 건강해졌고 (무마취 스케일링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동물병원협회(AAHA)는 무마취 스케일링으로 잇몸 윗부분의 치석만 제거하는 것은 순전히 미용 목적에 불과하며 질병 치료에는 효과적이지 않다고 못박았다.

유럽수의치과협회(EVDS)도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단순히 치아를 보기 좋게 만들어 잘못된 안정감을 주고, 효과적인 치료를 지연시켜 해를 입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수의치과학회(AVDC)는 “무마취 시술과 관련된 비용은 보호자에게 돈 낭비”라고 선을 그었다.

수 년간의 무마취 스케일링 이후 심각한 치주질환으로 악화된 모습
(자료 : 미국수의치과학회)

무마취 스케일링 과정에서 환자의 치아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통상 마취 하에 진행되는 스케일링 과정 중에는 치주조직에 대한 더듬자검사(probing) 등 마취 없이는 아파서 진행하기 어려운 조작을 포함하는 면밀한 구강검사를 병행하며 치아 상태를 살피는데, 무마취 스케일링에서는 어렵기 때문이다.

안전사고의 위험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김춘근 회장은 “무마취 스케일링 과정 중에 다칠 위험도 크다. 안 다칠 것 같은 부분의 치석만 떼어낸다면 어차피 (치주질환 예방에) 별 효과도 없다”면서 “갑자기 움직이면서 다칠 위험도 크고, 스케일링 과정에서 나오는 치석 파편이나 세균들이 흡인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가 시술 동안 고통을 참아야 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사람은 스케일링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참을 수 있지만, 동물은 그렇지 않다.

미국수의치과학회(AVDC)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 스케일링을 받거나 치아를 긁는 것은 반려견·반려묘에게 편안한 경험이 아니다. 특히 잇몸에 염증이 있거나 치주질환이 있는 경우 고통스러울 수 있어 (마취 없이는) 스케일링 과정 내내 동물을 보정해야 한다”면서 “몇 달, 몇 년 동안 양치질을 하지 않아 쌓인 플라그를 긁어내는 것이 어떤 느낌일 지 보호자가 생각해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수의치과협회는 “(무마취 스케일링으로 인해) 구강에 대한 처치에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게 되면 향후 가정에서 올바른 양치질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것 역시 어려워진다”고 꼬집었다.

 

마취 걱정하는 보호자 있지만..

’수의치과 진단·치료는 반드시 전신마취 필요’

전신마취 부담과 구강 건강을 함께 우려하는 보호자들이 무마취 스케일링이라는 문구에 현혹될 위험은 여전하다.

이에 대해 한국수의치과협회는 “수의치과학적 진단과 스케일링, 치료는 반드시 전신마취가 안전하게 이뤄진 뒤에 가능한 과정”이라며 “마취가 100%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의 마취 및 마취전 평가 기술은 그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 동물병원에서 시행하는 수많은 스케일링 시술이 대부분 안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취에 수반되는 삽관 자체가 치과시술로 인한 오연 위험을 막는 예방적 효과도 있다.

수의치과협회는 “마취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보호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철저한 사전검사와 최선의 마취 프로토콜을 통해 안전한 치과검진과 스케일링,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설명하는 것이 임상수의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무마취 스케일링’이란 단어에 현혹돼 반려동물이 오히려 위험에 처하고 고통받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동물병원이 무마취 스케일링 한다고? 한국수의치과협회 ‘효과 없고 위험해’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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