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격진료, 어디까지 허용? 대한수의사회 임원워크샵 개최
22대 국회 대응, 동물의료분쟁, 펫보험 등 6가지 주제 논의
대한수의사회(회장 허주형)가 6월 29일(토) 부산 벡스코에서 2024년도 대한수의사회 임원 워크샵을 개최했다.
허주형 회장을 비롯해 부회장단과 전국 시도지부장, 축종별 산하단체장, 중앙회 상설·특별위원장, 중앙회 사무처 등 50여 명이 모인 이번 워크샵에서는 ▲22대 국회 대응 ▲동물의료분쟁 ▲펫보험 ▲동물원격의료 ▲동물진료표준화 ▲수의사 연수교육 이수자 관리체계 개선 총 6개의 주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수의사법 개정 추진하는 대한수의사회…주요 쟁점 사항은?
진료부 공개 의무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난 2월 정기총회에서 수의사법 전면 개정을 천명한 대한수의사회는 ▲전문수의사 제도(수의사전문의 제도) ▲수의학교육 인증-국가시험 응시자격 연계(수의학교육인증을 받은 학교 졸업생만 국가시험 응시 허용) ▲1인 1개소 원칙(수의사 1명당 동물병원 1개소만 운영할 수 있도록 제한) ▲동물의료광고 사전심의제 규정 ▲동물병원 내 수의사 폭행 방지 등 개정이 필요한 사항들에 관해 설명했다.
최근 논란이 된 수의사의 왕진 문제와 관련한 ▲동물병원 내 진료원칙 수립과 22대 국회에서도 개정 요구가 거셀 ▲동물진료부 공개 의무화 등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병원 내 진료원칙 수립과 관련해서는 동물병원 안에서 동물을 직접 대면 진료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축산농가 대상 왕진의 원칙을 세우고, 동물의 응급처치행위, 국가나 지자체의 요구 등 동물병원 밖에서 진료해야 하는 정당한 사유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진료부 공개 의무화에 대해서는 수의계에서 먼저 대안을 마련해 법 개정에 나서는 방안이 제안됐다. 동물진료부 공개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요구가 큰 만큼, 오히려 수의계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내용을 담아 선제적으로 법안을 발의하자는 것이다.
최종영 한국돼지수의사회장은 “국민들이 봤을 때 수의사는 동물 관련 정책에 무조건 반대만 하는 집단으로 보일 수 있다”며 “국민들의 요구 수용을 위해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퓰리즘화되고 있는 지자체의 공공동물병원 설립 문제도 나왔다. 허주형 회장은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최근 개소한 김포시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며 지역에서 공공동물병원 설립 움직임이 있으면 중앙회로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펫보험, 동물의료시장에 꼭 필요”…메리츠화재와 공동 캠페인도 예정
펫보험에 대해서는 “동물의료시장 성장·확대에 반려동물보험이 분명 필요하지만, 동물진료부 공개 의무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근 펫보험 시장은 업계 1위 업체인 메리츠화재가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서울시수의사회와 연이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수의사 대상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수의계와 보험업계 간 협업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기존에 일부 보험업체가 요구하던 동물진료부 공개, 진료비 표준화가 없어도 수의계와 보험업계의 협력으로 펫보험을 활성화하고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진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공감대가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
이병렬 KAHA 회장은 “반려동물 의료시장을 위해 펫보험이 중요한데,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의사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회장 이병렬)와 서울특별시수의사회(SVMA, 회장 황정연)는 메리츠화재와 각각 ‘동물자가진료 방지’, ‘수의사와 동물병원의 미담’을 주제로 공익 캠페인도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적으로 대면진료 아닌 것은 모두 원격의료”
동물원격의료,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나
동물원격의료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세계의사회는 ‘원거리로부터 원격통신체계를 통해 전달된 임상자료·기록, 기타 정보를 토대로 질병에 대한 개입, 진단 및 치료를 결정하고 권하는 의료행위’를 원격의료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를 적용하면, 수의사가 동물을 대면진료하지 않고 화면을 보고 진료하는 것은 물론, AI 등 진단보조시스템의 도움을 받는 행위, 혹은 다른 수의사로부터 조언이나 도움을 받는 행위(원격판독 등)도 원격의료에 해당할 수 있다. 수의사-환자·보호자 간에 이뤄지는 행위뿐만 아니라 수의사 간의 행위도 원격진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 호주, 유럽 등 세계 여러 곳에서 수의사의 원격의료 서비스도 증가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에이아이포펫(AI for Pet)이 신청한 ‘AI를 활용한 수의사의 반려동물 건강상태 모니터링 사업’이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해 티티케어 앱을 통한 반려동물 안과질환 재진 비대면진료가 시행 중이다. 물론, 국토 크기가 넓고, 동물병원·수의사가 부족한 미국, 호주 등과 국토가 좁고 동물병원이 많은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르다.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사무총장(미래정책부회장)은 “동물원격의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또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아직 컨센서스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며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의계의 내부 의견 수렴을 거쳐 허용할 필요가 있는 행위는 법에 반영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나머지 원격의료행위는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인성 대한수의사회 교육위원장은 “입원실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환자 모니터링 장비나 AI 기반 수의사 진단보조서비스, 진단검사서비스 등 수의사의 진단을 돕는 것은 허용하고, 그 외에 수의사의 관여나 판단 없이 바로 진단이 이뤄지는 행위는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동물원격의료와 관련된 회원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모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