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동물메디컬센터, 미국동물병원협회 인증 국내 최초 획득
대한수의사회-미국동물병원협회(KVMA-AAHA) 공동 동물병원 인증 본격화
로얄동물메디컬센터가 미국동물병원협회(AAHA)로부터 동물병원 인증을 획득했다. 본원과 강동, W까지 3개소가 함께 인증을 받았다. 국내 동물병원이 AAHA 인증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에서도 일본의 5개소에 이어 6번째다.
AAHA 인증 도입을 추진한 대한수의사회는 6일 서울 중랑구 로얄동물메디컬센터 본원을 찾아 인증서와 현판을 수여했다.
대한수의사회는 이번 시범인증을 KVMA-AAHA 공동인증으로 고도화한다. AAHA의 품질관리 체계를 도입하면서도 한국의 임상환경을 반영한 인증체계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수의사회가 동물병원 인증사업 준비를 본격화하면서 정부가 예고한 상급동물병원 체계와 연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AAHA와 협약 맺고 인증 도입 급물살
900개 항목 자체평가·현장실사 거쳐
대한수의사회는 지난해 7월 미국 콜로라도에서 AAHA와 협약을 맺고 AAHA의 동물병원 인증(AAHA Standards of Accreditation)을 한국에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이 본격적인 공동인증사업을 벌이기 앞서 시범인증을 진행했다. 북미 환경에 따라 만들어진 AAHA 기준을 한국 실정에 맞춰 조정하고 인증평가 프로세스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시범 인증은 로얄동물메디컬센터 본원(서울 중랑구), 로얄동물메디컬센터 W(서울 마포구), 로얄동물메디컬센터 강동(서울 강동구)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AAHA 인증은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동물병원의 의료서비스 품질과 환자·의료진의 안전을 위한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동물병원 중 15%에 해당하는 4,500여개 동물병원이 AAHA 인증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AAHA 인증기준은 의료서비스 품질, 경영, 의무기록, 시설, 진단검사·의약품, 선택사항까지 6개 영역의 21개 카테고리로 구성된다. 이들 카테고리별로 반드시 지켜야 할 ‘필수항목(Mandatory standard)’과 각각 점수가 매겨진 ‘일반항목’까지 900개 이상의 항목으로 세분화된다.
필수항목은 반드시 100% 충족해야 한다. 점수화된 일반항목은 총점 중 득점 비율이 AAHA가 요구하는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
가령 ‘의료서비스 품질’ 영역의 ‘마취’ 카테고리에는 9개의 필수항목이 있다. ▲마취제는 수의사나 숙련된 진료팀원이 수의사 감독 하에 동물병원 내에서 투여하여야 한다 ▲충분한 수의 진료인력이 CPR 교육을 받고 동물병원의 정규운영시간 동안 훈련된 인력을 가동할 수 있어야 한다 등이 필수항목에 포함된다.
이 밖에 마취 카테고리의 일반항목은 31개로 총점 3,030점이 걸려 있다. 이중 70%인 2,121점을 득점해야 마취 항목을 통과할 수 있다.
이렇게 21개 카테고리 각각 모두 기준치 이상으로 득점해야 AAHA 인증을 획득할 수 있다.
대한수의사회와 로얄동물메디컬센터는 AAHA 측과의 협의 및 내부 준비작업에 1년여간 공을 들였다. 지난 6월 AAHA 심사위원의 현장실사를 거쳐 인증을 획득했다.
문서화된 품질관리에 방점
환자뿐만 아니라 진료진을 위한 환경조성도 강조
로얄동물메디컬센터 본원 이재희 원장은 “우리 병원이 갖춘 반려동물 의료서비스 시스템이 선진국과 비교해 얼마나 발전되어 있는지를 점검해보고 싶었다”면서 “인증을 준비하면서 일부 개선된 사항도 있었지만, 대체로 선진국 수준에 상당히 근접해있다는 자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인증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점으로는 ‘품질관리(QC)’를 꼽았다. 고참이 신참을 구두로 지도하거나 특정 사항에 대한 관리 원칙을 세우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지, 점검했다면 기록으로 남기는지까지 꼼꼼히 따진다는 것이다.
가령 약품의 냉장관리에 있어서는 냉장고에 온도계를 일일이 부착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계속 체크하는지를 본다.
환자가 입원할 경우에는 목걸이 형태의 인식띠를 채워 환자 혼동으로 잘못된 처치나 투약이 이뤄질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사람의료에서도 종합병원에 입원하면 손목에 인식띠를 채우는 것과 유사하다.
실무를 담당한 대한수의사회 중앙회 A&C국의 신보교 차장은 “병원에서 구전으로 내려오는 관리를 문서화한다는 것이 AAHA 인증의 핵심”이라며 “어떤 직원이든 쉽게 따라할 수 있게, 직원이 바뀌어도 의료서비스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만약 동물병원에서 사고가 일어나거나 수의료분쟁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이러한 기록관리체계가 병원과 수의사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차장은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수의사와 직원을 위한 기준도 다수”라고 덧붙였다. AAHA 기준은 연간 50시간 이상의 수의사 교육을 권고한다. 이재희 원장은 “근무환경이나 직원복지 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국내 임상환경 반영한 KVMA-AAHA 공동인증, 5개 병원에 우선 시범 적용
상급동물병원 체계 도입 연구와는 선긋기 했지만..
이번 시범인증 과정에서 국내 임상환경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기준들도 여럿 도출됐다.
가령 AAHA 인증기준은 엑스레이 촬영시 반드시 손까지 보호하는 장갑을 착용하도록 하고, 촬영한 엑스레이 사진에 보정자의 손이 노출되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다.
대형견이 많고 엑스레이 촬영 시에도 진정하는 경우가 많은 북미에서는 이를 지키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소형견이 많고, 화학적 진정 없이 물리적인 보정만으로 촬영해야 하는 한국에서는 따르기 힘들다.
이번 로얄동물메디컬센터 시범인증에는 AAHA 인증기준을 그대로 적용했지만, 곧 이어질 KVMA-AAHA 공동인증에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여 국내 법령 및 임상환경을 반영한 인증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대한수의사회 측은 KVMA-AAHA 공동인증을 위한 한국어 인증기준 작성 준비를 마쳤다. 인증심사를 위해 대수 A&C국 직원이 AAHA로부터 심사위원 교육을 이수하고 매주 동물병원에서 실습 경험까지 쌓고 있다.
우연철 대수 사무총장은 “곧 5개 안팎의 병원을 대상으로 KVMA-AAHA 공동인증을 시범 실시할 예정”이라며 시범인증을 통해 공동인증 작업을 정비한 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한수의사회는 농림축산식품부 의뢰로 상급동물병원 체계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올해 실시하고 있다.
이날 대한수의사회는 정부가 추진하는 상급동물병원 체계와 AAHA 인증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둘 모두 대한수의사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추후 상급동물병원이 되기 위해 만족해야 할 기준과 대형 동물병원이 KVMA-AAHA 인증을 받기 위해 만족해야 할 기준이 실질적으로 유사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형 병원만을 위한 인증 아니다”
이번에 AAHA 인증을 획득한 로얄동물메디컬센터 3개소는 모두 수의사 10~30명의 대형 병원이다.
대형 병원에만 적합한 인증 아니냐는 질문에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AAHA 회장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의 수의사는 3명이었다”면서 “소형 동물병원도 인증을 받을 수 있는 형태”라고 답했다.
이재희 원장은 “인증기준은 ’환자와 수의사를 위해 이 정도는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정도였다. 매뉴얼화되어 있지 않았던 것만 제외하면 특별히 어렵지는 않았다”면서도 “다만 본원은 최근 신축해 시설환경이 잘 준비되어 있었던 측면은 있다. 기존에 운영하던 병원의 경우 시설 정비에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허주형 회장은 “AAHA와 함께 인증을 진행해보니 반려동물과 보호자를 위한 진료서비스 수준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만, 그에 앞서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는 수의사와 진료인력의 훈련과 보호에 더 많은 인증항목을 할애하고 있었다”며 KVMA-AAHA 인증이 국내 동물병원과 수의사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KVMA-AAHA 공동인증에 참여를 원하는 동물병원은 대한수의사회 A&C국으로 문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