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러 초음파, CBC..소 임상에 적용할 다음 신기술 주목한 소임상수의사회

소값에 눌리고 자가처치에 위협받고..신기술·새로운 검사 적용 어려운 소 임상환경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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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임상에서 포터블 검사기기를 활용한 혈액화학검사, 직장 초음파 검사는 이미 자리잡았다. 신기술 도입의 다음 타자로는 CBC 검사, 도플러 초음파 검사가 지목됐다.

한국소임상수의사회(회장 김성기)가 4일 KT인재개발원에서 개최한 2024년도 컨퍼런스에서 충북대 수의대 나기정 학장(진단검사의학과)이 CBC 검사를, 백영철 당진 우리동물병원장이 도플러 초음파 활용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적혈구·백혈구·혈소판의 숫자와 성상을 살피는 CBC는 개체 건강상태에 대한 기본 정보를 제공한다. 도플러 초음파로 난소의 혈류량을 검사하면 임신판정과 번식주기 관리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백영철 원장은 “새로운 장비, 검사를 도입하는 것이 임상수의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른 생산비와 소값 사이에 갇혀 있는 소 진료비 지불 여력과 검사비용을 별도로 청구하지 못하는 환경, 농가 자가진료의 위협이 신기술 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번식진료에 도플러 초음파를 적용한 경험과 관련 연구를 소개한 백영철 원장의 강연이 큰 관심을 모았다.

경직장 초음파 영상을 활용해 암소의 임신과 번식주기를 판정하는 진료는 일선에서 이미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도플러 기능까지 사용하는 경우는 아직 드물다.

백 원장은 “국내에 (소 직장검사용) 휴대용 도플러 초음파 기기가 도입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면서 현장에 도입한 병원은 아직 극소수에 그친다고 귀띔했다.

반려동물 임상에서 도플러 초음파는 심장 판막질환으로 인한 역류를 확인하는 용도로 익숙하다. 소 번식진료에서는 혈류량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도플러 영상이 많고 뚜렷하게 잡힐수록 혈행이 활발한 것이라는 점을 활용한다.

백 원장은 “성숙한 황체는 조직의 단위질량 당 많은 혈액을 공급받는 장기 중 하나”라며 “암소의 발정주기는 생식기의 혈관 신생 및 퇴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수정 후 임신 여부를 진단할 때 난소에 혈류량이 많으면 임신 성공으로, 적거나 없으면 임신 실패로 판정하는 식이다.

특히 관련 해외 연구에서 도플러 초음파를 통한 인공수정 19~20일차 임신진단의 민감도가 매우 높다는데 주목했다. 위음성이 가능성이 낮으니 도플러 초음파에서 임신 실패로 판정되면 믿을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특징은 번식진료에서 실용적으로 쓰일 수 있다. 통상의 한 달 주기보다 빠르게(19~20일차) 임신 실패를 확인할 수 있으면 그만큼 재수정까지 유도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는 생산비 절감효과로 이어진다.

백 원장도 아직 도플러 초음파의 임신진단 민감도를 높이는 활용법을 자체적으로 찾아가는 단계다. 백 원장은 “도플러 초음파 영상만으로 판단하기 보단 주변 장기 등 전체적인 소견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존 번식진료에도 경직장 초음파를 활용하고 있었던 만큼 도플러 영상을 추가로 활용하는데 추가적인 업무부담은 낮다고 덧붙였다.

발표의 좌장을 맡은 김일화 충북대 교수는 “혈류량 스코어링과 임신결과 등에 대한 통계가 축적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소 임상수의사들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도플러 초음파 강의는 컨퍼런스 마지막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참가자가 남아 관심을 드러냈다

CBC 검사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혈액에 대한 정량적, 정성적 정보를 제공한다. 환우가 빈혈인지, 빈혈이라면 어떤 유형인지를 추적할 수 있다. 백혈구의 숫자와 도말상 특징을 보고 소 백혈병 여부를 검사할 수도 있다.

나기정 교수는 CBC 검사 항목들의 측정 원리부터 해석상 주의해야 할 부분을 상세히 소개했다. 시료채취부터 검체 보관, 검사법 선택, 해석까지 검사 과정상 오류를 피하기 위한 노하우를 전했다.

다만 여러 농가를 돌며 왕진해야 하는 소 진료의 특성상 CBC 검사기기를 사용하거나 도말검사를 실시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지목됐다. 낮에는 왕진을 다니다 저녁에 병원으로 돌아와 검사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나 교수는 “지역의 다른 동물병원과 협력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현장에서 채혈은 일상적으로 실시하는 만큼 혈액검체를 대학 병원에 제공하여 피드백하면서 소 진료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자는 제안도 했다”고 말했다.

충북대 수의대 나기정 학장

수의사에게 검사는 근거기반 진료의 근간이자 진료매출 상승의 원동력이다. 이를 위해 기존에는 진단이 어려웠던 질환을 위해 고가의 장비를 들이거나, 기존에 실시하던 검사도 보다 좋은 기능의 장비로 업그레이드하기도 한다.

소에서도 포터블 혈액화학 검사기기나 휴대용 경직장 초음파기기가 널리 확산됐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다음 먹거리로 CBC, 도플러 초음파 등을 모색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반려동물 임상과 소 임상은 사정이 크게 다르다. 소 진료비는 높아진 사료비와 낮아진 소값 사이에 갇혀 있다.

그 한계는 포터블 혈액화학 검사에서도 단적으로 나타난다. 10여개 항목을 한 번에 검사하는 포터블 혈액화학 검사기기의 카트리지 원가는 개당 1.5만원선이다. 하지만 농가에 청구하는 금액은 3만원대에 그친다. 그 마저도 ‘1마리를 진료한 금액’ 전체에 포함되는 식이다.

검사별 처치별로 나누어 청구하고, 혈액화학검사라도 성분 개수별로 나누어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려동물 임상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CBC로의 확대를 모색하기도 쉽지 않다.

한 일선 소 임상수의사는 “70~100만원은 받아야 할 것 같은 송아지 수술을 해도, 송아지값 자체가 떨어져 농가가 100만원도 벌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청구가를 크게 줄일 수밖에 없다. 그래야 진료를 할 수라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번식진료는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안정적으로 진료비를 발생시킬 수 있지만, 일반진료는 유튜브, SNS를 타고 더 퍼지는 자가진료의 여파로 위협받는다. 소값이 좋지 않은 요즘은 더욱 그렇다는 이야기도 거듭됐다.

또다른 원장은 “농장동물 진료에 대한 정보 교류가 활발하지 못한 이유에는 자가처치와 불법진료도 있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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