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만여명 사망하는 광견병, 한국의 근절 성공방정식을 아시아에 전파한다

FAVA 아시아광견병청정화특별위원회 출범..아시아 12개국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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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수의사회(FAVA, 회장 허주형)가 아시아 광견병 청정화를 위한 국제협력에 시동을 걸었다. FAVA는 지난해 10월 대전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태평양수의사회 총회(FAVA 2024) 폐회식에서 ‘FAVA 광견병 청정 선언’을 한 바 있다.

FAVA 아시아광견병청정화특별위원회(Free Rabies Asia Special Committee, FRASC)가 3월 23일(일) 라마다 바이 윈덤 서울 동대문 호텔에서 킥오프 미팅을 열고 정식 출범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23년 보고에 따르면, 전세계 150여개국이 광견병으로 인한 심각한 공중보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매년 59,000명이 광견병으로 인해 사망하는데, 이들의 95% 이상이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다.

사람 광견병의 절대 다수는 근처의 동물에 의해 전파된다. 개에 물려 감염되는 경우가 97%를 차지한다. 고양이(2%)나 다른 야생동물로 인한 교상(1%)이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낮다. 개에서의 예방이 그만큼 중요한 셈이다.

이날 발제에 나선 유성식 중앙백신연구소 해외사업본부장은 WHO 자료를 인용하면서 “사람이 광견병에 걸린 후 치료에 드는 비용에 비해 개의 백신에 필요한 비용이 훨씬 적다”고 지목했다. 중앙백신연구소는 국내에서 주사용 사독백신과 야생동물 대상 경구용 미끼백신을 모두 보유한 유일한 기업으로, 이날 특위 출범을 후원했다.

아시아 국가별로도 차이가 크다. 한국, 일본에서는 이미 사람과 동물 모두에서 광견병이 발견되지 않은 지 오래됐다. 대만도 야생동물인 족제비오소리에서만 발견될 뿐 사람과 반려견에서의 발생사례는 없다. 반면 필리핀 이남의 동남아시아나 인도 부근에는 광견병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은 사람에서 2005년, 동물에서 2014년 이후 광견병 발생이 없다.
(자료 : 검역본부 양동군 박사)

한국에서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사람에서 광견병이 6건 확진됐다. 2005년 이후로는 사람에서 보고된 바 없다.

동물에서는 1993년 이후 5종에서 437건이 보고됐다. 소(179건)와 개(177건)가 다수를 차지했고, 야생동물에서는 너구리(76건)가 주요 숙주로 나타났다.

대부분 인천-경기-강원에 걸친 북한 접경지역에서 검출됐지만, 2013년 화성 인근에서 10건(개6, 소2, 고양이1, 너구리1)이 확인되기도 했다. 2013년 화성 발생 이후로는 동물에서도 광견병 감염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의 광견병 전문가인 검역본부 양동군 박사는 한국의 성공방정식을 기반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의 청정화 전략을 제안했다.

▲광견병 발생지역에 대한 대규모 백신 ▲야생동물 전파를 막기 위한 미끼백신 ▲광견병 백신항체 예찰 ▲조기신고체계 구축 ▲광견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대중 캠페인 등을 주요 요소로 꼽았다.

2013년 화성 발생당시에도 양성 발견지점 반경 5km에 대한 미끼백신 살포를 포함한 위 전략을 적용해 일단락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특히 광견병 상재국에서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떠돌이 개(stray dog)가 광견병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떠돌이 개 개체수를 관리하고 광견병을 방어하기 위한 ‘포획-중성화-백신-방사(TNVR)’ 프로그램 혹은 백신만이라도 실시하는 TVR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동군 박사는 “떠돌이 개를 포획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든 일이지만, 인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TVR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광견병 청정화를 위해서는 주사용 백신 공급, 경구용 미끼백신 살포 등에 각국 정부차원의 예산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쿠라우치 이사오(일본), 존슨 창(대만), 버지니아 벤투리나(필리핀) 수의사가 각국 상황을 공유했다

이날 출범한 특위는 정인성 전 FAVA 2024 조직위원장을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FAVA 차기 회장인 해리스 콘스탄티노 필리핀수의사회장과 문두환 대한수의사회 부회장이 부위원장을 맡았다.

대만,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인도, 호주, 인도네시아, 싱가폴, 미얀마, 베트남, 태국 수의사회 인사들이 특위 위원으로 참여했다.

세계수의사회(WVA) 쿠라우치 이사오 차기 회장 당선인과 존슨 창 전 회장이 방한해 특위 출범을 축하했다.

정인성 FRASC 위원장은 “한국은 이미 대규모의 반려견 백신 프로그램과 야생동물 미끼백신을 통해 광견병 청정화를 달성했다”며 “아시아 각국에서 광견병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고 정부, 학계, 동물병원 업계가 협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허주형 FAVA 회장은 “매년 5만명 이상이 사망하는 비극적 현실에 대응하는 것이 수의사에게 주어진 의무”라며 “FAVA는 특위를 중심으로 회원국과 함께 광견병 청정화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필리핀, 대만 등 특위 위원들이 자국의 광견병 상황을 공유하기도 했다. 필리핀수의사회 버지니아 벤투리나 수의사는 “주변국에서 광견병을 근절한데 대한 긍정적인 부러움(positive envy)이 광견병 청정화의 동력이 될 것”이라며 “필리핀도 올해 광견병 박멸 정상회의를 열고 다분야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매년 6만여명 사망하는 광견병, 한국의 근절 성공방정식을 아시아에 전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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