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철 대한수의사회 부회장은 9일(수) 대전 KW컨벤션에서 열린 한국돼지수의사회 컨퍼런스에서 농장동물 진료권과 관련한 수의계 현안을 공유했다.
농장동물에 전면 허용되어 있는 자가진료를 처치 수준으로 축소 조정하고, 수의사처방제를 백신으로 확대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정부가 내세우는 ‘자율방역’을 실현하려면 가축질병치료보험, 거점 동물병원과 같은 인프라와 연계한 수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연철 부회장은 “가축에 대한 자가진료를 ‘자가치료’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 수의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모든 동물에 허용되어 있었던 자가진료는 축산법상 허가·등록 축종으로 축소됐다. 반려동물을 비롯해 야생동물, 실험동물 등의 자가진료는 모두 법적으로 금지됐지만, 가축의 자가진료는 그대로 남았다.
축산농가에서 자기가 사육하는 가축에 대해서는 진료 그 자체를 허용해주다 보니 문제가 커졌다.
우 부회장은 “진료는 진단과 치료의 연속선에 있다”면서 “1994년 (수의사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자가진료를 허용하면서도 진단과 치료 전부를 소유주에게 허용하려는 취지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간단한 처치를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정도로만 예외를 두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가진료는 더욱 심화됐다. 단순히 수의사를 부르기 전에 약을 먼저 써보는 정도를 벗어났다. 농장이 스스로 혹은 약품·사료 거래처의 도움을 받아 부검하고 가검물을 채취하여 진단검사기관에 보내 정밀진단을 받는다. 그에 따라 약을 취사 선택한다. 분류만 자가진료일뿐 수의사가 하는 진료와 비슷한 형태다.
약을 선택하면 사서 쓰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설령 수의사 처방이 반드시 필요한 동물용의약품이라도 수의사 진료 없이 주문해 쓰는 것도 어렵지 않다. 정부는 이를 단속하기는커녕 농가지원이라는 명목 하에 관납약품을 주는데 열심이다. 그 사이에서 동물병원은 존재 가치를 내세우기 어렵다.
이 같은 폐해를 개선하려면 자기가 사육하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행위라도 수의학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진단’은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약품·사료 거래처 직원의 불법진료나 민간병성감정기관의 합법적 운영 문제와 보다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안이기도 하다.
우 부회장은 “(자가진료 허용 범위는) 수의사가 내린 진단과 처방에 따라 농가 스스로 처치하는 정도여야 한다”고 지목했다.
수의사처방제 확대 필요성도 제언했다. 2022년 항생제 전(全) 성분을 처방대상으로 당연 지정한 후 3년여가 흘렀다. 추가 확대를 논의할 시기가 됐다는 것이다.
우 부회장은 “수의사회의 요구는 농장동물용 생독백신”이라며 “생물학적제제는 수의사의 진료 후 처방 하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에서는 개 4종 종합백신을 포함해 주로 사용하는 백신들은 이미 처방대상으로 지정됐다.
최근 정부가 중장기 가축방역 발전 대책을 발표하면서 ‘자율방역’을 내세운 것을 두고서는 본사업에 들어간 가축질병치료보험을 더욱 확대하고 거점 동물병원을 만들어 이와 연계한 수의사가 방역을 주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 부회장은 “흩어져 있는 방역 관련 예산을 효율화하면서 그 주체는 수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