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회, “SNU반려동물검진센터 끝까지 막는다” 연석회의서 결정

대한수의사회, SNU홀딩스 관여된 SNU반려동물검진센터 대응 연석회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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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회가 (가칭)SNU반려동물검진센터 설립에 한목소리로 반대하기로 했다. 반대 서명 운동부터 AVMA에 현 사태 전달, 법인 취소 요청 등 다양한 방법을 펼칠 계획이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SNU홀딩스가 피해를 보든, 서울대가 피해를 입든 끝까지 이 문제를 걸고넘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수의사회(KVMA, 회장 허주형)가 14일(월) 지부장·산하단체장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전국 지부장과 산하단체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연석회의 개최 목적은 ‘SNU반려동물검진센터’ 대응 방안 논의였다.

수의사회 경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4일 동물진료법인 스누반려동물헬스케어센터가 서울시로부터 동물진료법인(재단법인) 허가를 받았고, SNU홀딩스의 자회사인 주식회사 스누펫이 관련 업무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SNU홀딩스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가 설립한 사업지주회사이며, 현재 스누펫에는 SNU홀딩스 자금 3억원과 외부 투자금 50억원이 투입됐다는 게 수의사회의 설명이다.

자료에 따르면, 스누반려동물헬스케어센터 동물진료법인은 현재 서울시 광진구에 2개 층 약 200평 규모로 SNU반려동물검진센터(이하 SNU검진센터)를 만들고 있다.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SNU검진센터 설립이 가시화되자 수의계 곳곳에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SNU검진센터가 만들어지는 광진구수의사회가 서울시수의사회 이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서울시수의사회가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 관련 질의를 했다. 서울대 수의대는 “해당 건은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과는 관련 없는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이후, 황정연 서울시수의사회장, 강진호 광진구수의사회장, 대한수의사회 우연철 부회장 등이 스누반려동물헬스케어센터 이사장과 미팅을 했고, 지난 3월 30일에는 서울시수의사회가 임시 이사회를 열고 수의사회 차원에서 SNU검진센터에 공식적으로 반대하기로 의결했다.

대한수의사회는 이달 초 서울대 수의대 학장단과 미팅을 가졌으며, 서울대학교 총장, SNU홀딩스, 주식회사 스누펫,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학장 앞으로 ‘반려동물 검진센터 추진 중단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공문에는 “반려동물 검진센터 추진 중단을 요청하며, 즉각 중단되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 회원들의 협조를 통해 대응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이날 “수의계 전체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지부장, 산하단체장 연석회의를 개최했다”며 SNU검진센터 사태가 광진구나 서울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수의계 전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황정연 서울시수의사회장도 “지부(서울시수의사회)의 힘으로는 부족하고 다 같이 힘을 합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

이날 연석회의에 참석한 수의계 주요 인사들은 대부분 ‘SNU검진센터’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강력히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우선, SNU검진센터가 건강검진만 수행하고 치료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검진·진단과 치료는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예를 들어, 마취 후 CT 촬영을 하다가 문제가 되면 처치를 해야 하는데 그 자체가 치료행위라는 것이다. 검진센터 운영이 힘들어지면 결국 다른 진료행위를 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동물병원은 비영리법인으로 설립·운영되지만, SNU검진센터 측에서 밝힌 ‘반려동물 생애 전주기 데이터 수집’이 주식회사 스누펫과 관련되어 영리 목적으로 진행된다면, 수의사법이 허용하는 동물진료법인의 부대사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었다.

현행 수의사법이 허용하는 동물진료법인의 부대사업은 ▲ 동물진료나 수의학에 관한 조사·연구 ▲부설주차장의 설치·운영 ▲동물진료업 수행에 수반되는 동물진료정보시스템 개발·운영 사업 중 진료부(진단서 및 증명서를 포함한다)를 전산으로 작성·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의 개발·운영 사업 및 동물의 진단 등을 위하여 의료기기로 촬영한 영상기록을 저장·전송하기 위한 시스템의 개발·운영 사업이다.

2013년 수의계가 힘을 합쳐 성취한 ‘영리법인 동물병원 개설 금지’ 취지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나왔다.

“2013년 영리법인 동물병원을 반대한 이유가 거대자본에 수의사들이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는데, 이런 형태가 유야무야 넘어가면 선례가 되어 제2의, 제3의 자본이 비영리법인 동물진료법인을 만들어 영리 추구를 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 지부장은 “지부에서 흔히 말하는 ‘사무장 동물병원’을 막기 힘들다. 그런데, 서울대가 이런 병원을 만들면 안 된다”며 SNU검진센터가 (돈은 다른 곳에서 대고 운영은 수의사가 하는) 사무장 병원 형태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주변 동물병원에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많았다.

또 다른 지부장은 “일차적으로 주변 1인 동물병원에 피해를 주고, 자리 잡으면서 중형·대형동물병원에 피해를 주고 그다음에 (같은 광진구에 있는) 건국대부속동물병원에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며 “그럼, 건국대도 맞대응을 하고, 주변 동물병원도 경쟁에 참여하면서 생태계가 교란되고 다 같이 망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학교(서울대)가 이 문제를 종식시켜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결국, 모든 책임은 서울대학교 본교 및 수의대에 귀결된다는 것이다. 서울대 수의대가 “해당 건은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과는 관련 없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최종적으로 서울대가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허 회장의 생각이다.

허주형 회장은 “결국 서울대는 뭐했냐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SNU홀딩스는 서울대 지주회사고, 서울대 수의대가 있기 때문에 SNU검진센터도 만드는 것이다. (수의대가 없는) 고려대가 반려동물검진센터를 만들지 않지 않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연석회의에서 공유된 대응 계획에는 서울대 및 서울대 수의대에 책임을 묻는 계획도 담겼다. 향후 대응 계획(안)은 다음과 같다.

중앙회, 각 지부, 산하단체 등이 성명서 발표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

회원들의 반대 서명을 받는다.

서울대와 SNU검진센터 앞에서 1인 시위 또는 집회를 연다.

서울대 수의대의 AVMA 인증 유지와 관련하여 AVMA에 의견을 제출한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AVMA(미국수의사회) 인증 대학은 ‘지역 사회와 적절한 임상학적 교류’를 해야 한다고 한다. 이에 ‘SNU검진센터 설립 행동이 지역 사회와의 적절한 임상학적 교류가 아니’라는 의견을 AVMA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AVMA 재인증을 추진 중인 서울대 수의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안이다. 만약, 서울대 수의대가 AVMA 재인증에 실패할 경우, 이번 사태가 원인으로 지목되어 책임을 묻게 하겠다는 심산이다.

서울시에 동물진료법인 허가 취소 요청도 검토한다.

민법 제38조에 따르면,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관청이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서울대 교수 등을 통한 철회 요청 방안이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주식회사 스누펫 대표자와 동물진료법인 스누반려동물헬스케어센터 대표자는 모두 서울대 교수다. 따라서, 다른 교수들이 대표자 교수를 설득해 사업을 철회하도록 하는 계획이다.

대한수의사회 법제위원회를 통한 징계 계획이다.

스누반려동물헬스케어센터 대표자(수의사)를 대한수의사회장이 법제위원회 심의·의결을 통해 징계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연석회의 참석자들은 구체적인 대응 순서를 대한수의사회에 위임하기로 했다. 대한수의사회는 각 지부별로 반대 서명운동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연석회의에서는 참가자 간 시각차도 확인됐다. SNU검진센터에 반대하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됐지만, 반대하는 명분과 반대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온 것이다. 이러한 시각차는 일선 임상수의사들 사이에서도 확인된다.

대표적으로, 서울대여서 문제인지, 대학이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지, 혹은 건강검진만 하기 때문에 문제인지 등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SNU검진센터는 반대하면서 세종 충북대학교 동물병원이나 경상국립대 동물의료원 부산 분원에 대해서는 수의사회 차원의 반대가 왜 없냐는 의견이 있다.

SNU검진센터는 다른 진료는 하지 않고 건강검진만 수행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건강검진 시 문제가 확인되면 관악구 서울대동물병원으로 의뢰하지 않고 지역 동물병원 혹은 보호자가 원래 다니는 동물병원으로 보낼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학동물병원 분원은 모든 진료를 수행한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서울대’ 명칭을 쓰지 않는 SNU검진센터와 달리 대학 이름을 사용한다. 오히려 주변 동물병원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이날 연석회의에서도 세종충북대동물병원과 경상국립대 부산동물병원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반면, 대학동물병원 분원은 2차 진료만 하기 때문에 주변 동물병원에 피해가 적다는 반론도 있다. (2차 진료를 하는 대형동물병원을 제외한) 1차 동물병원의 경우 근처에 대학동물병원이 생겨도 직접적인 피해가 없지만, SNU검진센터는 1차 동물병원의 의뢰 없이도 보호자가 직접 방문해 건강검진을 받기 때문에 주변 동물병원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그럼 대학동물병원이 생겼을 때 주변 ‘대형’동물병원이 받는 피해는 괜찮은가?’라는 질문이 이어지며, 만약 ‘SNU검진센터가 2차 진료를 하겠다고 하면 반대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SNU검진센터가 지금은 건강검진으로 시작하지만, 운영이 어려워지면 결국 다른 대학동물병원처럼 2차 진료를 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데, 이 명분으로 반대하려면 다른 수의과대학 동물병원 분원에 대한 반대는 왜 없느냐는 지적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서울대여서 더 큰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서울대 이름이 갖는 프리미엄이 크고, 서울대 간판만으로도 환자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SNU검진센터가 ‘SNU’ 이름을 빼고 운영한다고 했을 때 반대할 명분이 사라지며, 수의대를 보유한 다른 대학이 검진센터를 만들 때도 반대 명분이 약해진다.

영리법인 동물병원 개설 금지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에 반대 행동에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의견도 확인된다. 현재, 일부 수의사들 사이에서 “2013년 영리법인 동물병원 개설을 막은 것은 잘못된 행동이었다. 수의사들이 스스로 시장 확장 기회를 박탈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런데, “2013년 영리법인 동물병원을 막은 취지에 반한다”는 의견을 SNU검진센터를 반대하는 명분으로 대외적으로 밝히면, 추후 ‘영리법인 동물병원 재허용’ 의견이 수의계 주류가 됐을 때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마지막으로 대응 방법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의대 증원 사태로 인한 의대생 수업거부·전공의 파업으로 전문 직종에 대한 국민 여론이 나쁜 상황에서 수의사들이 생존권을 언급하며 ‘SNU 검진센터’ 건립에 반대할 경우, 집단 이기주의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최근 정부가 ‘수의사 중장기 수급 추계 연구’ 연구용역을 재입찰했는데, 자칫 집단행동이 ‘수의대 증원’ 여론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SNU검진센터가 공공성과 공익성을 강조할 때, 수의계는 반려동물 건강증진이나 동물복지에 대한 언급 없이 ‘주변 동물병원에 대한 피해’와 ‘생존권’을 강조하면서 집단행동에 치중할 경우, 사태가 이슈화될수록 수의계에 불리한 여론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SNU검진센터에 반대한다는 원칙은 세워졌다. 대내외적으로 어떤 명분을 가지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현실적이면서 세련된 실천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의사회, “SNU반려동물검진센터 끝까지 막는다” 연석회의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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