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관 매각·매입 안건 논의` 서수 이사회,논란 속 부결로 마무리
‘서울시수의사회관 매각 및 매입 심의의 건’ 안건 논의를 위해 개최된 서울특별시수의사회 임시총회가 논란 속에 부결로 마무리됐다.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제 22대 집행부에서는 사실상 회관 매각·매입 추진이 없을 전망이다.
29일(화) 오후 9시 건국대학교 산학협동관에서 개최된 임시총회에는 50여명의 회원이 참석했다. 총회 시작 시점에 참석한 회원은 35명뿐이었지만, 350명이 넘는 회원이 위임장을 제출하여 총회가 개회될 수 있었다.
이번 총회는 총회가 열리기 전부터 대한수의사회 게시판을 중심으로 논란이 됐다. 논란이 된 부분은 ‘회관 매각·매입 추진의 방법 및 속도’, 그리고 ‘예시로 제시한 건물’ 등 크게 2가지였다.
서울시수의사회관 매각·매입 논의가 처음 진행된 것은 지난 10월 22일 제4차 이사회였다. 당시 이사회에서 손은필 회장은 “골치 아픈 일이기 때문에 임기 중에 손대기 싫었지만 현 회관은 공간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전이 필요하다. 그래서 오늘 이사회의 의견을 먼저 물은 뒤 동의를 해주시면 회관 이전 건을 구체적으로 다뤄보겠다”고 말했다. 당시 참석 이사 전원이 이에 대해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이후 서울시수의사회는 10월 29일 5차 이사회에서 추가사항에 대해 보고했고, 12월 11일 대수 이사회에서 회관 매각·매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렸으며, 12월 14~15일 ‘서울시수의사회관 매각 및 매입 심의의 건으로 임시총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이사회 서면결의를 통해 동의를 얻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사회의 서면결의를 받을 때 서울시수의사회는 안암동 2가에 있는 한 7층 건물과 해당 건물의 구입비용, 대출 상환 계획을 제시하며 “좋은 조건의 매물이 나왔다. 이사회를 통해 구체적인 설명을 드려야 하는 게 절차이오나 그럴 경우 총회 개최 시기가 많이 늦어지고 매매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있어 이렇게 서면결의로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제적인원 47명 중 43명의 이사가 동의하여 임시총회 개최가 확정됐지만, 이후 “중요한 이사회 결정 사항을 서면결의를 통해 진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두 명이 알아본 건물에 대해 매입을 논의하는 것은 안 된다”, “부채를 다음 집행부를 넘기면 안 된다”, “회관 이전은 정관에 의거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충분히 검토한 후 진행되어야 한다”, “중대한 사항을 30여명 밖에 들어갈 수 없는 서울시수의사회 세미나실에서 개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시세를 알아본 결과 급하게 논의해야 할 건물이 아니다” 등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일부 회원은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문제가 커지자 서울시수의사회는 총회 장소를 건국대학교 산학협동관으로 옮기고 “제출된 대출관련 자료는 예시이며 일종의 시뮬레이션이다. 회관 확장이전 문제는 이사회와 총회를 통해서 추진하는 방법, 회관 건립 특별 위원회를 구성해서 논의하고 이사회와 총회에서 결정하는 방법, 차기 집행부로 넘기는 방법, 기타 발전적 의견의 방법 등이 있다. 이런 다양한 방법을 놓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민주적인 의견을 수렴하여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논란 속에 29일 총회가 열렸다.
손은필 회장은 안건상정에 앞서 “절차상 문제 있었던 것을 인정하고, 사과드린다. 문제제기를 통해 회관 매입 건에 대한 공론화 및 투명화에 기여한 것도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회관은 굉장히 협소한 관계로 회원들의 소통 공간도 부족하고, 수의사들이 반려동물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반려동물 문화 공간도 부족하다. 회관 확장 이전 문제는 더 이상 금기사항이 아니다. 현재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회관 이전 문제는 이제 오늘 이 자리에서 논의하는 것이다. 서울시수의사회 미래를 위해서 진심어린 의견을 질서 있게 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안건 상정 후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이사회에서 서면 결의한 내용에는 ‘특정 건물에 대한 매입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건물을 제외하고 회관 매입·매각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라면 이사회 서면결의 사항과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임시총회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또한 “추진과정이 매끄럽지 않고, 투명하지도 않았다”, “회관매각매입추진위원회를 만들어서 회원들과 소통하면서 천천히 추진해야 회원들이 동의할 것”이라는 의견도 이어졌다.
집행부는 “이사회 서면결의를 받은 것은 임시총회 안건에 대해 받은 것이고, 어떠한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해당 건물을 구입하기로 결정된 것도 아니다. 오늘 임시총회 자리는 회관 매각매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매각매입을 앞으로 추진해도 될지에 대해 묻는 자리일 뿐”이라고 밝혔다.
‘매각 및 매입 심의의 건’이라는 안건 명칭에 대한 해석을 두고도 의견이 갈렸다.
집행부는 “미리 언급됐던 그 건물을 매입하는 것이 아닌, 앞으로 매각 및 매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동의해 달라”고 이야기 했지만 일부 회원은 “심의할 건물이 없는데 무엇을 심의하느냐”, “이사회 결의 사항과 총회 안건이 다르기 때문에 심의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팽팽히 맞섰다.
어쨌든 안건은 상정됐고, 상정된 안건에 대한 처리를 진행해야 하므로 찬반 투표가 진행됐다. 일부 회원은 “이사회 서면결의 내용과 다른 내용을 심의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회의장을 나서기도 했다.
실제 투표에서는 압도적으로 반대표가 많았고, 안건은 부결됐다. 손은필 회장은 “회관 확장 이전이 꼭 필요한 상황이지만, 일부 회원의 반대가 있고 불협화음을 일으키면서까지 추진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회관 매각·매입처럼 중대한 사항조차 회원들 관심 낮아 아쉬워”
서울시수의사회관의 확장이전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대부분의 참석회원이 동의했다. 하지만 절차와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안건이 부결됐다.
서울시수의사회 정관을 보면 회의는 재적회원 과반수이상의 출석으로 성립되고 참석인원의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그러나 정관 개정 및 기본재산의 처분은 과반수의 참석과 참석인원 2/3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즉, 회관 매각·매입건은 참석 회원의 2/3이상이 참석해야 처리될 수 있는 중대한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총회가 개최될 때 참석한 회원은 35명뿐이었다.
정관 16조에는 정기총회, 임시총회, 이사회, 상임이사회 회의는 회의록을 작성하여 회의 결과를 모든 회원에게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 날 임시총회 회의 역시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 됐다.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회원들을 위한 배려였다. 하지만 접속자는 최대 20여명이었다. 회의에 직접 참석한 회원과 생중계를 시청한 회원을 모두 합쳐도 70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시수의사회 전체 회원의 1/10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번 안건을 찬성했던 회원이든, 반대했던 회원이든 모두 “중요한 안건인데 회원들의 참여율이 적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집행부의 홍보부족을 원인으로 꼽는 회원도 있었다.
회관 매각·매입건은 부결됐다. 하지만 회관 확장이전의 필요성에는 대부분 회원이 동의하는 만큼 언젠가 다시 서울시수의사회관 확장이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그 시점에는 충분한 홍보와 회원들과의 소통 증진, 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불협화음 없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수의사회 중요 사안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율이 높아져야 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