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료 사각지대 `유기견 보호소`,봉사로 해결 나선 수의사들
4월 23일 하루에만 세 곳에서 동물의료 봉사활동
7월 1일부터 반려동물에 대한 자가진료가 금지된다. 비록 주인이라 하더라도 수의사가 아닌 비전문가가 동물 진료행위를 할 경우 자칫 동물학대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자가진료가 금지된다고 하여 약을 먹이는 등의 간단한 처치행위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주사나 수술 등의 전문적인 진료행위가 금지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약을 먹이는 등 자신의 아들이나 딸에게 하는 행동은 계속 할 수 있고, 아들이나 딸에게 하지 않는 주사, 수술 등은 하지 못하게 된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즉, 동물이라고 마음대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사람과 같은 수준으로 바뀐다고 보면 된다.
동물학대를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반려동물의 자가진료가 금지되어야 하는 명분은 충분하지만 기존에 주사 등 자가진료를 통해 운영해왔던 전국의 유기동물 보호소는 당장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의 자가진료 금지가 추진될 때 일부 유기동물 보호소 관계자들은 “동물학대 행위를 막기 위해 자가진료가 금지되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자가진료가 금지된 뒤의 보호소 운영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의사들이 나섰다.
유기동물 보호소라는 동물의료 사각지대를 수의사들의 자발적인 의료봉사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4월 23일(일)은 이러한 수의계의 노력이 잘 나타난 하루였다.
23일 하루 동안 전국 3곳의 보호소에서 수의사들이 참여한 동물의료 봉사활동이 진행됐다.
서울시수의사회 수의료봉사대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봉사단과 함께 용인 행강집 유기견 보호소를 방문하여 백신 접종, 내외부기생충 구충, 심장사상충 검사 등 예방진료를 시행했다.
경기도수의사회 동물복지위원회는 배우 이용녀 씨가 운영하는 경기도 포천의 유기견 보호소를 방문하여 중성화 수술, 보호소 청소, 심장사상충 검사 및 구충제 투여를 진행했다. 건국대 수의대 봉사동아리 바이오필리아 학생들이 양쪽 봉사에 모두 참여했다. 서울시수의사회 봉사에는 미스유니버시티 봉사단 ‘지수회’가 동참하기도 했다.
한국수의임상포럼 KBVP 의료봉사단 ‘보드미’는 유기동물 보호소는 아니지만 성남 야탑동의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봉사를 진행했다.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경우 길고양이들의 영역확보를 위해 주변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 TNR 사업의 중요성이 더 높은 곳이다. 이 날 봉사에는 유기견 새삶 봉사단과 경기도 동물사랑봉사단도 함께 참여했다.
각 수의과대학 봉사단 및 지역수의사회 봉사단, 자발적 참여 봉사단까지
현재 각 10개 수의과대학에는 동물보호복지를 위한 봉사동아리가 있다. 이들은 학교 실험동물에 대한 복지부터 지역 길고양이 문제 해결, 국내 유기견보호소 봉사, 해외 수의료 취약지역 봉사활동까지 실시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수의사회, 경기도수의사회, 부산시수의사회, 대전시수의사회 등 각 지역 수의사회들도 동물의료봉사단을 운영한다.
거기에 버려진동물을위한수의사회(버동수)처럼 수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봉사단도 있다.
최근 제25대 집행부 인선을 마무리한 대한수의사회 역시 수의료봉사 특별위원회와 동물보호복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동물의료 봉사활동과 동물보호복지 정책 마련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수의사들이 이처럼 유기동물 보호소 의료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수의사들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함이며 동시에 자가진료 제한 이후 어려움을 겪을 유기동물 보호소의 의료 사각지대를 해결해주기 위해서다.
최영민 서울시수의사회장은 “반려동물의 자가진료 철폐를 위해 동물보호단체와 수의사들이 함께 힘을 합쳤던 만큼, 제도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수의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단협 간사인 행강의 박운선 대표는 “수의계에서 백신, 구충 등 예방진료만이라도 지원한다면 보호소 동물들의 기본적인 건강관리는 가능해진다”며 “수의사-보호소 간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동물의료 사각지대 해소와 동물학대 예방을 통한 진정한 동물보호복지 문화 정착을 위해 수의계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