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 `자가치료 인증 지침`을 강력히 규탄합니다!
존경하는 서울시수의사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서울시수의사회 회장 최영민입니다.
최근 여러 현안문제를 다루며 뼈저리게 느낀 바가 있습니다. 수의사로서 바라던 수의사회의 모습과 현실에서 수의사회가 할 수 있는 일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능력이 조금 부족하다 해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동물에 대한 진료권은 수의사만이 가질 수 있다’는 원칙입니다. 의료전문가의 독점적 진료권이란 국가가 인정한 정당한 권리로, 전문가가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직업적 자존심입니다. 회원 여러분 모두 이 생각에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현재 농축산부에서는 사육자 편의에 치우친 행정으로, 동물약품 판매로 수익을 내고 있는 이해관계 당사자를 협의 과정에 개입시켜 동물 자가치료를 공식적으로 인증해주는 행정지침을 강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농축산부의 논리는 단순합니다. 피하주사는 위험한 진료행위가 아니니 자가진료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약사 예외조항이 수의사처방제를 무력화하고 있는, 비상식적인 제도가 존재하는 이 나라에서, 농축산부의 행정지침은 ‘수의사의 고유 진료권은 침습적 외과수술 정도에 국한된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안전한 행위들이 왜 사람에게 있어서는 허용되고 있지 않습니까?
자가진료는 곧 동물학대 행위임이 명백한 상황에서, 우리는 농축산부가 생명존중과 동물복지에 대한 기본적 인식조차 결여돼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서울시수의사회는 선언합니다. 우리회는 이 같은 농축산부의 ‘만행’에 절대로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먼저 수의사 관련 단체를 포함한 수의과대학 협의체와 동물보호단체, 시민단체 등이 모두 참여하는 ‘자가진료대책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대국민 홍보활동을 통해 농축산부의 무능과 병폐를 고발하고 ‘자가치료 인증’방침의 불합리성과 비윤리성을 폭로하겠습니다. 또한 현 정부와 각 정당과의 논의를 통해 동물복지와 반려동물 문화산업 정책을 올바른 방향으로 추진해줄 새로운 부처의 신설을 강력히 요구하겠습니다.
전문가인 수의사들은 지금 농축산부가 행하고 있는 ‘피하주사 허용’방침이 얼마나 위험한 불씨를 던지는 것인지 잘 알고 있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회는 ‘자가접종 부작용’같은 위험천만한 사례들을 모아 매스컴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겠습니다.
존경하는 서울시수의사회 회원 여러분!
농축산부가 ‘동물의 건강권’과 ‘수의사의 진료권’이라는 대원칙보다 축산 이해관계자들의 사사로운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자가진료 제한을 가장하며 실제로는 자가진료를 인증하는 행정지침 추진이 계속된다면, 우리회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강력한 반대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을 엄중히 선언합니다. 동시에 농축산부에도 분명히 경고합니다!
동물복지를 포기하고 수의사의 진료권을 무시하는 농축산부로부터 받은 수의사 면허를 저부터 반납하겠습니다!
이 땅의 모든 동물의 생명권과 수의사의 직업의 존립을 지키기 위해, 역사에 죄를 짓지 않기 위해 모든 걸 내려놓고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쉽게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이 땅의 수의사가 무르기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반드시 그들에게 증명해보이겠습니다!
지금은 흔한 위기상황을 넘어, 수의사의 직업적 존재 의미가 걸린 역사적 순간입니다.
끝으로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의 안위만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아주 극소수라도 있다면, 단테의 신곡 중 한 구절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위기의 순간에 중립을 지킨 자를 위해 남겨져있다’
회를 믿고, 저를 믿고, 여러분 스스로를 믿고 투쟁에 동참해 주십시오. 회원 어려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7.5.23.
서울시수의사회 회장 최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