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기관
미국 LA 근교 동물병원 : Animal Medical Clinic → Family Pet Clinic → Los Coyotes Pet Hospital → Affordable Care Animal Hospital → Peninsula Pet Clinic
지원 동기
실습 전 가장 크게 비중을 두었던 두 가지 동기가 있는데 그 중 첫 번째가 선진화된 미국의 동물권·동물복지와 체계화 된 임상을 현장에서 직접 느껴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동물보호법 개정, 동물복지형 축산농장 등 우리나라에서 동물권과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으며, 수의사들 또한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추어 변화할 필요가 있는 만큼, 좋은 선례를 가진 미국에서 직접 보고 느끼며 배우게 된다면 그 경험이 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또한 수의전문의제도가 잘 정립되어 활성화된 수의선진국 미국의 임상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예를 들어 병원의 구조·체계·운영·테크니션·관련 법률·수의사의 지위와 생활·시민들의 인식 등은 어떤 지 몸소 배우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는 본인의 진로 결정에 도움이 될 경험을 위해서였습니다. 수의과대학에 입학한 후 거의 매년 지나가는 말로 혹은 미국에서 임상을 하고 계시는 수의사님의 특강을 통해 미국 수의사라는 진로에 대해 들어왔습니다.
예과 시절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관심을 가졌고, 본과 1·2학년 때는 학업과 학생회 활동으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본과 3학년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미국 수의사로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과 선배님들의 조언을 통해 미국 수의사 면허 취득 방법을 비롯한 미국에서 수의사로서의 생활 등 구체적인 내용을 알게 되었지만, 본인의 진로인만큼 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가서 직접 임상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다행히 운 좋게도 본과 2학년 때 미국에 계신 신동국 수의사님이 운영하시는 MG장학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된 상태였고, 강원대학교 동물생명6차산업 특성화사업단(CALSIS)의 국외 연수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지원 방법
이전부터 개인적인 친분이 있던 신동국 수의사님께 여름 방학 실습을 부탁드렸고, 수의사님께서 LA 근교에 계신 강원대 출신 선배님들을 연결해 주셔서 한 달 동안 기간을 나누어 여러 선배님들의 병원에서 실습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실습을 하고 싶지만 직접적으로 친분이 있으신 수의사님이 없으신 경우라면 학교에 계신 교수님들께 부탁을 하시거나, 선배님들 중 미국에 진출하신 분들이 있으시면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려 실습 일정을 잡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LA의 경우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만큼 재미 한인 수의사님들이 많이 계신데, 연차가 오래되신 수의사님들의 경우 서울대 출신 수의사님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그 점을 알고 연락을 드리면 더 용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습 내용 – 개요
7월 2일부터 7월 29일까지 총 28일간 신동국 수의사님 병원을 비롯하여 5분의 서울대·강원대 선배 수의사님의 동물병원에서 실습을 진행하였습니다.
각 병원에서 짧게는 2일, 길게는 4일 정도 개·고양이 위주의 진료 참관, 처치 보조, 수술 보조 및 참관 위주로 실습을 진행하였으며, 병원마다 특색 있는 병원 운영 방식, 진료·처치·수술법을 배우고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6월 30일에 미국에 도착하여 약 2일간 시차 및 현지 적응 후 바로 실습을 시작했으며, 1주차부터는 먼저 한국과 다른 미국의 문화 파악(동물병원 관련된 내용에 국한되지 않더라도)이 우선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미국의 동물병원 운영 방식 및 수의사의 역할과 위치, 동물병원에서 테크니션의 역할과 위치,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보호자들의 동물병원·수의사에 대한 인식과 동물에 대한 가치관에 대해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환축 진료 시 수의사님과 함께 진료에 참관하여 보호자와의 의사소통 과정을 이해하고 각 케이스에 수의학적 지식을 연관시키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동시에 정확한 내용 이해를 위해 매일의 실습이 끝난 후에도 틈틈이 Listening 공부를 하였으며 각종 처치 보조 및 실습, 각종 수술 참관 및 보조를 시행하였습니다.
2주차부터는 본격적으로 진료 참관 후 케이스 스터디 형식으로 수의사님과 질의응답을 가진 후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식으로 진행하였으며, 수술팩 싸기 및 수술 전 준비 등 교과서적 지식을 적용할 수 있는 실습 위주로 진행하였습니다.
3, 4주차에는 좀 더 고난이도 수술을 참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환축의 상황에 따른 케이스 분류(피부질환·행동장애·위장관계 질환 등)를 통한 실습을 진행하였습니다.
상세 내용 – 1주차 (내용의 간결성과 이해를 위해 평어체를 사용했습니다)
1주차는 실제 업무나 진료 참관보다는 하루이틀 정도 수의사님을 따라다니고, 테크니션들의 이름과 업무를 알아가며 병원이 어떻게 운영되고 보호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관찰하는 기간이었다.
한국의 동물병원과 다른 점이라면, 가장 먼저 원장실과 진료실의 분리가 있었는데 예를 들어 한국은 진료실에 수의사가 앉아있고 보호자가 환축과 함께 들어오는 방식이라면 미국의 경우 보호자가 진료실에서 기다리다가 수의사가 들어오면 진료를 시작하는 방식이었다.
얼핏 보면 큰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수의사의 개인적인 공간과 진료의 공간이 동일한 대부분의 한국 동물병원과 달리 공간이 분리되어 있고 또한 수의사가 아닌 보호자가 먼저 기다린다는 점에서 수의사에 대한 존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미국은 수의테크니션 제도가 정립되어있기 때문에 자격증을 가진 RVC들이 병원에 근무하고 있으며, 테크니션이 간단한 문진, 백신 접종, 채혈, 수술 전 준비, 각종 검사 시료 채취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수의사는 중요도가 높은 진료(신체검사, 병력검사)와 처방, 수술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명확한 분업을 통해 수의사의 업무 강도를 낮추고, 더욱 원활한 병원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동물과 동물병원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보호자들의 인식이다. 한국은 역설적이게도 의료보험이 잘 되어있어 상대적으로 동물병원비에 대해 ‘비싸다, 불필요하게 과하다’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미국의 경우 사람병원비 또한 매우 비싸고 동물병원비도 한국에 비해 비싼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시민이 의료비용에 대해 수긍하고 있다.
이는 사회 전반에 의료 행위, 그리고 생명을 치료하는 행위에 대한 존중이 반영된 결과이며 인의에 그치지 않고 수의까지 적용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가끔 Estimate를 보며 ‘이 검사가 꼭 필요할까? 또는 이 정도 비용은 좀 과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수의사님께서 항상 해당 검사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해주시고 보호자분이 질문을 하시면 모두 답해주시고, 결정적으로 모든 검사와 처방, 처치는 Estimate를 받은 후 가격을 보고 보호자가 부담할 수 있는 선까지만 실시하도록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과잉진료, 진료비 폭리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이러한 방식이 도입되어 정립되면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진료 과정에서 병력검사, 신체검사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수업시간에도 항상 교수님들께서 강조하셨는데 미국은 대형견이 상당히 많고 외부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히 더 중요했다. 신체검사를 통해 벼룩·진드기 등을 확인해낼 수 있고, 골격계 질환 등도 빠르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미국에서 사용하는 단위(예를 들어 무게는 파운드, 온도는 화씨, 거리는 마일)가 직관적으로 들어오지 않아서 조금 힘들기도 했다. 대형견 위주 진료가 많기 때문에 소형견 위주 보정법에 익숙했던 나는 더 다양한 보정법을 배워야 했고, 사소한 차이(입마개와 엘리자베스 칼라)도 확인할 수 있었다.
1주차에는 주로 중성화 수술 위주로 수술 참관 및 보조를 하였다. 사지 보정, 삭모, 수술 부위 멸균(알코올과 클로르헥시딘) 및 세척 등 수술 전 준비 과정을 실습하였으며, 수술 중에 조직별로 사용해야 할 봉합사의 종류들을 파악하고 중성화 기법을 파악했다.
특히 암컷 중성화(Spay)에서는 개와 고양이에서의 차이점에 대하여 배웠는데, 개의 경우 Cervix(자궁경)이 잘 늘어나고, 고양이는 Suspensory Ligament가 잘 늘어나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궁을 다룰 때 조심해야 한다. 난소인대는 난소와 콩팥 뒤쪽을 연결하는 구조물로 주의해서 다루어야하며, Spay 후 봉합 시에는 복막이 아닌 근막만 뜨면 자연스럽게 봉합된다.
개와 고양이의 필수 백신 및 접종 방법 또한 실습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DHPPi가 대표적이지만 미국에서는 추가적으로 Bordetella와 Lyme disease에 대한 백신도 일반적이었다. 특히 진드기와 벼룩 구제 같은 해충 구제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수술팩 싸는 방법을 실습했는데, 수술팩의 경우 교과서적 내용을 기반으로 하지만 술자의 선호도에 따라 구성되는 수술기구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구성해보았으며 최종적으로 수술팩의 멸균을 위한 Autoclave 작동법까지 실습했다.
상세내용 – 2주차
본격적으로 진료를 참관하여 보호자와 수의사님 간의 의사소통을 이해하고 수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적용시켜보았으며, 진료가 끝난 후 어떠한 이유에서 특정한 검사 및 처방을 지시하였는지 간단하게 Study한 후 본 검사 및 처치 과정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실습을 진행하였다.
뇨검사와 방광 천자가 필요한 경우에 대해서 공부했으며, 특히 혈뇨가 있는 환축의 경우 혈뇨의 배출 시점을 통해 병변 부위가 Postrenal인지 Prerenal인지도 구분할 수 있음을 알았다.
감염으로 인해 비뇨기계 질환이 발생하는 경우도 잦은데 Ascending(특히 질을 통한 감염)과 Descending으로 나누어진다.
항생제 또한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병원마다 특정 질환에 자주 처방하는 항생제가 있는데 비뇨기계의 경우 주로 Amoxicillin을 처방한다.
항염증제로 자주 사용되는 NSAIDs는 간·심장독성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은 신약 개발이 활발하고 시중에 나오는 속도도 빨랐다. Galliprant라는 NSAIDs가 병원에서 실습하고 있을 때 처음으로 들어왔는데, 기존의 NSAIDs보다 간·심장독성이 적고 관절염증에 특히 효과적이었다.
2주차에는 Dental Cleaning을 주로 실습하였는데, 스케일링이나 발치같은 간단한 처치에도 제대로 된 마취ㆍ마취 유지ㆍ마취 상태 확인 등 세밀한 준비가 필요했다. Dental Cleaning의 순서는 치석을 제거하는 Scaling, 헹궈내는 Flushing, Gingivitis나 Peridonitis로 인한 Pocket이 없는지 확인 후 불소 치약을 도포하여 마무리한다.
특히 Dental X-ray 기기를 처음 보았는데, 한국에서는 많이 쓰지는 않는 의료기기이다 보니 더욱 관심을 가지고 어떨 때 사용하는 지, 또 영상은 어떻게 판독하는지에 대해서 배웠다.
수술이 많았기 때문에 마취 심화 실습을 진행했는데, 학교에서 배운 내용들(ASA Level, Vital sign 등 확인)을 토대로 마취 준비 과정을 직접 실습해보았으며 특히 전투약제제와 마취유도제의 배합과 종류들을 선택하는 과정이 가장 복잡하고 중요했다.
마취제의 경우 동물병원마다 사용하는 약물 종류와 배합이 너무나도 다른데 최대한 교과서적으로 약물을 사용했기 때문에 Acepromazine, Butorphanol을 전투약제제로 주고 Propofol로 마취유도를 진행했다.
실습했던 대부분의 병원은 주사마취보다는 안전한 호흡마취를 실시했고 호흡 마취 기구에 대해서도 수업시간에 배웠지만 다시 한 번 복습하는 기회를 가졌다.
특히 Nonrebreathing system을 Dental Cleaning 시 자주 사용하는데 이는 Canister 통과 여부에 따라 Semi-closed/Closed system과 구분된다.
상세내용 – 3주차
3주차부터는 좀 더 심도 있는 수술, 그리고 특정 질환을 가진 환축의 Case를 위주로 실습을 진행하였다.
특히 외과 전문의(Surgeon)가 병원으로 와 전방십자인대 재건 수술을 진행하였는데, 복잡하고 장시간 소요되는 수술인만큼 수술 전 준비가 교과서적으로 완벽히 진행되었다.
수술 환축의 수술 부위 멸균은 물론, 수술에 참가하는 술자와 테크니션 그리고 참관했던 본인 또한 멸균모, 멸균장갑, 멸균마스크를 사용하고 수술실에 들어갔으며 한국에서는 보기 쉽지 않았던 수술기구 또한 볼 수 있었다.
급하게 들어갔던 수술이라 수술 과정에서는 수술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수술 후 외과책을 찾아보며 다시 한 번 수술을 복기하였다.
전십자인대와 후십자인대의 구성을 파악하고, 수술 중 반월상 연골판이 손상되어 절제하였고, 전십자인대 재건 수술의 여러 수술 방법 중 Lateral Suture를 진행했는데 이는 Fabella와 Tibial tuberosity에 8-0 Nylon 봉합사(얇은 튜브처럼 매우 두꺼움)를 걸어 십자인대의 지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이다. 수술 후에는 항생제와 NSAIDs, 그리고 항경련제를 투여해주었다.
그 외에도 대형견의 피부 질환 케이스가 있었는데, 바로 그 전 주에 기온이 44도까지 오르는 기록적 폭염으로 인해 화농성 피부염(Hot spot이라고 함)이 주를 이뤘다. Skin scrapping을 통해 피부 병변의 원인이 환경때문인지 세균이나 외부 기생충 때문인지 구분하는 방법을 배웠다.
위장관계 질환 케이스에서는 설사와 혈변을 통해 어떤 감별진단을 할 수 있는지 공부하였다. 특히 위장관계 질환은 경과를 두고 지켜봐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약물 처방이 매우 중요한데 내과 시간에 열심히 배웠던 항구토제, 제산제, 위장관계 운동 억제제 및 촉진제 등이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처방되며 그 중에서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약물들은 어떤 것인지 배웠다. 우선순위는 Cerenia(Maropitant)→Metronidazole(항생제)이었다.
심혈관계 질환 케이스에서는 가장 먼저 촉진과 청진을 통해 심비대 및 심잡음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며 노령 동물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질환이고 명확한 치료가 쉽지 않기 때문에 대증요법을 주로 실시하는데 저나트륨 식이나 이뇨제 투여가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상세내용 – 4주차
마지막 4주차에는 3주차와 유사하게 실습을 진행하였다.
노령견 다발성 질환 위주 케이스에서는 주로 Mass, Cancer가 많았으며 세침흡인법(Fine Needle Aspiration)의 실시 방법을 정확히 파악하였다. 또한 흡인한 내용물을 바탕으로 시료를 제작하고 염색하여 직접 관찰도 해보았으며 Skin Scrapping한 내용물 또한 시료로 제작하여 현미경으로 관찰해 기생충란을 관찰하였다.
내분비계 질환 케이스는 생소한 점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내분비계, 즉 호르몬과 관련된 질환들이 노령견에서도 잦고 특히 갑상샘 이상인 환축에서는 T4, T3 수치가 진단에 결정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내분비 검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와 더불어 내분비계 이상의 경우 식욕 저하·체중 감소·활동성 저하·피부각질 증가 등 많은 보편적 증상이 동반된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리고 4주차에는 심각한 외상으로 인한 비장 적출 수술을 참관하였는데 대형견인데다 상태가 매우 심각해 복강 개복 후에도 Suction을 수없이 많이 했다. 최대한 비장을 살려두려했지만 이미 출혈이 심하고 괴사가 진행되는 상황이라 비장을 적출하였다.
비장 적출의 경우 비장으로 가는 큰 혈관들은 모두 봉합을 하여 혈류를 막고, 작은 혈관들은 봉합을 하거나 보비로 혈관을 막은 후 절제하여 비장을 적출해야 한다. 그 외에 Sertoli Cell Tumor로 인해 중성화를 하거나 LCPD 환자의 수술 또한 참관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날에는 이때까지 모았던 케이스를 모두 훑어보며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다시 한 번 복기하는 기회를 가지며 실습을 마무리하였다.
실습 후 느낀 점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실습하기 전에 많은 준비를 하고 왔지만, 가끔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을 겪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경험들을 통해 내외적으로 느낀 점이 많고 바뀐 점도 많은데, 그 중에서 실습 수행 전과 수행 후의 차이 중 가장 큰 것을 뽑으라면 주저없이 “시야의 확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농담식으로 “미국은 모든 것이 크다”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는데, 이번에 미 캘리포니아, 그 중에서도 최근 10년간 물가 상승률이 1위라는 LA에서 1달 정도 살아보니 그 말이 피부에 와 닿았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몇 천원이라도 더 싸게 사기 위해 할인, 쿠폰 등 이것저것 알아보고, 차로 4시간이 걸리는 거리는 정말 멀다고 생각했지만 미국에서는 크게 의미가 없었습니다. GDP 수준이 우리나라의 2배 정도 되기 때문에 물가 또한 그 만큼 비싸지만 몇 천원(1~2달러)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고, 캘리포니아 주만 해도 우리나라보다 몇 배나 크며 차가 없이는 LA를 돌아다니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넓은 미국이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우리나라에 만연한 빨리빨리 문화는 찾아볼 수도 없을 뿐더러, 모든 사람들이 항상 여유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1달간 생활하며 한국에서 제가 고집했던 것들이 넓은 시야로 봤을 때는 너무나도 작은 것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꼽을 만한 차이점이라면 당연히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수의사의 사회적 위치와 생활수준, 그리고 보호자를 비롯한 동물에 대한 시민 의식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수의사의 사회적 위상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중이라고는 하지만, 보호자들뿐만 아니라 오랜 수의사 생활을 하다보면 수의사 본인들 또한 매너리즘에 빠져 처음에 가졌던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직업에 대한 가치를 잊고 마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처럼 바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더해 평일·주말 구분 없이 바쁜 생활에 본인의 병원을 운영하지 못하면 수입의 한계가 있다는 점 등 수의사 생활을 위해 대학생활 6년+α라는 긴 기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생활수준을 유지하지는 못합니다.
그에 반해 미국에서의 수의사는 명백히 의사와 동일한 Doctor로 대우받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높은 지위를 가지는 한의사·치과의사 등은 분명히 기술직으로 평가되어 Doctor라는 호칭을 받지 못하며, 더욱이 수의사의 배출 수 자체가 의사보다 확연히 적기 때문에 대학 입학성적 또한 의과대학보다 수의과대학이 높은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소득 또한 한국의 수의사보다 확연히 높고, 대부분의 병원이 예약제로 운영이 될 뿐 아니라 수의사·수의테크니션의 명확한 구분이 존재하여 수의사는 진료·고난이도 처치·수술만을 담당하기 때문에 동물병원 간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한국과 달리 근무환경과 생활수준 또한 여유로웠습니다.
보호자를 비롯한 동물에 대한 시민 의식 또한 눈에 띄는 점이었습니다. 동물병원비에 대한 보호자의 인식 차이가 그 중 대표적인데, 이는 의료보험 체계가 너무나 잘 되어있는 우리나라에 비해 부족한 미국의 환경이 기여한 점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진료비 즉, Doctor에게 진료(신체검사, 병력검사, 각종 질의응답)를 받는 것만으로도 약 $50(한화 5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며 이를 당연시 여기고 존중합니다. 수의사들 또한 그만큼 꼼꼼히 진료를 수행합니다.
또한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약이라는 제품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자유로워 거리 곳곳에 대형마트처럼 CVS/Pharmacy가 즐비해있고, 일반적인 약품은 구하기도 쉽지만 거의 모든 보호자들이 백신 접종은 정기적으로 동물 병원에 와서 받아야하는 의료적 행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백신을 동물약국에서 아무런 제한없이 구매하여 주사기 몇 번 잡아보지도 못한 보호자가 직접 주사하려고 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러한 일이 일어나 의료사고가 난 경우도 종종 보고되고 있습니다.
결국 어떻게 이런 차이가 생겼고, 미국은 어떻게 이런 문화가 정착되었느냐라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동물에 대한 의식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은 동물과 사람을 명확히 구분하며, 동물이 생명체로서 가질 수 있는 권리, 복지에 대하여 항상 신경 쓰고 개선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점들을 되짚어보며, 우리나라 수의계를 비롯하여 동물에 대한 인식 또한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미국에 비하면 여전히 열악하고 부족한 게 현실이지만, 최근 여러 사건들을 보면 분명히 우리나라 수의계를 비롯한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개선되고 있으며, 분명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곧 수의계에 몸 담을 예비 수의사로서 미국에서 보았던 좋은 선례들을 우리나라 수의계에도 적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4주간의 실습을 통해 배웠던 많은 수의학적 지식 또한 이번 실습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과 미국의 차이를 보며 나 자신이 느끼고, 배우고,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구나’ 같은 진로·비전에 대한 방향성의 확립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습 중 뵙는 수의사님들 모두 ‘1달 동안 배울 수 있는 수의학적 지식에는 한계가 있으니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미국의 문화, 환경, 사람들을 보고, 느끼고 어떻게 한국과 다른지, 사물들을 보는 눈을 배워가면 좋을 것이다’라고 항상 말씀해주셨습니다.
본인은 4주간의 연수 기간 동안 앞서 언급했던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생활하며 큰 안목, 시야를 조금이나마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수의사가 될 학생으로서 동물권과 동물복지에 대한 좋은 선례를 가진 미국에서 임상을 경험하며 직접 보고 느끼며 배운 것들은 임상·비임상을 떠나 후에 동물과 관련된 그 어떤 분야를 비롯하여 본인의 진로 결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결정적으로 앞으로의 본인의 사고 방식과 생활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의 4주간 분명히 학생 신분으로는 경험하기 쉽지 않은 귀중한 경험을 하였고, 또 본인의의 진로에 직결될 만큼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머나먼 이야기가 아닌 바로 몇 학번 선배님께서 실제 미국에서 임상을 하시는 것을 보며, 흐릿하게만 느껴졌던 미국 수의사라는 진로가 조금은 명확해졌고 나머지는 본인의 결정과 노력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수의과대학에서 남은 과정을 우수하게 수료하고, 그 과정에서 더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적절하게 가감하여 공부를 더해가는 것이 옳은 방향일 것입니다. 후에 제가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수의사 생활을 하더라도 이번 연수동안 배웠던 바람직한 미국의 수의료 체계ㆍ환경이 꼭 한국에도 반영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4주간의 실습동안 많은 도움을 주신 신동국 선배님을 비롯한 많은 수의사 선배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