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작년 여름, ‘전북대학교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한달간 즐겁게 실습했던 것에 이어서 올해 여름방학에도 한달간의 실습을 자원하였다.
전북대학교 공지와 교내 포스터를 통해서 실습정보를 접할 수 있었고, 첨부된 안내서에 포함된 실습지원서를 간단히 작성해서 구조센터 담당자에게 보내면 실습을 신청할 수 있다.
작년에는 야생동물의학실 학부생만이 센터에서 실습을 할 수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외부에서도 실습지원을 할 수 있게 바뀌었다.
덕분에 올해는 작년과 달리 타 대학, 타과 학생들과 함께 실습할 수 있었다. 처음 만나는 것이었지만 센터의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서로 도우며 어색함을 느낄새도 없이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총 4주의 실습 기간은 각 주마다 커리큘럼이 있어서 매주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첫 주 동안은 센터의 구조를 배우고 해야 할 일을 인수인계 받는 기간이었다. 이 기간 동안 먼저 실습하고 있었던 학생분들이 직접 인수인계를 해주었다.
첫 주 동안은, 작년과 다르게 개선된 센터 내에서의 규칙을 새로 배우고 입원중인 환자 개개의 히스토리와 특징, 투약과 먹이급여 방법 등을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다.
깜이, 쿠키 등 이미 이름을 가진 애완동물들을 치료하는 일반 동물병원과는 다르게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는 이름이 없는 각각의 개체를 종과 센터내 번호로 구분한다. 매일 출근해서 처치하는 수의사와 재활사분들은 능숙하게 각 개체와 번호를 매칭하지만, 나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번호를 듣고 환자를 떠올리는 것이 어려웠다.
첫 1주간은 보정과 같은 위험이 따르는 일들은 하지 않았고, 약을 짓고 투약, 급식을 하였다.
2주차때는 인수인계해주신 앞조분들의 실습이 끝나 1주차때 배웠던 것을 토대로 우리 조원들만으로 센터를 이끌어나가야 했다. 알려주던 사람들이 떠나 약간 불안하기는 했지만, 궁금한 것은 서로 묻고 도와가며 센터 일에 적응을 해냈던 기간이었다.
이때는 직접 보정을 할 수 있었는데, 본인의 경우에는 작년에 한달간 실습경험이 있어서 너구리와 중·소형 조류들을 어렵지 않게 보정할 수 있었다.
보정에 대해 조금 설명하자면, 너구리의 경우에는 개과이지만 입질을 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하고 보정할 때 꽤 많은 힘이 들어간다. 고양이과인 삵은 앞발과 뒷발을 모두 유연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2명이상의 사람이 보정해야 하고, 위험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대부분 재활사 선생님들이 보정을 담당한다.
조류의 경우에는 힘보다는 스킬이 필요한데, 조류의 뼈는 공기뼈로 부러지기 쉬워 항상 조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 각 조류마다의 생김새에 따라 보정법이 달라진다. 먹이를 사냥하는 방법에 따라 사람을 공격하는 방법도 매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번 실습 기간동안에는 작년과는 달리 중대백로, 중백로와 같은 크기가 큰 물새들이 많이 입원했기에 이들을 보정하는 방법을 새로 배우고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센터 실습은 조원들이 업무분담을 하여 진행되었다. 투약, 급식, 환자의 상태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혼선을 막기위해서 4명의 인원이 입원중인 환자들을 분배해서 담당하였는데, 나는 내 담당 개체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또 애정도 차츰 생겨나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특히 위 사진을 보면 안짱다리를 하고 뷔페에 온 듯 풀을 마구 뜯어먹는 동물은 실습기간동안 내가 담당했던 새끼 고라니다. 내가 실습하기 전부터 입원해서 보육받고 있었던 개체다. 내 담당 환자가 돼서, 실습기간 4주내내 밥 먹이고 산책도 매일 가고 영양제도 꼬박꼬박 챙겨줬다.
사람을 잘 따르기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순치가 된 동물은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정을 줄 수는 없었다. 이 고라니는 형제들이 있었는데 같이 들어온 형제들은 안타깝게 센터에서 포육 중 폐사했다. 갑작스러운 폐사였기 때문에 부검을 진행하였다.
야생동물센터에서의 부검은 현재는 전북대학교 병리학실험실에 의뢰하고 있다. 부검의 경우 실습생이 직접 하지는 못하고 부검과정을 지켜보며 sampling을 한다.
일주일에 1, 2회 꼴로 부검을 진행하는데, 생각도 하지 못한 소견이 나오기도 한다. 잘 먹던 새끼 집비둘기의 crop이 터져 있거나, 폐에 농이 가득 차 있거나 하는 경우다.
야생동물이다 보니 history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고 조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사고조차도 추측만 하는게 일상이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위 사진은 갓 구조된 박새가 초진을 보기 전에 잠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너무 작은 몸집에 혹여 힘주면 부러질까 계란을 쥐듯이 쥐고 있었다. 개체가 처음 구조되어 들어오면 일단 기본적으로 수의사 선생님이 날개짓, 걸음걸이, 탈수상태 등을 확인한다. 만약 날개짓이나 걸음걸이에 불편함이 있어 보이거나 의심이 되는 경우 x-ray를 찍는데, 박새의 경우 뼈가 너무 작고 얇아서 x-ray상으로 확연히 뼈의 이상을 확인할 수 없었다.
한가지 x-ray를 찍으면서 인상깊었던 건, 박새나 참새와 같이 부리가 작은 동물들은 Lateral 자세로 찍을 때 부리를 엄지와 검지로 잡아 고정시키고 촬영하는데, 그 촬영때마다 x-ray 사진에 새의 머리뼈와 함께 부리 위아래로 내 엄지와 검지의 뼈가 뚜렷이 보인다는 것이다. 귀엽기도 하고 엽기적인 장면이었다.
위 사진은 치료를 마친 수리부엉이를 방생하는 모습이다. 방생은 구조 후 짧게는 몇일만에, 길게는 약 1~2년 가까이 센터에 입원했던 아이들 모두 거쳐야 하는 단계이다. 센터사람들에게도 그동안의 치료의 결실을 맺는 순간이다.
야생에서 잡아온 동물들을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 주려면 산 깊은 곳이나 갈대숲, 갯벌 등으로 가야한다. 데려온 곳과 같거나 최대한 비슷한 곳에 돌려보내 주어야 동물들이 다시 빠르게 적응하고 살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실습기간동안 수리부엉이, 너구리, 삵 등을 방생했는데, 그 동물들이 힘든 치료를 마치고 자연으로 돌아갈 때의 날갯짓, 걸음걸이를 볼 때 기분이 항상 뿌듯하다.
너구리의 경우에는 덫에 걸려서 들어와 다리절단수술을 받고 세 다리만 남은 채로 방생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런 대수술을 받은 너구리는 회복기간만 장장 몇 개월이나 걸리고 재활에, 방생 계절도 생각하면 완전한 치료 후 방생까지 정말 1년 가까이 걸린다.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으며 밥도 먹이고 약도 주었는데, 센터 터줏대감이라고 생각이 드는 너구리조차도 방생때는 뒤도 안 돌아보고 세다리로 뽈뽈뽈 빠르게 숲으로 들어가 버린다.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는 야생동물들이 야속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자연에서 다시 터전을 잡고 살아갈 생각을 하면 센터에서의 일들이 정말 보람되다.
센터에서 한달간 실습하는 동안 고라니, 박새, 수리부엉이 모두 우리가 평소에 정말 보기 힘든 동물들인데 센터에서는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기회였고, 매일매일 이들과 함께해서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