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교 동물병원에서 발생한 사건이 논란이다. 동물병원 수의사가 중환자실에서 흡연하고, 투약하지도 않은 진통제를 놔줬다고 의무기록까지 남겼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해당 수의사를 고소한 고양이 보호자가 작성한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따르면, 보호자의 고양이는 교통사고를 당해 골절상을 입었고, 지역 동물병원의 추천으로 대학동물병원으로 이송됐다. 주치 수의사로부터 “상태가 매우 안정적이다. 내일 수술하자”는 말을 들은 뒤 45분 만에 고양이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으며, 이후 해당 고양이가 입원해있던 중환자실 CCTV 영상에서 주치 수의사가 입원장 앞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확인했고, 수액과 진통 주사제를 투여했다고 말과 달리 처치 장면을 CCTV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보호자는 해당 병원과 주치 수의사를 사기와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한 상황이다.
보호자가 제기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4일 오후 2시 현재 6천명 이상이 동참했다.
생명을 다루는 동물병원 입원실에서 전자담배 흡연이 있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관리 규정 마련과 재발 방지는 필수다. 하지만 수의계 내부에서는 해당 수의사에 대한 비난만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의계 전반에 걸친 기본소양 부족과 낮은 생명존중 의식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끝나지 않는 수의사의 낮은 윤리의식 논란
법규, 윤리 강의로만 과연 괜찮은가?
동물실험을 위해 불법 개 번식장으로부터 개를 공급받는 수의대, 유기견을 수술 실습용으로 사용한 공수의사 및 공중방역수의사, 살충제 계란 파동 당시 농약 불법제조·판매에 직접 관여한 수의사, 대학원생 제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교수, ‘탐욕의 동물병원’이라는 이름의 방송에 소개된 상식 이하의 동물병원, 향정신성의약품을 불법 유통한 동물병원 원장과 불법 투약한 수의대 학생.
이 모든 사건이 최근 3년 동안 수의계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모두 사회적으로 큰 논쟁거리가 됐으며, 그때마다 수의사 집단의 ‘낮은 윤리의식, 낮은 생명존중의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지역수의사회는 “책임을 통감하며, 자제 정화 계획을 세워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 성명도 발표했다.
그러나, 낮은 생명존중의식/윤리의식을 바탕으로 한 수의사의 잘못된 행동은 계속되고 있으며, 수의사 전체에 대한 비난의 화살도 거세지고 있다.
한 수의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체 대학동물병원의 진료 시스템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1년 차 임상 대학원생이 당직을 서고, 응급진료를 받는 것이 과연 2차 의료기관에 대한 기대 수준에 합당하느냐는 지적이다. 이 수의사는 “전자담배 등 이해할 수 없는 개별 수의사의 행동을 제외하면, 충분히 다른 대학동물병원에서도 발생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수의사 연수교육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대한수의사회는 “수의사 윤리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에 발맞춘다”는 취지로 작년부터 임상수의사 연수교육에 수의사법과 수의사 윤리 과목 강의를 의무화했다. 또한, 수의사 윤리강령도 보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지부수의사회 필수 연수교육 현장에 가보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1년에 10시간이라는 시간 준수에만 초점을 맞춘 채, 출석 체크만 하고 교육장을 떠나버리는 수의사가 상당하다. 수의대학생이 수의사를 대신해 대출을 하는 경우까지 있다. 당장 동물병원 운영에 도움이 되는 양질의 학술강의는 연수교육 여부와 상관없이 수의사들이 자발적으로 교육에 참여한다. 하지만, 수의사법이나 윤리 교육에서 그러한 자발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일부 동물병원의 진료수의사는 정식 진료수의사 신고 없이 진료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연수교육에 대한 의무도 없어진다. 일선 수의사 대부분이 1년에 1~2시간뿐인 법규, 윤리 교육 조차 듣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뜻이다.
과연, 연수교육만으로 수의사의 낮은 생명존중의식·낮은 윤리의식을 높일 수 있느냐는 실효성에 대한 논의를 차치하더라도, 당장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라고 제대로 시행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