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북인도 라다크-레 지역 VBB 활동을 다녀와서 – 김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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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김남수교수님칼럼

북인도 라다크(Ladakh)- 레(Leh) 지역 광견병 퇴치 VBB(Vets Beyond Borders) 활동을 다녀와서

7월 27일, 한국을 떠나서 약 3주간 북인도, 라다크 지역의 레에서 광견병 퇴치 의료봉사, 더 정확히는 ABC – AR project(Animal Birth Control – Anti Rabies control)를 수행하고 돌아왔다.

광견병으로 인해 1년에 사망하는 사람은 약 5만명 정도 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약 40%는 인도 사람들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관심아래 VBB(Vets Beyond Borders)가 주축이 되어 2006년부터 시작 된 라다크 지역의 ABC-AR 프로젝트는 주변의 시킴(Sikkim)지역과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라다크는 인도 북서부, 북쪽은 카라코름, 남쪽은 히말라야 산맥으로 둘러싸인 지역, 잔무카슈밀 주에 속하고 해발 3000~4000m 정도의 고지다. '작은 티벳'이라고 불리며, 1년 중 겨우 3~4개월만 육로가 열리는 인도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로 알려져 있는 지역으로 주도는 레(Leh)이다.

'국경넘어 수의사들(VBB, Vets Beyond Borders)'은 2003년 호주에서 설립된 NGO(비정부기구)로 각국의 수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개발도상국들에게 수의학에 기반을 두고 인간과 동물의 복지와 공공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경없는 의사회(MSF, Medecins Sans Frontiere)'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국경넘어 수의사들'은 매년 인도 라다크의 레 지역과 시킴 지역에서 광견병 퇴치를 위해 봉사활동을 펼치는데, 각국 수의사들의 자원봉사를 통한 재능 기부와 사회적 단체들의 기부에 의한 의료용품들을 지원받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교신자인 라다크 지역에서는 종교적인 영향으로 동물들을 살생하지 않기 때문에, 길거리에 방황하는 개와 소, 당나귀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광견병의 온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VBB 봉사자들은 길거리 동물들에게 광견병 백신 접종과 외과적 처치를 통한 번식 조절 같은 시술을 하는 등 근본적인 광견병 퇴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뉴델리에서 직접 비행기로 레지역에 도착한 탓에 환영인사처럼 고산병으로 인한 두통을 피할 수 없었다. 꼬박 이틀을 앓고 난 다음, 클리닉에 출근했다. 화물자동차를 가지고 매일, 3명의 도그캐쳐(Dog Catcher, 길거리 개를 잡아오는 사람들)가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개들을 잡아서 케이지에 넣어 실어오고, 다음 날 개들은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5명의 간호사들 손에 의해 진정제와 광견병 백신 주사 그리고 귀에 표시를 한 다음 일반적인 방법에 따라 수술부위 면도를 하고 항생제와 마취제가 투여되어 수술방으로 옮겨왔다.

각 나라에서 온 다른 자원봉사 수의사 3명이 함께 기다리고 있다가, 암컷과 수컷에 따라 각각 중성화수술을 시술했다. 특별히 암컷의 수술부위는 우측 겸부절개를 권장함으로써 수술 후 상처부위 관리를 쉽게 했다. 수술이 끝나고 마취가 깨면 계류막사에 이틀간 계류 후 이상이 없으면 잡아온 그곳에 다시 풀어주는 방식을 취한다. 우리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고양이 TNR과 비슷하다.

2013년 라다크에 수의사로 자원봉사에 참여한 나라는 호주, 네덜란드, 프랑스, 덴마크, 남아프리카, 독일 그리고 한국이었다. 또한 간호사나 일반 자원봉사자는 인도의 다른 지역에서 오는 경우와 유럽 및 호주 등지에서 온 수의과대학 학생, 간호학과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현장에서 본 자원봉사자들은 수의사로왔든, 간호사로왔든, 아님 일반 자원봉사자이든 모두가 한결 같이 동물을 매우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길거리에서 잡아온 개들이라서 대부분이 지저분하고, 상태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지만 누구도 싫어하는 내색없이 모두가 최선을 다해서 동물들을 보살펴 주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다만 나에게 매일같이 주어지는 하루 20여두의 길거리 개들은 육체적으로 좀 힘들고 어느덧 기계처럼 수술만 하는, 마치 나 자신이 스페이 머신 같다는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다.

전북대김남수교수님

요즘 방학이 되면 대학은 물론 각종 사회단체에서 우리보다 조금 못사는 나라에 자원 봉사활동을 나가는 걸 흔히 본다. 그러나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참여하는 대학이나 단체들의 봉사활동 내용들이 거의 비슷하고 또한 해당 국가에서도 그리 절실히 필요한 내용이 아닌 경우도 많이 있다. 평소 수의사나 수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만이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 있다면, 전공도 살릴 수 있고 전문적인 지식도 활용할 수 있어서 훨씬 더 의미 있는 봉사활동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왔다.

올해 라다크에서 보낸 3주는 이런 면에서 필요충분조건을 충족시킨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으로 참여한 VBB의 라다크 ABC-AR 프로젝트는 한국의 수의사로서 아시아의 다른 국가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더불어 이런 생각을 한다.

이번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그것도 혼자 참가하는 거라 걱정도 됐지만 성공적으로 무사히 다녀오면서, 많은 한국의 젊은 수의사들이 또 더 좋은 일을 하게 될 거라는 확신을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국경넘어 수의사들(VBB, Vets Beyond Borders)' 이라는 비정부단체가 활동하지 못하고 있지만, 내가 한 이번 봉사활동이 첫 단추가 되어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많은 젊고 유능한 수의사들이 국제무대에서 보람을 느끼며 참다운 봉사활동을 할 수 있으리라 희망한다.

내년엔 저와 함께 '오래된 미래'에서 봉사해 보지 않으실래요?

* 국경넘어 수의사들(VBB, Vets Beyond Borders)

VBB는 호주를 기반으로 하는 비영리목적의 수의봉사자들에 의해 2003년 설립된 비정부기구다. 국가에 대한 편견 없이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개발도상국에서 수의학에 기반을 둔 인간과 동물복지 그리고 공공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봉사자들은 세계 각지의 수의학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구성되며, 지역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지역 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동물복지 단체들의 지원과 도움으로 유지되며, 특히 브리짓바르도 재단(FBB)은 VBB 프로젝트의 소중한 자금 조달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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