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5일에 열린 청수콘서트에서 버박코리아 신창섭 대표님의 강연을 들었다. 대표님의 강연이 재미있기도 했고, 이전부터 수의사의 회사생활이 어떠한 지 궁금했기 때문에 대표님께 직접 버박코리아에서 실습할 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신창섭 대표님은 흔쾌히 겨울방학에 실습하러 오라고 말씀하셨다.
종강 후 12월말에 다시 대표님께 연락을 드렸고, 내가 원하는 실습기간과 관심을 가진 주제를 말씀드렸다.
그리고 마케팅부의 김인송 부장님과 실습 계획 전반에 대해 논의하였다. 개인 요청에 의한 학생 실습이라서 보다 나의 흥미에 맞는 실습을 진행할 수 있었다.
실습은 2019년 1월 7일부터 18일까지 2주간 진행되었다. 버박코리아 사내 수의사 분들이 매일 한 명씩 나를 담당하여 자신의 직무를 소개하고 경험을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대표님, 마케팅부, R/A(Regulatory affairs)부의 업무를 소개받고 실무를 관찰할 수 있었다.
근무시간에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해당 직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마케팅부와 매일 점심식사를 함께 하고 전체 회식에도 참여하면서 회사생활을 보다 피부에 와 닿게 경험할 수 있었다.
1월 7일과 8일 이틀 동안은 commercial strategy meeting에 참석했다.
첫날은 영업부에서 전년도 경영실적을 리뷰하고, 마케팅부에서 올해 중점적으로 판매해야 할 아이템과 판매전략에 대해 영업팀에 가이드를 제공하였다. 둘째 날에는 전년도 실적에 대한 포상을 하고, 회사의 비전에 대해 직원들과 공유하였다.
또한 직원 개개인의 새해 목표를 전 직원 앞에서 발표함으로써 새해 각오를 다지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었다.
대기업에서는 시무식, CEO의 비전 공유가 메일이나 동영상 시청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소규모 기업에서는 보다 인간적으로 행사가 진행되는 점이 인상깊었다.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분위기였다. 대표님이 낸 깜짝 퀴즈의 답을 맞혀서 부상으로 상품권을 받았기 때문에 더 기분이 좋기도 했다.
버박코리아 마케팅부는 모두 수의사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마케팅이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관찰하고자 하였다.
이전까지는 막연하게 마케팅이 외부에 제품을 홍보하여 영업팀을 보조하는 staff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피터 드러커가 마케팅을 어떻게 정의하였는지 책을 읽고 김인송 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케팅 담당자가 경영자로 많이 발탁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금은 회사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회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직무가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산업동물용 약품 영업에 지원을 나가기도 했는데, 마케팅 담당자가 고객(농장주)들에게 제품을 소개하면서 수의학적 조언도 제공했다. 회사에서 마케팅 담당자도 임상 현장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고객을 직접 만나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영업부의 업무도 경험할 수 있었다. 영업 담당자와 함께 서울 서남부 지역의 동물병원들을 순회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동물병원을 관찰하고, 원장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임상수의사로서 추구하는 가치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병원에서 몇 주간 실습할 때에는 진료수의사라는 노동자의 시선으로 동물병원을 보았는데, 이번 동행은 경영자의 시선으로 동물병원이라는 비즈니스를 판단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R/A부는 제품의 규정, 허가와 관련하여 대관업무를 수행한다. 대관업무라는 말에 막연하게 술자리를 다니며 인맥을 관리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한국동물약품기술연구원에 외근을 함께 가보니 업무 회의만 간결하게 진행됐다. 또한 검역본부 등 관계기관 담당자들도 업무가 누적되어 매우 바쁘기 때문에 실제로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드물다고 한다.
신창섭 대표님에게 직접 코칭을 받기도 했다. 대표님과 대화를 나누며 위 표를 완성하고 이유들에 가산점을 부여하면서, 막연한 생각으로만 존재하던 고민을 정량화해 진로를 결정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방향성 없이 이것저것 부딪히는 방식으로 진로를 고민해왔는데, 비로소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무엇보다 힘이 되었던 조언은 ‘수의사 면허가 있으니 여유를 가지고 생각해도 좋다’는 말이었다. 조급하게 내 자리를 어디로 할지 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길이 선명하게 보이는 기분이 든다.
‘수의사의 회사생활을 경험해보고 싶다, 그래서 선택지를 하나 더 알고 싶다’ 라는 생각만 가지고 실습에 임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가까운 미래에 대한 계획까지 얻어가게 되었다.
버박코리아는 잠실 석촌호수 앞에 위치하여 전망이 좋고, 방이동 먹자골목과 잠실롯데타워에 접하여 서울 직장인의 회식과 식도락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롯데월드는 회사 앞이라 너무 많이 가서 지겨울 정도라고 하니, 자연과 함께하는 실습에서 잠시 벗어나 도시생활을 경험하고자 하는 수의대생에게 버박코리아 실습을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