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의인물사전 52. 윤지병(尹志炳, 1934~1999). 중앙가축전염병연구소(현 중앙백신연구소) 설립, 서울대 수의대 동창회장, 대전로타리클럽 회장, 대전·충남경영자협회 회장, 국세청장 표창, 내무부장관 감사장, 대통령 표창, 자랑스러운 서울대학교 수의대인상 수상.
본관은 파평(坡平)이고 아호는 파천(巴泉)이며, 1934년 6월 11일 충청남도 공주군 탄천면 분간리에서 부 상오(相五)와 모 한을(韓乙)의 둘째아들로 태어났다.
향리에서 1947년 공주제일공립국민학교, 1951년 공주중학교, 1953년 공주고등학교를 마치고 1958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한 다음 바로 농림부 가축위생연구소에서 5년간 근무하였다. 그 후 잠시 대전에서 대흥가축병원을 운영하며 임상수의사의 길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보다 웅대한 꿈을 이루고자 당시까지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동물용 예방 백신을 개발하기 위하여 1968년 ‘중앙가축전염병연구소’(대표 윤지병)를 설립하였다.
당시 동물용 전염병 예방약은 주로 농림부 가축위생연구소 등 정부기관에서 직접 생산해 공급했기 때문에 민간 연구소 설립은 아주 획기적인 일이었다. 선진국의 사례를 거울삼아 미래를 개척하는 자세로 연구 개발에 노력한 결과, 각종 동물용 백신 생산의 메카로 자리를 잡아 나갔으며 사업이 크게 번창하였다. 또한 1992년에는 별도로 ‘파천연구소’를 설립하여 연구 전담 벤처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우리나라 농업・농촌・농민을 가난으로부터 해방시키자면 유축농업・겸업축산, 나아가 축산업을 육성해야 했기에, 그는 양축 기반의 첫째 조건인 동물 전염병 예방약 연구 개발에 과감히 투자하였다. 즉, 국내외의 우수한 연구 인력을 영입하고 자문을 받았으며 GMP 시스템을 도입하고 SPF 및 무균동물 사육 시설 같은 첨단 기본 시설에 투자하는 등 백신업계를 솔선해서 선도했다.
50년 동안 그는 뉴캐슬병 백신을 비롯한 가금용 예방약 및 진단액 40여 종, 돼지열병 백신 등 돼지용 백신 및 진단 키트 20여 종, 디스템퍼 백신 등 개 및 모피동물용 백신 10여 종, 소 아카바네병 백신 및 진단액 등 20여 종, 기타 치료제 및 소독약 등 20여 종을 생산하여 공급하는 업적을 세움으로써 명실상부한 백신 개발 메이커로 자리잡았다.
그는 기업의 성장에 걸맞게 스스로의 자질 향상에도 정열을 기울였다. 그리하여 1983년 일본 도쿄농업대학에서 “Studies on the specificity of immune response in chickens by experimental infection of arboviruses”이란 연구 논문 및 5편의 관련 논문으로 농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창사 50주년을 기념하여 『가축 질병 도감』(1988)을 편찬하기도 했다.
관련 분야의 사회 활동에도 열성으로 참여했으며 후진 육성을 위한 장학 사업에도 남다른 업적을 남겼다. 연고지인 대전 및 충남 지역에서는 대전로타리클럽 회장(1987), 대전직할시승마협회 고문(1990), 대전EXPO추진협의회 이사(1993), 대전·충남경영자협회 회장(1995), 대전·충남경제단체협의회 회장(1995), 대전·충남기능경기대회 회장(1995), 대전로타리클럽 사무총장(1996) 등을 역임하였다.
대한수의학회를 비롯한 여러 수의 관련 학회의 임원으로도 활동하였다. 더욱이 크고 작은 거의 모든 수의 관련 학회를 후원하여 해당학회 임원들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독지가들이 기부하는 장학금이 연속적이지 않은 것을 보고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동창회장(1996)을 역임하면서 장학재단 설립을 위해 자신이 먼저 1억 원을 출연하고 여러 동문들을 독려하여 2억원의 기본재산을 만들어 경기도 교육청에 법인 신청을 했는데, 이것이 현재의 장학재단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국세청장 표창(1984), 내무부장관 감사장(1985), 노사 화합 증진을 통한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1998), 자랑스러운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인상(2002) 등을 수상했다.
그는 ‘윤지병’이라는 이름 그대로 스스로의 뜻(志)을 유감없이 빛낸(炳) 호기의 사나이라 할 수 있다. 지병에도 끝까지 자신의 기질을 누리다가 1999년 3월 15일 향년 65세로 타계하였다. 대학 동기인 부인 김필봉과 슬하에 2남 2녀의 자녀를 두었다. 2주기가 지난 뒤 그의 유지를 기리는 수의계(대표 정영채)에서는 고인에 대한 추모의 정표로 『파천 윤지병 박사 추모집(巴泉 尹志炳 博士 追慕集)』을 간행했으며 묘소에 묘비를 헌립하였다. 글쓴이_정영채
*이 글은 한국 수의학 100여년 역사 속에서 수의학 발전에 기여를 한 인물들의 업적을 총망라한 ‘한국수의인물사전’에 담긴 내용입니다. 대한수의사회와 한국수의사학연구회(회장 신광순)가 2017년 12월 펴낸 ‘한국수의인물사전’은 국내 인사 100여명과 외국 인사 8명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데요, 데일리벳에서 양일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를 비롯한 편찬위원들의 허락을 받고, 한국수의인물사전의 인물들을 한 명 씩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