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의인물사전 66. 이장락(李長落, 1925~2012). 서울대 수의학부 졸업, 덴마크 왕립수의과대학 객원교수, 서울대 수의대 학장, 서울대 수의대 1~2대 동창회장, 국민훈장 모란장 수훈, 임상수의약리학·수의약리학·동물약품해설 등 출판, 한국·일본 특허 획득, 세종대왕 때 제작된 측우기 진품의 런던 왕립과학박물관 소장 사실 증명, 조선어학회 창립·한글날 제정에 기여한 외솔 최현배를 기리는 외솔회 이사 역임.
1925년 9월 17일 경상북도 경주에서 태어났다.
1942년 울산공립농업학교를, 1949년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수의학부를 졸업했으며, 1963년 경북대학교에서 농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66년과 1978년 두 차례에 걸쳐 약 1년씩 덴마크 정부의 지원을 받아 코펜하겐에 있는 덴마크 왕립수의과농과대학에서 수의약리학을 연구하였다. 1952년부터 42년간 서울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1991년 정년퇴임 후 21년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지내다 87세를 일기로 2012년 10월 5일에 작고하였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제1회 졸업생으로서 1953년부터 1960년까지 제1, 2대 동창회장을 역임하며 동창회의 기반을 닦는 데 기여하였다. 서울대학교에서 1981~1985년에 걸쳐 수의과대학 학장을 역임할 당시, 우유 위생 관련 사건으로 인한 외압으로부터 교권을 지켜냈고, 1985년부터는 학술원 정회원으로 활동하였다.
1991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하였다.
교육자로서 수의학부 근무를 시작한 지 5년이 되던 1957년에 하워드 밀크스(Howard Jay Milks)의 수의약리학 책을 『임상수의약리학』(민중서관)으로 번역 출판하였으며, 이 책은 교육 자료가 부족한 당시 수의과대학뿐만 아니라 의과대학 약리학 교육에도 활용되었고, 1975년 제5판이 발행되었다.
이후 번역서 『술폰아미드제와 항생물질』(1960, 민중서관), 저서 『가축 질병의 약물요법』(1975, 민중서관), 『수의약리학』(1987, 서울대학교출판부), 『동물약품해설』(1990, 서울대학교출판부)을 차례로 출판하여 수의약리학 교육 및 동물약품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였다.
소 진드기 구충제 개발, 술폰아미드(sulfonamide)제의 약물동태학, 누에 질병 관리 등에 대한 연구 논문 70여 편을 발표하였고, 소 진드기 구충제에 대한 연구 결과로 대한민국 특허를 획득하였다. 1966년 덴마크 왕립수의과대학 객원교수로 수행한 설파제의 약물 동태에 대한 6년간의 연구는 수의학 분야 교과서에도 인용되었다.
누에 사육에 필요한 소독약과 자연 상족(上簇)을 촉진하는 약물에 대한 연구결과로 1979년과 1980년에 각각 일본 특허청의 특허를 획득하였다. 한정협회(한국-정말협회) 부회장으로서 1970년대에 우리나라와 덴마크 간의 수의축산 분야 교류 증대에 기여하였다. 덴마크 사회의 문화와 가치로부터 받은 감화를 『복지국가, 덴마크: 잘살아도 걱정』(1981, 정음사)을 펴냈다. 또한, 덴마크에서 유학하던 중에, 세종대왕 때 제작된 측우기 진품이 영국 런던 왕립과학박물관에 소장된 사실을 밝혀냈다.
민족 대표 34인 프랭크 스코필드(Frank W. Schofield)와 외솔 최현배로부터 감화를 받아, 일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구 유럽의 문명과 가치관을 본받아야 한다는 강한 민족의식의 소유자였다. 3.1독립 운동 때 한국 민족을 도운 스코필드의 전기 『우리의 벗, 스코필드』(1962, 정음사)와, 스코필드 서거 10주년이 되던 해에 전기 제2부에 해당하는 『길이 우리의 벗이어라 스코필드』(1980, 정음사)를 저술하였다.
1976년에는 외솔 최현배를 기리는 ‘외솔회’의 이사를 역임했고, 약(藥)의 순우리말 어원이 ‘굿’임을 밝혀냈다. 일제 식민치하에서 태어나 식민 지배를 극복해야 한다는 운명적 민족애를 가슴에 품고, 서구의 앞선 수의학과 문화를 받아들이고자 치열하게 살았던 수의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글쓴이_류판동
*이 글은 한국 수의학 100여년 역사 속에서 수의학 발전에 기여를 한 인물들의 업적을 총망라한 ‘한국수의인물사전’에 담긴 내용입니다. 대한수의사회와 한국수의사학연구회(회장 신광순)가 2017년 12월 펴낸 ‘한국수의인물사전’은 국내 인사 100여명과 외국 인사 8명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데요, 데일리벳에서 양일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를 비롯한 편찬위원들의 허락을 받고, 한국수의인물사전의 인물들을 한 명 씩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