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수의학교육 인증서를 획득한 경북대 수의대를 마지막으로 1주기 수의학교육인증이 완료됐습니다. 2014년 제주대 수의대를 시작으로 전국 10개 수의과대학이 1번 이상 인증을 획득한 것인데요, 인증의 유효기간이 4~5년이기 때문에 대학별로 갱신(2주기)에 나서야 합니다.
국내 수의학교육 인증의 터를 다진 이흥식 전 원장의 뒤를 이은 김용준 신임 원장은 인증기준의 단계적 향상을 통한 수의학교육 선진화를 강조했습니다.
Q. 인증원장으로 취임하기 전에도 계속 인증원 활동에 참여했나
인증원 창립때부터 이사진으로 합류했다. 2014년경 제주대 수의대의 첫 인증평가 당시부터 인증원 판정위원회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이후에는 인증원 감사를 역임했다.
Q. 1주기 인증이 6년여만에 10개 대학을 완료했다. 그 의미를 간략히 소개해주신다면
전국 수의과대학이 자발적으로 수의학교육 인증평가를 수용함으로써 인증시대가 확립됐다고 볼 수 있다. 아직 부족함은 있지만 졸업생들이 곧장 수의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Day 1 Competency’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된 셈이다.
인증평가 과정에서 수의과대학별로 교육설비와 교원을 확충하는 등의 효과를 봤다. 교육전담지원실을 만들거나 인증평가 전담직원을 배정하면서 수의학교육 개선을 지원했다.
사실 인증평가가 없었다면 수의과대학 내에서 ‘수의학교육 개선’에 대한 실질적인 관심과 움직임을 형성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Q. 대학들이 돌아가면서 인증을 받았다고는 하는데, 정말 효과가 있는지 실수요자(학생) 입장에서는 물음표가 있다고도 한다. 학생 입장에서 불만족스러운 수업도 여전히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인증평가는 교과과정의 큰 틀을 확인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교수에 따른 강의 수준의 차이는 학생들이 느낄 수 있지만, 인증평가에서 강의 하나하나를 세세히 다루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인증기준을 단계적으로 높이면서 조명해야 할 대상임은 분명하다. 추후에는 성과바탕 수의학교육에 기반해 구체적인 강의 실태까지 확인하게 될 것이다.
Q. 인증원은 2015년부터 한국수의과대학협회 교육위원회, 수의학교육연구회, 수의교육학회와 함께 교육 개선 연구를 지원해왔다. 나름의 연구성과도 있었는데, 아직 인증기준에는 잘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 인증기준에 반영되지 않고서는 교육개선방향을 대학에 적용시키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수협 교육위와 매년 교육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수의대생의 졸업역량을 구체화하고 있다. 현재 달성하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도달해야 한다. 자체적으로 연구한 성과바탕 수의학교육만 달성해도 선진국 수준의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교육기준을 제시하더라도 실행당사자는 대학이다. 그렇게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여건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높은 인증기준을 당장 제시하기는 어렵다.
전국 수의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를 감안해 인증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을 단계적으로 높여나가야 한다.
Q. 인증기준의 내용이 ‘교육을 잘해야 한다’는 식의 선언적인 성격인데다 정량적 기준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개선대상으로 지적하는 분들도 있다.
인증평가기준이 정성평가 형식을 띄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정량적인 평가는 이뤄진다.
가령 ‘임상심화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한다면 그 대학의 동물병원에 CT, MRI 등 심화진료장비가 있는지를 따질 수 있다. 최근 진행된 경북대 수의대 인증평가 과정에서도 MRI가 없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정량평가가 대학간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사실 ‘수의학교육을 제대로 시키느냐’를 따지는 정성적 기준이라 할지라도 평가 과정에는 건물, 시설 같은 정량적 요소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평가과정은 결국 대학에서 결핍된 것을 확보하는 기회로 연결된다. 다수의 대학이 건물 및 설비 확충, 교원 추가확보, 졸업학년 임상로테이션 프로그램 도입 등의 성과를 낸 것도 그 덕분이다.
Q. 수의학교육 개선에는 교육인프라 확충, 교원 추가 확보가 절실하지만 수의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방 국립대에서는 예산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호소도 반복된다
개인적으로 대부분의 수의대에서 교육환경이나 축종별 임상실습교육 환경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없지 않다. 대학동물병원에 진료 케이스가 많아야 임상교육도 발전할 수 있는데, 부족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농장동물은 더욱 그렇다. 대학이 자체적인 농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외부기관에 부탁해야 한다. 체계적인 프로그램에 기반한 교육이 불가능하고, 단편적으로 압축된 실습을 하는 정도밖에 될 수 없다. 수의사가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그마저도 안하는 대학이 상당수다.
이와 관련해 수의과대학 간의 협력 강화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서 최근 2개 대학이 유럽수의학교육인증(EAEVE)을 획득했는데, 실제로는 4개 대학이 참여했다. 인증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인프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두 대학이 쌍을 이뤄 통합적인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필요하다면 2~3개 대학이 함께 교육할 수 있도록 한다면, 해외 수의학교육 인증기준도 충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Q. 2주기 인증이 올 하반기부터 시작된다. 1주기와 달라지는 점이 있나
1주기에 권고 수준이었던 일부 인증기준은 2주기에서 ‘반드시 해야 한다’는 식의 강제성이 부여됐다. 가령 농장동물 임상교육은 대학이 주체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수의학교육 졸업역량을 강조해 교과과정의 기준으로 활용토록 하고, 교내시설의 안전성 확보나 위해요소 배제도 해외 추세에 맞춰 도입했다.
Q. 인증원이 자리잡고 1주기 인증을 완성해간 데에는 전임 이흥식 원장님의 고군분투가 큰 역할을 했다. 신임 원장님께서도 책임감이 막중할텐데 어려움은 없나
인증원이라고 하지만 원장 혼자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다는 것이 굉장한 문제다. 대외적으로 인증원의 발전방향을 기획해야 하는데, 지금도 이사회 의사록 녹취를 만드는데 시달리고 있다.
재정도 문제다. 농식품부가 매년 지원하는 예산 1억원이 전부다. 인증평가를 받는 대학이 평가비를 내지만, 평가과정에서 소모하는 돈이 더 많아 적자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을 10년간 이끈 이흥식 전 원장님이 정말 대단하신 것이다. 힘들어도 앓는 소리 하기도 어렵다(웃음).
그래도 원장이 기획과 현안추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조직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재정이 관건인데..인증원은 기부금도 받을 수 있도록 등록된 단체이지만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Q. 마지막으로 2주기를 앞둔 인증원의 계획을 묻고 싶다
본연의 역할인 인증평가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한 평가인증인력 양성과 함께 수의학의 미래 방향을 설정하는 연구개발, 그에 따른 차기 인증기준 향상을 준비해나가겠다.
인증원의 궁극적인 목적은 수의학교육의 발전이다. 10개 대학 교육의 표준화를 추진하면서 국제적인 수준에 다가갈 수 있도록 인증기준을 단계적으로 올려나가겠다.
또한 올해는 인증원 창립 10주년을 맞이해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심포지움을 개최해 의평원, 치평원, 간평원 등의 전문가를 모시고 비교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려고 한다. 10년사 발간도 준비하고 있다.
외부 과제로는 수의학교육 인증과 수의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의 연계 법제화가 최대 현안이다. 대한수의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에 인증기관 인정을 신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