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의인물사전 71. 이창희(李昌熙, 1915~1998?). 일본 아자부 수의전문학교 졸업, 용정의과대학 졸업, 서울대 수의학부 임상 교수 및 동물병원장, 수의사 국가시험 출제위원, 가축위생연구소 병리과장, <수의계> 편집위원, 가축위생연구소 지소장, 이창희내과의원 운영.
1915년 8월 29일 경상북도 경산 삼남동에서 태어났다.
대구농림학교를 졸업(1936. 3.)하고 일본 아자부[麻布] 수의전문학교를 졸업(1939. 2.)하였다. 이후 만주국으로 건너가 용정의과대학을 졸업(1943. 3.)한 후 국립[만주국]강밀봉(江密峰)개척훈련소 의무교관으로 근무하다 우리나라가 해방되자 귀국하여 1946년 6월 수원농림전문학교 교수(임상학, 동물병원장)로 임용되었다.
수원농림전문학교가 서울대학교로 승격하고 나서 수의학부의 유일한 한국인 임상 교수로 임용(1947. 9. 1.)되었으며, 캠퍼스가 종로구 연건동으로 이전함에 따라 근무지가 서울로 변경됐고 동물병원장(총장 발령)을 겸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로 이전할 때 수의장교 벤저민 블러드(Benjamin Donald Blood)가 중심이 되어 경성의학전문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한 동물병원에서 진료가 진행되었다. 미군정시대에 “Blood와 Clark가 수의 임상 교육을 도맡다시피 하였다.”는 기록으로 보아 그는 명목상 임상 교수이고 동물병원장이었지 실제 임상 교육에는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교부 중등교과서 편집위원(1949. 2. 20.), 수의사 국가시험 출제위원(사회부, 1949. 2. 28.)을 지내기도 했지만 1949년 5월 1일 학교를 떠나 국립 가축위생연구소(부산 소재)로 전근했다(당시 가축위생연구소는 이른바 “김종희 소장 사건” 직후여서 많은 신규 인력이 필요했다). 연구소에서 화학과장(1962년 본소가 안양 가축위생연구소로 이전되면서 검정화학과로 개편됨), 병리과장(1952. 7.~1957. 9.?)을 역임하였고, 한국전쟁 중 서울대학교 수의학부의 전시연합대학(송도) 시절에는 수의외과학 강좌를 맡아 출강하여 수의외과학 교수로 기억되기도 한다. 또한, 1957년 창간된 《수의계》편집위원(편집인 박영출)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안양 가축위생연구소 지소장(1956. 4. 13.~1960. 5. 13.) 시절의 일화를 소개한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정이 라디오로 정보를 얻었는데 그는 부산에서 오래 생활하여(KBS TV가 1961년 12월 31일에 개국했으므로 서울, 경기 지방은 AFKN을 주로 시청했지만, 부산은 일본 방송 시청을 위해 TV 안테나를 설치한 집이 더러 있었음) 지소장 관사에 TV 안테나를 설치하였다가 4·19혁명 직후 정부 기관장들의 거취 문제가 거론되자 어느 날 지붕 위의 TV 안테나를 갑자기 내려 직원들의 빈축이 일었다. 당시에는 소장이 연구원(수의사)의 권위를 세워주지 않고 ‘노무자’와 같은 대우를 하였으며 예산은 소장과 서무과장만이 주관했다. 이에 젊은 연구원인 김현대, 윤지병, 김순재는 소장실을 방문하여 첫째,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 둘째, 수의사의 권위 보장, 셋째, 연구책임자(담당자)의 예산액 공개 등 세 가지 요구사항을 강력히 건의하였다. 지금 같으면 하극상으로 징계가 거론되겠지만 큰 문제 없이 용인해 주었다.
그는 항상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는 신사라는 평을 받았으며 공직을 떠날 무렵인 1966년 경북대학교에서 박사 학위(「Salmonella pullorum 감염성의 혈청학적 진단에 관한 연구」)를 받는 등 자기 관리도 잘하였다.
부산 가축위생연구소 소장 마지막 임기(1960. 5. 14.~1961. 7. 17.)를 마친 후 부산 지소장으로 남았다가 부산 지소가 폐지됨에 따라 본소에 신설된 계역과 과장(1963. 11.~1965. 8.)으로 근무하였다. 그 후 연구소를 사직하고 부산시 동래구 장전동(현 부산대전철역 부근)에서 이창희 내과의원을 개원해 1982년까지 운영한 것으로 의사협회 부산지부 회원 명부에 등재되어(1985~1996 퇴직 의사로 등재됨) 있으나 1998년부터는 등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 무렵 타계한 것으로 추측된다. 글쓴이_양일석
*이 글은 한국 수의학 100여년 역사 속에서 수의학 발전에 기여를 한 인물들의 업적을 총망라한 ‘한국수의인물사전’에 담긴 내용입니다. 대한수의사회와 한국수의사학연구회(회장 신광순)가 2017년 12월 펴낸 ‘한국수의인물사전’은 국내 인사 100여명과 외국 인사 8명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데요, 데일리벳에서 양일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를 비롯한 편찬위원들의 허락을 받고, 한국수의인물사전의 인물들을 한 명 씩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