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프로탄바이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학박물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임동주 서울대 수의대 동창회장이 수의학박물관 개관을 기념해 작성한 축사 전문을 게재합니다.
오늘 바쁘신 중에서도 역사적인 수의학 박물관 개관식에 모이신 것에 대해 우선 감사드립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의 수의학은 아주 생소한 학문이었습니다. 수의사 하면 그저 개나 돼지를 치료하는, 별로 고귀할 것 없는 직업으로 치부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수의학은 단순히 돼지, 소 그리고 개나 고양이를 위한 학문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인간들을 위해 존재하는 학문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을 일컬어 만물의 영장이라 합니다. ‘인간이 신이 창조한 창조물 가운데 우두머리이다’라는 인식은 비단 기독교계의 사고방식뿐만 아니라 유교 경전인 서경에도 ‘하늘과 땅은 만물의 부모요, 사람은 만물의 영이다.’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인간은 자연을 정복하고 지배할 운명을 타고난 존재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누구나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동물은 영혼이 없고 인간만이 생각할 수 있는 존재이므로 영장이다’라는 실언을 한 것으로 유명하죠. ‘동물도 생각할 수 있다.’라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데카르트가 동물에게 영혼이 없다고 주장한 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 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만이 다른 생명체의 목숨도 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다른 동물과 차별화되는 가장 중요한 능력은 바로 다른 생명체를 살릴 수 있는 수의학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모든 학문에도 역사가 있습니다. 오늘 총학장님 이하 여러 동창들, 교수님들이 그간 노력해서 우리의 염원이었던 수의대 박물관을 열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수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타 학문을 전공하는 학생, 교수님들도 자주 들려서 수의학의 참역사와 수의학이 인류 역사에 미치는 역할에 대해 깨우치게 되었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