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 교육 개선 연구, 올해는 진료수행에 초점 맞춘다
지난해 임상실기 이어 진료수행 목록 구체화..의과대학처럼 CPX·OSCE 편찬 서둘러야
한국수의과대학협회 교육위원회가 수의학교육 개선을 위한 후속 연구를 이어간다. 동물 환자가 보이는 증상 각각에 따라 감별진단·치료계획을 수립하는 문제해결과정을 구조화한 진료수행지침(CPX) 항목을 설정하는 것이 올해 목표다.
책임연구원을 맡은 이기창 한국수의교육학회장을 비롯한 연구진은 13일 성남 수의과학회관에서 첫 회의를 열고 연구 진행 방향을 논의했다.
환자가 보이는 주 증상에 따라 진단·치료계획 수립하고 적절히 상담할 수 있는가
2015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수의학교육 개선 연구는 학생들의 역량(Competency)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중 수의대 졸업생에게 요구되는 진료역량은 크게 ‘진료수행’과 임상실기’로 구분된다.
진료수행은 동물 환자의 주 증상별로 구조화된 문제해결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구토·설사 증상을 보이는 동물 환자가 내원한 경우 해당 증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여러 원인들을 구조적(Scheme)으로 인지한 가운데, 원인을 감별하는데 필요한 병력·신체검사·정밀진단 요소가 무엇인지 판단해야 한다. 진단된 질병의 치료계획을 어떻게 수립하고 보호자에게 설명할 것인지까지 구조화된 지식으로 체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분변검사, 채혈, 주사 등의 실무가 ‘임상실기’에 해당한다.
결국 진료수행과 임상실기를 합치면 ‘임상수의사가 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수의대생들도 단순히 수의사가 알아야 할 지식을 배우는데 그치지 않고 ‘수의사가 하는 일’을 익혀야 한다는 취지다.
이미 의학교육계는 단순히 지식을 나열하는 방식의 교육은 졸업생들이 현장에서 적합한 때 적합한 지식을 꺼내 쓸 수 있는지를 담보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교육·국가시험 개선에 나서고 있다.
애초에 대학에서부터 환자의 상황(증상)이나 맥락을 중심으로 지식을 구조화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료수행지침 세부내용 작성할 대상부터 일단 정한다..수년 내 매뉴얼 나와야
한수협 교육위는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졸업생이 갖춰야 할 진료역량 학습성과를 65개 주요 증상(임상표현형)과 일반관리 1개를 포함한 66개 항목을 기준으로 마련했다.
2020년에는 진료수행과 임상실기 중 반드시 배워야 할 임상실기 항목을 먼저 구체화했다. 보정부터 각종 신체검사와 시료채취, 심폐소생술, 마취기 사용 등 54개 항목을 선정했다.
이어서 올해는 진료수행 세부항목 설정에 초점을 맞춘다. 앞서 진료역량 학습성과의 기준이 된 66개 항목을 바탕으로 수의대생이 반드시 익혀야 할 진료수행 대상을 선정한다.
이를 위해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펴낸 기본진료수행지침(CPX)을 참고할 방침이다.
의학교육의 CPX는 ‘피부에 뭐가 났어요’, ‘눈이 빨개요’, ‘대변에 피가 나와요’ 등 환자가 호소하는 주증별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함께 ‘예방접종 하러왔어요’, ‘당이 높아요’ 등 질병예방을 위한 상담이나 ‘이 약 처방해주세요(오남용)’, ‘나쁜 소식 전하기’ 등 어려운 상황에서의 면담도 다루고 있다.
이 같은 CPX는 의학교육의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의사국가시험 실기평가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이기창 회장은 “의과대학 임상교육에 활용되는 기본진료수행지침, 기본임상술기지침이 수의학계에도 수년 내에 만들어져야 한다”며 “지난해 임상실기 항목을 설정하고, 올해 진료수행항목을 구체화하는 것이 그 첫 발”이라고 설명했다.
올해까지 진료수행·임상실기 항목을 확정하면 이어서 항목별 매뉴얼의 실제 내용을 만드는 작업이 남아있다. 방대한 작업인데다 과학적 근거와 수의학계의 합의가 필요한만큼 전국 수의과대학 차원의 참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펴낸 기본진료수행지침(CPX)과 기본임상술기지침(OSCE)은 초판에서만 1천여페이지에 걸쳐 132개 항목을 다루고 있다. 집필에 93명의 의과대학 교수진이 참여했다.
연구진의 남상섭 건국대 교수는 “2016년부터 진행했던 수의학교육 개선 연구의 결과물이 대학 현장에 얼마나 적용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교육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고 국가시험에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준 수의학교육인증원장은 “올해 수의학교육 연구가 보다 현장의 피부에 와 닿고, 교육의 가늠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