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혈·삽관부터 내시경까지 자율실습` 서울대 수의대 시뮬레이션 랩 개관
수의대생 스스로 편한 시간에 주요 임상실기 14종 실습..졸업고사에 OSCE 실기시험 도입
채혈, 삽관부터 내시경, 초음파까지 수의대생들이 스스로 실습해볼 수 있는 스마트 시뮬레이션 랩이 서울대 수의대에 문을 열었다.
국내 수의과대학에 동물 모형을 활용한 상시적인 자율실습환경을 구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호재 서울대 수의대 학장은 21일 열린 개소식에서 “동물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수의학적 가치를 실현하는 실습환경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수의대 본관 3층에 자리한 스마트 시뮬레이션 랩은 14개의 실습 스테이션으로 구성됐다.
신체검사부터 정맥주사, 근육·피하주사, 수술기구, 봉합·매듭, 기관삽관, 흉강천자, 심폐소생술, 심폐음 청진, 사지 붕대법, 체간 붕대법 등 기본 실기를 주제로 삼았다.
스테이션마다 동물 더미와 교보재를 배치하고, 준비된 영상교육자료에 따라 스스로 연습해보는 방식이다.
기본 실기 외에도 수술실 현장을 구현해 멸균 등 준비과정을 체험해보고 소화기계 내시경, 복부 초음파를 실습해볼 수 있는 실습 스테이션도 포함됐다.
기존에 실습용 더미를 구비했던 서울대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뮬레이션 랩 조성을 준비했다.
더미가 있더라도 학생들이 실제로 활용하려면 편한 시간에 자율적으로 연습해볼 수 있는 별도의 환경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서울대 수의대는 스마트 강의 실습 시설 조성을 지원하는 본부 예산을 확보해 기존 외과실습실을 리모델링하고, 각종 기자재를 새로 구비했다.
스테이션별로 영상교육자료를 찾고, 여의치 않은 실기는 대학원생이 직접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전임 학장 재임시절부터 시뮬레이션 랩 조성을 추진했던 서강문 교수는 “학생들에게 반복적인 실습기회를 주면서도 동물복지를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이라고 말했다.
실습과정에서 생기는 동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도 주변의 눈치를 보거나 동물에게 미안함을 느끼지 않고 마음껏 연습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방역상황에서 학생들 다수가 한 자리에 모이지 않고도, 자율적으로 실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서 교수는 “해외 수의과대학에서도 2000년대 후반부터 동물복지를 고려한 더미 실습환경을 갖춰 나가고 있다. 서울대 수의대의 시뮬레이션 랩도 전혀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미국수의사회(AVMA) 인증대학에 걸맞은 환경”이라며 “실습용 더미와 장소만 있다면 리모델링이나 기자재 구축에 그렇게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는 않다. 타 수의과대학에도 곧 이 같은 방식이 확대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졸업고사에 시뮬레이션 랩 활용한 OSCE 실기시험 도입
서울대는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 랩을 바로 개관할 방침이다. 학부생이나 대학원생이 편한 시간으로 예약해 자유롭게 사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수도권 코로나19 방역상황을 고려해 초기에는 소수인원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한호재 학장은 “현재 객관식 이론시험 형태인 재학생들의 졸업시험을 객관 구조화 임상시험(OSCE)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졸업생들이 최소한의 임상실기 역량을 제대로 갖췄는지 평가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랩에서 실기시험을 보겠다는 것이다.
의학교육에서는 이미 국가시험에서 모형을 활용한 OSCE 실기시험을 치르고 있고, 의과대학도 이에 대비한 시뮬레이션 실습환경을 의대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아직 수의사 국가시험에 실기시험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대학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역량중심 교육개선에 나선 셈이다.
서강문 교수는 “교수진이 소규모 그룹의 학생들에게 임상실기요령을 전수하고, 선배 학생이 후배 학생을 가르쳐주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모형으로 충분히 연습한 학생들은 그만큼 실제 환자를 다룰 때 빨리 적응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한호재 학장은 “AVMA 인증 교육기관으로서 국제 수준의 임상실습센터를 갖추게 됐다”며 “향후 시뮬레이션 랩의 실습 내용을 더 다양화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