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채혈·보정·신경검사‥임상실기 매뉴얼 만든다
임상과목 교수협의회 중심으로 추진..사진 매뉴얼에 영상 자료까지
주사, 채혈, 보정, 신경검사, 수술절차 등 임상실기 습득의 표준이 될 매뉴얼이 만들어진다.
한국수의과대학협회 교육위원회는 올해 ‘OIE권고 수의학교육 졸업역량 수의기본임상실기 세부내용 설정 연구’에 나선다.
연구진은 14일 성남 수의과학회관 인근에서 첫 회의를 열고 연구방향을 논의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수의학교육 연구, 6년 만에 매뉴얼까지 왔다
2016년부터 본격화된 수의학교육 개선 연구는 선언적인 졸업역량 설정을 시작으로 최종학습성과(TLO)·실행학습목표(ELO) 설정, 기본 임상실기 및 진료수행 항목 선정으로 이어졌다.
수의과대학 졸업생이 가져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를 점차 구체화해온 셈이다.
하지만 매년 이어진 수의학교육 연구 결과가 실제 교육현장에는 그다지 적용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으로 거두어야 할 성과를 목표로 제시하기만 했을 뿐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다루진 못했기 때문이다. 수의학교육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일부만 연이어 참여하다 보니, 임상과목 교수진 사이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올해 한수협 교육위 연구는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춘다. 연구 참여인원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사전 준비부터 단계별 방법 상세 매뉴얼
필요 따라 영상자료 제작까지
54개 기준 항목은 조정 가능성
올해 연구는 2020년 설정한 수의기본임상실기 항목을 기반으로 각 항목의 매뉴얼을 만든다.
의학교육계에서 이미 10년 이상 활용하고 있는 ‘기본임상술기지침’을 모델로 삼는다.
가령 ‘정맥혈 채혈’에서는 적응증부터 준비물, 주의해야 할 금기사항이나 합병증을 안내하는 것은 물론 시술 방법을 사진과 함께 상세히 설명한다.
채혈 시 보호자에게 사전에 안내해야 하는 사항은 물론 채혈 부위의 준비, 실제 채혈 과정, 채혈된 혈액 검체의 취급까지 세부적인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이다.
학생들이 보고 따라할 수 있도록 세부설명과 함께 사진자료를 충분히 제공한다. 필요에 따라 영상자료도 추가로 제작할 계획이다.
임상실기 매뉴얼을 작성하는 기준 축종은 개와 소로 설정했다. 각 항목의 집필을 맡은 교수진의 판단에 따라 축종을 조정하는 형태다.
매뉴얼을 작성할 대상은 2020년에 54개 항목으로 설정됐다. 다만 실제로 매뉴얼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일부 실기항목이 추가될 전망이다.
책임연구원을 맡은 이기창 한수협 교육위원장은 참여 교수진에 의견에 따라 임상실기 항목이 조정될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도 “중요한 실기라고 해서 무조건 기본임상실기항목에 들어와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기본임상실기항목에 포함된 실기는 원칙적으로 수의대생 모두가 학부과정에서 실습기회를 얻고, 졸업 전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실제로 교육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지, 평가하고 시험을 치를 수 있는 항목인지도 주요한 요소다.
‘임상교수 모두 가급적 참여해야’
참여 자체가 공감대 형성
6월까지 초안..11월 공청회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기본임상술기지침을 집필하는데는 수십명의 의대 교수진이 참여했다.
한수협 교육위의 수의기본임상실기 매뉴얼 작성에도 전국 수의과대학 임상교수진의 참여가 절대적이다.
한국수의임상교육협의회 서강문 회장은 “내과, 외과, 산과, 영상의학과, 임상병리과 등 임상과목 교수협의회를 중심으로 전국 임상교수가 가능한 모두 참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매뉴얼을 만들 임상실기 항목을 배분하고, 세부내용을 논의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 자체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기본 술기가 내과·외과 관련인만큼 내·외과 교수진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기창 교육위원장은 “실제 진료를 보는 임상교수님들은 가급적 모두 참여해주시길 바란다”며 “모든 학생들이 보게 될 매뉴얼에 집필자로 참여하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올해 말까지 매뉴얼 작성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5대 임상과목 교수협의회에 협조를 구하고, 6월까지 항목별 매뉴얼 초안을 취합할 예정이다.
매뉴얼 내용은 오는 11월 공청회와 전문가·수의사·학생 설문조사 등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할 방침이다.
권영삼 경북대 교수는 “임상로테이션 교육에도 표준화된 기준이 없다. 대학마다 나름대로의 교육자료를 마련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임상실기 매뉴얼이 마련되면 현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용준 수의학교육인증원장은 “지난해까지 수의학교육 연구의 밑그림을 그렸다면, 올해는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