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의 다양한 활동과 삶을 조명하기 위해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9기가 “아무튼, 수의대생활”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프로젝트는 [‘학교생활’, ‘병원생활’, ‘회사생활’, ‘사회생활’ ] 네 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수의대에 입학하고 한 명의 수의사가 되어 사회생활을 하기까지 겪는 중요한 이벤트와 활동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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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는 202x년 정시입학전형에 합격하였습니다’
이대일(Dail Lee)은 꿈에 그리던 수의대에 합격하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동물을 좋아했고 전문직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수의사가 되기로 결심했지만 생각보다 높은 입결에 좌절했다.
매일 치열하게 공부하던 나날들, 불안감에 수험생 커뮤니티를 들락날락 하고, 경쟁률을 ‘새로고침’ 하며 맘 졸이던 입시의 추억들을 이제 날려보내며 ’최고의 수의사가 되겠다‘는 다짐과 함께 수의사로의 첫 발을 내딛었다.
이 발걸음이 앞으로 어떤 고민들을 가져올지 모른 채…
수의대에 입학한다고 하니 그동안 목표를 향해 달려가느라 신경 쓰지 않았던 주위의 말들이 들리기 시작하였다.
‘동물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수의대 오면 힘들다’, ‘요즘 수의사가 포화 상태 라는데…’ 사람들이 한마디씩 던지는 말에 괜스레 맘이 쓰인다. 다른 친구들은 어떤 이유로 수의대에 오게 되었는지, 실제로 수의사 시장이 포화상태인지 내심 궁금해진다.
그리고 합격하고 나니 경쟁률과 입결이 어느 정도인지, 실제로 수의사가 인기가 어느 정도 인지 가늠해보고 싶어졌다.
궁금증을 안고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마침 입시에 관한 이슈를 데이터를 통해 잘 정리한 기사가 올라와서 한 번 읽어 보기로 하였다.
대한민국에서 수의사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일부 외국대학을 포함한)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가시험을 합격하는 것입니다. 수의사가 되기 위한 첫번째 과정인 입시를 [아무튼, 수의사생활]의 첫번째 프로젝트 기사로 선정하였습니다.
인기가 많아진다, 유망한 직업이다, 수의사 시장이 포화된다 등 많은 민감한 이슈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입시에 관한 이슈를 여러 데이터를 통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증가하는 관심, 치열해진 경쟁
매년 교육부에서 발표하는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최근 학생들의 수의사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2018년에 희망 진로 순위 18위로 20위권에 들어온 이후 2019년과 2020년, 2021년에 각각 15위, 16위, 12위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중학생의 희망 진로에는 2020년과 2021년에 모두 20위권에 진입했습니다(본지 2022년 1월 20일자 장래희망에서 수의사 인기는? 초등학생 12위, 중학생 20위 참고).
올 해 수의대 신입생은 총 526명입니다. 수시로 330명, 정시로 196명을 선발했습니다. 총 정원은 2021년 대비 5명이 감소했죠(수시 ▼9, 정시 ▲4).
반면 지원자 수는 총 1,717명 증가하여 총 경쟁률은 23.33 : 1 을 기록했습니다(정원외 포함).
수의과대학의 경쟁률은 2016년도와 비교하면 그 증가세가 특히 더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2016년 13.99:1에 그쳤으나 2018년 21.87:1로 최고 경쟁률을 이룬 후 20전후를 유지하다 2022년에 23.33:1로 최고점을 갱신했습니다.
수능 총 응시자 수가 2016년 585,332명에서 2022년 448,138명으로 약 23.5%감소한 가운데 수의대 지원자의 수는 2016년 7,513명에서 2022년 12,272명으로 약 63.3%가량 늘어나 학생 인구 감소 추세에 ‘역주행’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2022년 입시에는 수능을 통한 약학대학 선발이 시작되며 지원자가 분산되어 경쟁률이 하락할 것을 예상했지만 경쟁률의 상승세를 꺽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의대 재학생들이 수의사의 길을 선택한 이유
최근 급등한 인기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2022년 신입생을 포함한 현재 전국 수의대에 재학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입시 때 수의학과를 고려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190명 중 132명(69.5%)이 ‘동물에 대한 관심’을 꼽았습니다(복수응답).
그 뒤를 이어 ‘의료직을 희망’항목과 ‘전문직업인의 안정성’ 항목이 각 57.4%와 56.8%를 차지했습니다.
일명 ‘코로나 세대’라고 불리는 20·21·22학번에서 ‘의료직을 희망’ 항목을 선택한 학생은 55.8%로 전체 학생에 비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의료직 관련학과의 인기가 증가한다는 세간의 해석에 수의학과는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직업인의 안정성’ 항목이 57%가량의 높은 고려사항이 된 것에 비해 ‘높은 연봉에 대한 기대’ 항목은 23.7%로 5번째에 그쳐 상대적으로 적은 선택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2019년에 개인사업자로 신고한 고소득 전문직의 평균 소득 자료에서 수의사는 월 평균 623만원을 기록했습니다. 고소득전문직종 전체 평균인 1,300만원에 한참 못 미치며 19개의 직종 중 14위에 그쳤습니다(본지 2019년 10월 15일자 수의사 월소득 평균 623만원‥고소득 전문직 19종 중 14위 참고).
위 항목 외에도 ‘수의사 부모님의 영향’, ‘미래 중요한 직업일 것 같아서’, ‘해외 수의사를 위한 발판’, ‘군문제 해결’ 등의 이유로 수의사의 길을 선택했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올라가는 입결, 어디까지 왔나
최근 수의과대학 입학시험 결과(이하 입결) 점수가 올라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각 대학에서 발표되는 결과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제공되는 대입정보포털 ’어디가(Adiga)’의 자료를 통해 2021년 수의대 입학 결과 등급 및 백분위를 알아보았습니다.
수시는 ‘일반전형’과 해당 대학의 지역 거주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인재전형’으로 구분됩니다. 또 각 전형은 고등학교 내신 성적이 중점이 되는 ‘학생부교과전형’과 성적·봉사활동 등의 생활기록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 그리고 ‘논술전형’으로 구분하였습니다.
일반전형의 학생부교과전형의 합격 평균 등급은 1.36등급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은 평균 1.52등급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지역인재전형의 교과전형과 종합전형은 각각 1.57등급과 1.52등급으로 큰 차이를 나타내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경북대와 건국대에서 모집하는 논술전형은 경북대는 교과가 20%, 건국대는 논술 100%로 선발하기 때문에 합격자 평균 등급(경북대에서만 산출)이 낮고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였습니다.
정시의 경우 최종 등록자의 70% 평균백분위의 평균은 대학별 큰 편차 없이 95.1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일하게 다군에서 모집하는 제주대가 31.75:1의 높은 경쟁률을 가진 것이 특징적이었습니다.
매우 단순하게 해당 지표로만 다른 대학교 및 타 전공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메디컬 계열의 타 학과는 같은 해 치의예과는 70% 평균백분위 최대 98.83부터 95.67까지 넓게 분포하였고 한의예과는 99.25부터 94.07사이로 나타났습니다.
주요 대학 별로는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안암), 연세대학교(서울)의 자연계열의 평균은 각각 95.36, 93.48, 94.91로, 서강대학교, 한양대학교, 성균관대학교가 각각 90.62, 93.38, 93.15로 집계되었습니다.
(※ 위 비교는 모집군의 차이, 전형 요소 비율 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비교입니다)
또 다른 길, 편입
입시를 떠올리면 일반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정시와 수시 외에도 편입을 통한 수의대 입학의 길이 존재합니다. 편입학은 예과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본과1학년으로 입학하게 됩니다.
편입학은 일반편입과 학사편입으로 구분됩니다. 일반편입은 4년제 대학 기준 전적대학교를 4개학기, 즉 2학년을 마쳤거나, 2년제 또는 3년제 대학의 졸업했거나, 학점은행제로 학점을 취득한 경우 지원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학사편입은 4년제 이상의 대학 졸업자에 한해 지원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일반편입과 학사편입에 모두 지원 가능합니다.
편입학은 전적대학교 성적(GPA), 공인영어성적, 전공 시험, 면접, 자기소개서 등으로 전형이 구성됩니다. 학교별로 전형이 다양하고 매 해 전형의 변화도 매우 큰 편입니다.
편입학 인원은 배정된 정원과 당 해 본과 1학년 진급자 인원에 맞춰 충원하게 됩니다.
지난 4년간 총 편입학 인원은 2019년 28명, 2020년 30명, 2021년 38명, 2022년 56명으로 가파른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학사편입의 경우 입학인원의 일정 비율로 선발하기 때문에 큰 폭의 변화는 없습니다. 반면 일반편입은 휴학 등 결원에 의한 여석 여부에 따라 인원이 달라집니다. 때문에 최근의 편입 인원 증가는 일반 편입의 영향이 큽니다.
특히 2020년과 2022년 일반편입 인원을 비교해보면 제주대가 0명에서 7명(▲7), 강원대가 4명에서 9명(▲5), 경상대와 전북대가 각각 0명과 1명에서 6명(▲6, ▲5)로 증가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길어지는 오프라인 수업으로 인해 군입대 등 다양한 이유로 이탈하는 인원이 늘어나는 것을 이유로 여기고 있습니다.
유입되는 수의대생과 배출되는 수의사
지난 7년간 수의예과에 신입생으로 입학한 학생은 총 3,789명이었습니다. 매년 평균 541명이 입학했고 같은 기간동안 3913명, 연 평균 559명의 수의대생이 면허를 취득하여 수의사가 되었습니다.
신입생의 수는 2016년 547명에서 2022년 526명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대입 응시생의 수가 23.5% 감소한 것에 비해 3.9% 감소에 그쳤습니다.
소동물 임상분야의 포화와 가축방역 분야의 인원 부족은 꾸준히 문제로 제시되어오고 있는데요.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신고된 수의사 16,775명 중 44.1%가 임상수의사입니다. 비근로자 및 비수의업종에 종사하는 인원을 제외하면 실제 수의사로서 일하는 사람 중 임상수의사는 57%에 달했습니다.
그 중 반려동물 수의사가 다시 6,010명으로 81%를, 전체 수의 근로자 중에서는 약 46%를 차지했습니다(본지 2021년 2월 22일자 [수의사 분포 현황] 임상수의사 88% 반려동물 진료 참고).
현 수의대 재학생에게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반려동물 임상 수의사’는 56.8%로 현직 반려동물 임상 수의사의 비율보다 높습니다. 한동안 해당 분야로의 유입은 줄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입학 전 생각했던 장래희망 분야와 입학 및 수의학을 공부한 후를 비교했을 때 ‘반려동물 수의사’는 55.8%에서 56.8%로 소폭 증가하였고 ‘대학 및 연구기관’는 16.3%에서 3.1%p감소한 반면 ‘외국 수의사’는 4.7%에서 4.8%p증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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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수의대 입시와 관련된 여러가지 수치를 통해 수의사와 수의대생이 한 번쯤 궁금했을 이슈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어서 [아무튼, 학교생활]에서는 실험실 활동, 대외활동, 국가시험 준비 등 수의대생에 대한, 수의대생을 위한, 수의대생에 의한 내용의 기사가 이어집니다.
김준석 기자 lkjk5834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