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인 수의사 국가시험 기출문제, 온라인 중고거래서 버젓이 판매
국시 기출 저작권은 검역본부 아닌 출제위원 개인에 있다?
공식적으로 비공개인 수의사 국가시험 기출문제가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버젓이 판매됐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수의미래연구소는 온라인 도서 쇼핑몰 중고장터에서 ‘수의사 국가시험 7개년 기출문제집’을 판매하고 있음을 확인,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저작권 관련 행정조치를 요구했다고 8일 밝혔다.
하지만 검역본부는 해당 중고서점이 이미 해당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고, 검역본부가 기출문제에 대한 저작권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취지로 답했다. 별다른 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셈이다.
중고장터에서 팔린 수의사 국가시험 7개년 기출
의사 국시 기출문제집은 저작권법 위반 처벌 사례도
수미연이 지난 6월 제보를 통해 파악한 해당 중고거래건의 판매자는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고시 관련 중고서점 K업체다. 현재는 해당 페이지가 삭제돼 접근이 불가능하다.
제보로 파악한 당시에는 이미 구매가 불가능했지만, 수의사 국가시험을 관리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관련 대응을 요청했다.
수의사 국가시험 기출문제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는 만큼, 이를 복제해 판매했다면 저작권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의사 국가시험에는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전례가 있다.
서울의 출판사 3곳이 2010년 시행된 의사·간호사 국가시험 필기시험 기출문제를 문제집으로 출판했다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의 저작권을 침해한 혐의로 처벌받았다.
당시 해당 출판사들은 ‘전국의과대학4학년협의회’에서 복원한 2010년 국시 문제를 그대로 혹은 일부 변경시켜 수록했다.
서울동부지법은 기출문제를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로 판단하면서, 저작물(기출문제)을 직접 보고 베낀 것이 아니라 수험생들의 기억을 되살리는 방법으로 복원한 경우에도 저작물의 복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유출에는 저작권 기반 대응해야 하는데..
수의사 국시 기출 저작권은 검역본부에 없다
수미연에 따르면 검본은 “해당 K업체에 확인한 결과 중고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지 않고, 실물이 없는 중고제품은 저자나 출판사 등 저작권을 무단으로 사용한 자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국가시험 기출문제의 저작권은 검역본부가 아닌 실제 출제위원에게 있다고 답변했다.
의사 국가시험 출제위원들로부터 저작권 양도 동의를 받는 국시원과 달리, 검역본부는 출제위원으로부터 저작권을 양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역본부는 수미연에 대한 회신에서 “한국저작권위원회 문의 결과 (수의사 국가시험 기출문제의) 저작권은 실질적으로 시험문제를 창작한 출제위원에게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전했다.
수미연은 “어떻게 한 국가의 수의사 면허를 발급하기 위한 시험의 저작권이 정부가 아닌 출제자 개인에게 있고, 공개되지 않은 기출문제가 버젓이 온라인에서 출판물 형태로 판매될 수 있느냐”며 기출문제의 저작권이 시험관리기관(검역본부)에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의사 국가시험도 지금은 기출문제를 공개하고 있지만, 비공개였을 당시에는 저작권을 기반으로 유출에 대응했다. 수의사 국가시험의 저작권이 당국에 없다면 사실상 유출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조영광 수미연 공동대표는 “과거 의사 등의 국가시험 문제가 공개된 것은 ‘이미 음성적으로 복원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비공개가 무의미하다’는 논리가 결정적이었다”면서 “이번 기출문제집 온라인 판매 사례가 이를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