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과대학 임상대학원? 우리 과는요! [청수콘서트]

서울대 동물병원 대학원생과 만나기..안과·치과, 응급의학과, 피부과, 정형·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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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임상의 진료과목별 전문성이 높아지면서 임상대학원 진학 열기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대 수의대에서 열린 제6회 청수콘서트(클릭)에서는 ‘임상대학원생과의 대화’ 세션이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 이인형 교수를 좌장으로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일하며 대학원 과정을 진행 중인 수의사들이 교실별로 발표에 나섰다.

안과·치과의 김수안 수의사, 응급의학과의 정태규 수의사, 피부과의 이나은 수의사, 정형·신경외과의 이창훈 수의사, 마취통증의학과의 성태훈 수의사가 각각 전공 교실의 장·단점과 필요로 하는 덕목을 소개했다.

특별한 과 안과·치

서울대 수의대는 서강문 교수 지도로 안과·치과 교실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안과에서는 기본적인 각결막 질환부터 백내장·녹내장은 물론 신경과 연관된 질환까지 모두 다루고 있다. 치과에서도 치근염, 치주염을 비롯한 다양한 치과질환을 진료하고 있다.

김수안 수의사는 안과·치과의 특이함(special)을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았다. 전공자가 많지 않은 과목인 만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만, 전신질환 등 큰 줄기를 놓칠 수 있는 분야인만큼 편협하게 공부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미경을 보며 미세수술을 수행하는 과목인만큼 섬세함과 침착함이 요구되며, 보이는 증상을 잘 잡아낼 수 있는 눈썰미가 중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협진과 소통이 중요한 응급의학과

응급의학과는 예약 없이 응급으로 내원한 환자를 진단하고 필요한 응급처치를 통해 안정화시킨다. 응급도에 따라 분류(triage)한 환자를 동물병원 진료과목별로 인계해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연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정태규 수의사는 응급의학과의 장점으로 다양한 환자를 만나 폭넓게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반면 특정 진료과목만 수련하는 타 과목에 비해 깊이가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목했다.

예상치 못한 응급환자에 대응할 수 있는 판단력과 임기응변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면서도, 여러 진료과와 함께 협진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소통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의 삶의 질을 고민하는 피부과

대학 동물병원의 피부과이다 보니 알러지나 2차 감염이 동반된 환자들 중 관리가 잘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면역이나 호르몬 문제로 인해 흔치 않은 피부병을 앓는 환자들도 대학병원에 내원한다.

이나은 수의사는 피부과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환자가 거의 없다’는 점을 꼽았다.

입원 환자가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어 부담이 적고, 상대적으로 워라밸이 좋은 과목이라는 것이다. 회복과정이 직관적으로 보이는 만큼 보호자 만족도가 높은 것도 장점이다.

다만 피부 위주로 보다 보니 중증 환자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고, 생명을 살린다는 큰 보람을 얻는 과는 아니라는 점을 덧붙였다.

피부과에서 필요한 능력으로는 보호자와의 의사소통을 강조했다. ‘어떻게 생활에 불편함을 덜 수 있을까’ 환자의 삶의 질을 고민하는 과이기 때문이다.

시각뿐만 아니라 다른 감각도 진단에 활용하는 만큼 섬세함과 관찰력도 요구된다.

강인한 체력과 집중력, 인내를 요구하는 정형·신경외과

정형외과는 사고가 나거나 뼈가 부러졌을 때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대응한다. 특별한 사고 없이도 발생하는 무릎뼈, 십자인대, 고관절 문제는 물론이다.

신경외과는 추간판탈출 등 뇌·척수에 문제를 일으킨 질환에 수술을 실시하거나 약물 처치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인다.

이창훈 수의사는 보람을 정형·신경외과의 장점으로 꼽았다. 3D 프린팅 등 신기술 적용도 시도하고,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면 보람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예후가 좋지 않을 때의 박탈감이나 안타까움은 감내해야 하는 단점으로 지목했다.

밤새 환자를 돌봐야 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강인한 체력이 요구되며, 수술 시간이 길어져도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과 인내심을 강조했다.

 

활동폭 넓은 마취통증의학과, 팀워크와 대범함

마취통증의학과는 병원 내 활동폭이 넓다. 예약된 수술 환자를 마취하는 것은 물론 CT나 MRI 촬영에도 마취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술이나 CT·MRI 외에도 마취나 진정이 필요할 수 있다. 동물 환자들은 사람의 말과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 할퀴고 깨물어 진료진까지 다치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확한 진단과 처치를 위해서는 진정이 필요하다.

성태훈 수의사는 서울대 마취통증의학과가 현재 주력하고 있는 분야로 국소마취와 통증관리를 지목했다. 과거 ‘통증’은 동물에서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한 부분이었지만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취통증의학과의 장점으로는 영상 촬영에 마취가 쓰일 만큼 동물에서 마취가 필요한 상황이 많다는 점을 꼽았다. 초보수의사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상황이 마취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런 측면에서 현재 수의계에 필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과임을 덧붙였다.

보호자를 대면하고 설득해서 진료 방향을 정하는, 즉 주치의가 해야할 일들을 하지 않는다는 점은 단점이자 장점으로 지목했다.

마취과에서 필요로 하는 덕목으로는 팀워크를 꼽았다. 환자가 응급상황으로 빠지지 않게끔 하기 위해 ‘one team one mission’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취 과정에는 언제든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만큼 침착함을 잃지 않는 대범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좌장을 맡은 이인형 교수는 “무엇보다 학생들이 궁금하지만 물어보기 어려운 답답함이 풀렸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수정 기자 tnwjdpa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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