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로 온 부산대 수의대 신설 문제‥政 ‘수의사 수급 연구가 먼저’
서병수·안병길 의원, 부산대 수의대 설립 국회토론회 개최
부산대 수의대 신설을 둘러싼 이목이 여의도에 집중됐다.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부산 지역구 국회의원과 부산대가 주최한 수의대 설립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에 반발한 대한수의사회는 같은 시각 국회 앞에서 반대 집회를 벌였다.
수의대 신설의 열쇠를 쥔 농림축산식품부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수의사 수급을 판단하기 위한 연구가 먼저라는 것이다.
부산대는 수의사가 부족한 방역·의과학 분야에 특화된 교육을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국립대의 틀 안에서 기존 지방대 수의대와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남는다.
오히려 직역별 수급 불균형에 대한 해법은 처우개선에 있다는 지적이 이날 토론회에서도 거듭됐다.
부산지역 정치인들 수의대 신설 한 목소리
국민의힘 서병수·안병길 의원실이 부산지역 거점대학 수의과대학 설립과 수의사 양성 필요성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2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부산대와 농식품부, 교육부 등 관계기관이 자리했다. 수의사회는 토론회에 참여하지 않고 같은 시각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며 장외 투쟁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부산지역 정치인들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이들 모두 부산대 수의대 신설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회에는 주최자인 서병수, 안병길 의원을 비롯해 황보승희·정동만 국민의힘 의원과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장에 참석했다. 조경태·백종헌 국민의힘 의원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축사를 보냈다.
부산지역은 아니지만 국회 농해수위 야당 간사인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리했다.
안병길 의원은 “정책토론회를 하는데 이래저래 이야기가 많은 것은 처음”이라며 “그만큼 부산대 수의대 설립이 첨예하고 절실한 문제”라고 말했다.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은 축사를 통해 “부산에 반드시 수의과대학이 있어야 된다는 방침 하에 수의사의 사회적 역할, 처우까지 입체적으로 분석해 미래지향적 방안을 모색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식품부 ‘수의사 수급 연구가 먼저’
교육부 ‘총원 유지하면서 정원 나누기는 불가능’
현행 고등교육법상 교육부장관이 수의과대학 정원을 정할 때에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수의사 수급을 관리해야 할 농식품부가 수의대 신설의 열쇠를 쥔 셈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농식품부는 정원 증원 여부를 당장 판단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수급 전망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먼저라는 얘기다.
이동식 농식품부 방역정책과장은 “수의사 수급전망에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반려동물 분야를 포함해 수의사가 얼마나 필요하고, 향후 과잉일지 부족일지 판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먼저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동식 과장은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연구용역을 좀더 빠르게 할 계획”이라며 “가능하면 내년 연초에 추진하고, 연구 결과에 따라 정책 판단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수의대 정원의 총합은 유지하면서 현행 10개 대학 대신, 부산대를 포함한 11개 대학에 나누는 방식으로의 수의대 신설도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 조진행 사무관은 “기존 수의과대학에 주어진 정원을 교육부가 강제로 빼 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가 연구용역을 거쳐 수급 상황을 검토하기까지 수의대 정원 확충과 신설 문제는 당분간 유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이날 토론회에서도 부산 지역 정치권의 관심이 엿보인 만큼 추진력을 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생명연구·방역인력 양성 내세우지만..
‘타 지방대와 다른 수의대가 될 수 있나’에는 의문부호
이날 부산대는 수의대 신설의 주요 명분으로 수의학기반 의생명 융합연구 경쟁력 강화, 국가적인 방역전문 인력 양성을 내세웠다.
기존에 수의사 부족 문제가 지적됐던 이들 분야에 졸업생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커리큘럼과 교육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수의연구, 농장동물, 가축방역·재난관리 분야에 특화 교육과정을 운영하겠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아직 의문부호가 남는다. 수의대 건물 하나, 동물병원 하나, 교수 20여명으로 점철된 별반 다르지 않은 국립대 수의대가 또 하나 생길 뿐이라는 회의적 시각이다.
부산대 측은 양산캠퍼스에 대동물·영장류를 포함한 질환동물 모델센터를 설립하고, 밀양캠퍼스에 대동물 농장을 확보해 기초연구·실험동물·농장동물 분야 교육 인프라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교원은 기존 지방대 수의대와 유사한 20여명 정도로 예상했다. 수의대에 반드시 필요한 동물병원 설립에서도 대동물병원은 후순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행 수의사 국가시험에서 수의법규·축산학을 제외한 수의학 관련 출제과목만 19개다. 출제과목당 교수 1명을 두기에도 빠듯한 실정이다.
사립대에 비해 특정 단과대로의 예산 치중이 쉽지 않은 국립대의 특성상 기존 지방대 수의대와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대 수의대 신설 TF에 참여했던 김건일 양산부산대병원장은 “대학의 교육 철학에 따라 학생들의 진로는 변할 수 있다”면서도 “반려동물 임상이 아닌 다른 분야로 진출하게 만드는데는 기존과 다른 전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역별 수의사 수급 불균형, 핵심은 처우 개선
직역별 수의사 수급 불균형 문제의 해법이 처우개선에 있다는 지적도 거듭됐다.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의사는 분야별로 과소·과대현상이 현격히 공존한다. 반려동물 개원은 포화상태인데 반해 방역·연구 분야은 부족하다”며 “공급 증가와 함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공직 분야 처우를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5급으로 임용되는 의사와 달리 수의사는 7급으로 임용되며, 가축방역관이 부족한 지방으로 갈수록 승진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수의사들이 공직에 갈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의과학분야의 수의사 양성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의과대학에서는 늘어나는 의과학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중심병원을 만들거나 공과대학의 의학과 신설을 검토하는 등 다양한 해법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주량 선임연구위원은 “전세계적으로 수의학은 수요가 증가하는 대표적인 과학 영역”이라며 “이들 전문인력 양성에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현재보다 미래를 보고 수급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정해관 성균관대 의대 명예교수는 “의생명과학자를 양성하겠다며 의과학전문대학원을 만든다 해도 (졸업생들이) 나중에 개원하는 걸 강제로 막을 수도 없다”면서 “해당 분야의 처우를 개선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해관 명예교수는 “이과의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반도체·우주산업보다 의생명분야 전문직에 지원하는 것을 단지 ‘돈을 밝혀서’라고 치부하면 문제해결에 접근할 수 없다”며 처우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