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되찾은 리트리버 보보, 충남대 동물병원에 기부금 전달
충남대 동물병원서 무릎·고관절 치료 받은 보보..개원 이래 보호자 기부 ‘최초’
충남대 동물병원에서 치료받은 반려견의 보호자가 병원 발전을 위한 기부금까지 전했다. 충남대 이해범 교수에게 고관절 탈구 수술을 받은 골든리트리버 ‘보보’와 보호자 안광호 씨 가족이 그 주인공이다.
안광호 씨 가족 대표로 16일 충남대 동물병원을 방문한 아들 안치원 씨는 이날 기부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이러한 보호자 기부는 충남대 동물병원 개원 이래 처음이다.
2019년 시작된 충남대 동물병원과의 인연
보보와 충남대 동물병원의 인연은 2019년 7월에 시작됐다. 이 무렵 보보의 왼쪽 뒷다리에 이상을 느낀 보호자는 인근 동물병원에 내원했고, 왼쪽 무릎의 십자인대파열이 예상된다는 수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왼쪽 무릎의 재활을 위해 방문한 서울 소재 재활센터에서 충남대 이해범 교수를 소개받은 보호자는 이후 충남대 동물병원에서 꾸준히 재활 치료를 받았다. 보보의 무릎도 차차 호전됐다.
하지만 보보는 이듬해 10월 다른 이유로 충남대 동물병원을 찾았다. 내원 사유는 오른쪽 고관절 탈구였다.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병원 내 수술실 공사가 한창이던 시기였고, 보호자도 수술에 두려움을 느꼈다. 재활치료와 보조기 사용을 병행하며 경과를 지켜보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보보의 다리는 호전되는 듯 보였지만 이내 다시 탈구됐다. 결국 2021년 6월 이해범 교수 집도로 인공고관절전치환술(Total Hip Replacement)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보보는 지금까지 가족들과 함께 건강한 생황을 이어가고 있다.
‘병원을 위한 것이 곧 보보를 위한 것’ 기부 결심
충남대 발전기금재단 설립한 안병기 교수 가족
보보가 고관절 탈구 수술을 받고 입원했던 당시 주치의는 강아란 수의사였다. 지금의 주치의인 남상현 수의사는 그때도 부주치의로 보보를 돌봤다. 보보는 수의사 선생님들을 무척 좋아했다.
보보의 보호자는 “보보는 2주 동안이나 혼자 동물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도, 병원에 오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수의사 선생님들을 자기 가족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그 모습을 보고 수의사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정말 예뻐해주신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충남대 동물병원에 내원한 보호자는 병원의 사정도 잘 알게 됐다. 수술실을 비롯해 병원 내 여러 환경이 부족한 것을 알고, 작은 도움을 보태고자 기부를 결심했다.
특히 보보네 가족은 충남대학교와도 깊은 인연이 있다. 이날 보호자 대표로 기부금을 전달한 안치원 씨의 조부는 충남대 발전기금재단을 설립했던 안병기 전 충남대 교수다. 이번 기부금도 충남대 발전기금재단을 통해 동물병원으로 들어오게 된다.
안치원 씨는 “할아버지가 설립하신 재단에 가족들이 기부하게 되어 더욱 의미가 깊은 것 같다“며 “그동안 병원에 이러한 사례가 없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이번이 좋은 선례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병원을 위한 것이 보보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저절로 기부를 결심하게 되었다”면서 “충남대 동물병원에는 좋은 수의사 선생님들이 참 많다. 많은 잠재력을 지닌 병원이다. 이런 병원이 더 크게 성장하여 많은 생명을 살리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에게도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해범 충남대 교수는 “이번 기부를 통해 병원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껴 뿌듯하다. 의료진들이 앞으로 더 노력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된 것 같다”며 기쁜 마음을 전했다.
이해범 교수는 “충남대 동물병원은 대전·충남을 대표하는 동물병원으로서 지역 동물들의 건강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보호자들이 수도권을 찾아가지 않아도 되도록 충남대 동물병원이 더 성장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병원 시설이 더 확충된다면 전문적인 진료와 함께 지역 사회 환원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진서 기자 vivian100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