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랑스 수의대생이 한국 동물병원에서 실습하는 이유는?

포르투갈 바스코 다 가마 수의대생 Carla Dehent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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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수의대에 다니는 프랑스 학생이 한국 동물병원에서 몇 주간 실습을 했습니다.

바로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 수의대 3학년인 Carla Dehent 학생이 그 주인공입니다. 유럽 수의대생이 한국 동물병원에서 인턴십을 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인데요, 데일리벳에서 Carla Dehent 학생을 만나 한국 동물병원을 찾은 이유와 포르투갈, 프랑스 수의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Carla Dehent-Oberlander이고, 현재 20살입니다(한국나이로는 21살이겠네요!). 현재 포르투갈 코임브라에 있는 바스코 다 가마 대학교 수의학과 3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국적은 프랑스지만 다문화 가정(아버지 프랑스, 어머니 코스타리카)에서 자랐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언어를 구사합니다.

Q. 어떻게 수의대생이 되셨나요? 어릴 때부터 수의사가 꿈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동물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제 대부는 프랑스에 작은 동물원이 있는 농장을 가지고 있었고, 어머니 덕분에 코스타리카의 야생동물과 생물다양성의 중요성, 생명에 대한 존중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동물과 함께하는 것이 항상 자연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에 12살에 수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14살 때 프랑스 베르사유 동물병원에서 1주간 실습을 했는데요, 그때 수의사가 되겠다는 결심이 더 확고해졌습니다. 참고로, 프랑스에서는 고등학교 입학 전에 다른 분야에서 1주간 인턴십을 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전공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한 프로그램이죠.

Q. 프랑스 학생인데 포르투갈 수의대에 다니는 게 특이합니다. 유럽에서는 국가 간 입학이 자유로운가요?

사실 프랑스 학생들이 유학을 가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가 시작되고 있죠.

안타깝게도 프랑스에서 정말 원하는 것을 공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히, 과학과 관련된 전공일수록 그런데요, 학과의 인기가 높아지고 수요도 커지고 있지만, 대학의 입학 정원이 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프랑스에서 수의학을 공부할 기회를 갖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래도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수의사’를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수의사가 아닌 다른 커리어는 상상할 수 없었죠.

그래서 유럽의 다른 수의과대학들을 찾아보고 무엇을 가르치는지 알아봤습니다. 그리고 포르투갈 코임브라에 있는 바스코 다 가마 대학교가 제가 원하는 조건을 충족한다는 점을 알게됐죠.

바스코 다 가마 대학교는 강의 질이 높고(유럽에서 유명합니다), 프랑스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1학년 모든 수업이 프랑스어로 제공되는데, 이는 프랑스 학생들이 포르투갈어를 배우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또한, 석사 학위도 유럽 규정을 충족했죠.

그래서 바스코 다 가마 대학교 수의과대학에 지원했고, 운 좋게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제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Q. 이제 본격적으로 한국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왜 한국 동물병원에서 실습을 하고 싶었나요? 그리고 이번이 첫 번째 한국 방문인지도 궁금합니다.

2018년에 한국에 관광객으로 온 적이 있습니다. 한 달 동안 서울, 부산, 제주를 돌아봤었는데, 한국은 정말 아름다운 나라였습니다. 그때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제가 한국 문화와 한국 사람들에게 너무나 빨리 적응해서 저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동물병원은 물론, 한국이 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고 매우 선진화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실습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항상 ‘미래에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배우는 것을 매우 좋게 생각합니다.

세계로동물의료센터 장경미 원장(사진 오른쪽)과 Carla Dehent

Q. 어떻게 한국 동물병원을 컨택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한국 동물병원에서는 어떤 실습을 하셨나요?

저희 학교는 전 세계 어디서든 한 달 동안 인턴십을 할 수 있는데요, 한국에서 인턴을 하기 위해 여러 동물병원에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연락이 잘 닿지 않던 찰나에 운명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말 운명적이었어요.

제가 어머니와 함께 코임브라에 있는 한식당을 갔었는데요, 그 식당 사장님(한국인)이 제 얘기를 듣고는 자기 친구가 수의사인데 동물병원을 하고 있다며 연결해줬습니다. 그분이 바로 세계로동물의료센터 장경미 원장님이셨습니다.

장 원장님과 연락이 되어서 한국에 올 수 있었고, 세계로동물의료센터와 헬릭스동물메디컬센터에서 실습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로동물메디컬센터는 제가 기대했던 것처럼 매우 현대적인 병원이었습니다. 허정 원장님과 장경미 원장님의 도움으로 복잡한 장비 사용법을 배우고, 새로운 것들을 연습했으며 진료를 보조했습니다.

헬릭스동물메디컬센터에서는 평소 접하기 어렵고 해결하기 쉽지 않은 다양한 응급 케이스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제 지식을 넓힐 수 있었고, 특정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매우 흥미로웠어요.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세계로동물의료센터. Carla 학생은 에어비앤비로 이 근처에 숙소를 구해 생활 중이었다.

Q. 한국에서 또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한국의 진짜 일상생활을 경험하고 있어서 기쁩니다. 관광객으로 방문한 것과 한국 사람처럼 일하고 생활하는 건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었고, 한국어 실력도 키우려고도 노력 중입니다.

Q. 이제 프랑스와 포르투갈 수의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각각 수의과대학이 몇 개씩 있고, 몇 년 과정인가요?

프랑스는 파리, 리옹, 낭트, 툴루즈에 4개 수의대가 있습니다. 이 4개 수의과대학은 모두 프랑스 농업부가 관리하며, 4개 수의대의 입학생 정원은 연간 220명입니다.

그런데, 2021년에 프랑스 루앙에 새로운 사립 수의대가 문을 열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수의사가 되려면 2년간 수업을 듣고 시험을 통과해 수의과대학에 진학해야 합니다. 수의과대학은 5년 과정입니다. 즉, 전체가 7년 과정(2+5)인 셈이죠.

외국인도 프랑스 수의대에 진학할 수 있지만,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해야 합니다.

포르투갈 수의대는 5~6년을 공부해야 하는데요, 그중 마지막 6개월은 인턴십입니다. 프랑스나 한국과 달리 2년의 예과 과정은 없습니다. 8개 대학이 있으며, 입학하자마자 1학년부터 바로 사체를 통한 실습 등 수의학 공부를 하게 됩니다(살아있는 동물 실습은 3학년부터).

각 과목마다 거의 매주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보는데요, 실습시험은 사체를 이용하거나 실험실에서 진행됩니다. 필기와 실습시험을 통과해야 다음 학년으로 진학할 수 있습니다.

포르투갈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4학년까지 더미로 연습을 하고, 그 후에야 살아있는 동물 또는 사체로 실습할 수 있습니다.

포르투갈에 수의대가 많지만, 프랑스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은 2개뿐입니다. 하나는 포르투에 있고, 하나는 코임브라에 있습니다(제가 다니는 바스코 다 가마 대학이죠). 리스본 근처에는 외국 학생들을 위해 영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Q. 동물복지나 수의인문학에 대한 과목도 있나요?

저희 학교에서는 매주 1~2시간씩 다른 주제의 세미나가 열리는데요, 여러 동물보호단체에서 와서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합니다. 그런 세미나는 매우 유용하고, 실제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Q. 한국은 동물병원의 전문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안과전문동물병원, 치과전문동물병원 등이 많이 생겼는데, 프랑스나 포르투갈은 어떤가요?

이제 막 전문 동물병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아직 숫자는 적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전문 수의사가 꼭 한 병원에서 소속되어 일하는 게 아니라 여러 병원에서 일하기도 합니다. 동물병원에서 요청하면 그 병원으로 가서 진료하는 시스템이죠. 프랑스에서 전문 수의사는 자유로운 직업으로 여겨지는데, 포르투갈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Q. 한국은 동물 수 대비 수의사가 많이 배출되어 문제가 심각합니다. 프랑스와 포르투갈의 상황은 어떤가요?

프랑스의 경우 (신설 사립대를 제외하면) 매년 정원이 220명(대학당 55명씩 4개 수의과대학)인데요, 국가의 크기나 수요 대비 수의사가 부족하다고 여겨집니다. 포르투갈은 훨씬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프랑스보다 수의사가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됩니다.

포르투갈 수의대 중 외국인 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의 정원은 매년 120명 정도 되는데요(대학당 40명 수준), 포르투갈 정부가 이 정원을 낮게 유지하기를 원합니다.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수의사가 된 뒤에 포르투갈을 떠나기 때문이죠.

Q. 프랑스와 포르투갈에서 수의사의 연봉과 삶의질은 어떤가요?

프랑스는 수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포르투갈보다 초봉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삶의질은 오히려 포르투갈이 더 나쁜 데도 말이죠). 포르투갈 경력 수의사 연봉이 프랑스 경력 수의사의 1/3 수준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프랑스 수의대에 진학하기가 그만큼 어렵고, 양국의 진료비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중성화수술 비용도 프랑스가 포르투갈보다 2~4배 정도 높습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어떤 수의사가 되고 싶은가요?

저는 외과 수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심장 수술처럼 흔하지 않은 분야를 전문으로 하거나, 새로운 수술법을 적용해 절망적인 동물을 살리는 수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물론, 확실한 전공을 선택하기에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2026년 학업을 마칠 때 6개월의 인턴십을 하면서 결정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때 기회가 되면 또다시 한국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인터뷰] 프랑스 수의대생이 한국 동물병원에서 실습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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