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성 전남대 수의역학 교수 “현장 경험과 지식을 학교로”

유대성 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 신임교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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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의역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민경덕 충북대 교수, 이후석 충남대 교수 등 국내 수의대도 수의역학 전공 교수를 점점 임용하는 추세죠.

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도 지난 3월 1일 자로 수의역학 전문가인 유대성 교수(수의공중보건학교실)를 임용했습니다. 현장 경험과 이론을 두루 갖춘 유대성 신임교수(사진)를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Q. 임용을 축하드립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3월 1일 자로 전남대학교 수의역학 교수로 부임하게 된 유대성입니다.

저는 전남대 수의학과(06학번)를 2012년에 졸업하였습니다. 이후 고려대학교에서 역학 전공(의과대학 예방의학실)으로 2017년에 석사, 2021년에 박사를 마쳤습니다.

2012년부터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11년간 근무했는데, 주로 역학조사과에서 동물전염병 역학조사, 분석, 연구를 담당했습니다.

학부 때는 세계수의학도협의회(International Veterinary Student Association, IVSA) 한국지부 회장을 했고 세계대표단에서 대표를 3년간 했습니다. 또한, UN 산하 국제기구 세계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UN FAO)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습니다.

Q. 역학전공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릴 적부터 야생동물에 관심이 많아서 수의대 입학 후 야생동물 실습을 위해 아프리카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아픈 것을 참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야생동물 특성상 아픈 개체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치료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프리카에 있는 많은 야생동물이 전염병에 걸려 있다는 것과 우기와 건기에 나타나는 이주 등으로 병원체가 전파된다는 것도 알게 됐죠.

그러면서, 개체 치료보다 전염병을 막는 것이 더 많은 동물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후 로마에 있는 FAO의 Animal Production and Health Division에서 인턴을 했습니다. 해당 부서에서는 아침마다 전 세계 질병에 대한 브리핑과 discussion을 했는데 일하는 직원 대부분이 역학 전공자들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역학이 어떤 학문이고 역학 전공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해당 부서에 한국인이 저 혼자였는데요, 2010~2011년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이 광범위하게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설명과 한국 정부 및 수의사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국제기구에) 잘 전달되지 않아 매우 아쉬웠습니다. 그때, 역학전문가가 되어 우리나라에서 ‘역학을 통한 방역’이 잘 이루어지는 데 기여하고,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국가가 되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궁극적으로 동물과 사람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도 가졌습니다.

Q. 졸업 후에 수의대가 아닌 의과대학으로 대학원을 진학하셨는데요, 수의대에 역학전공이 없었기 때문이었나요?

미국 UC Davis나 영국 왕립수의과대학 등 수의역학으로 유명한 수의대에 가려고 했었습니다. 그 전에 우리나라에서 역학조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기 위해 먼저 농림축산검역본부 역학조사과에서 일을 했습니다. 일하는 동안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HPAI), 구제역(FMD),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돼지열병(CSF) 등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 나가 역학조사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배운 내용을 보다 과학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체계적인 역학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당시 고려대에 감염병역학이 잘 설계되어 있고, 손꼽히는 교수님들이 있어 역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고려대를 선택했습니다. 또한, 지도교수님(천병철)께서 동물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셔서 진학했습니다.

대학원에서 배운 이론을 현장과 접목하며 역학분석 및 연구에 많은 도움을 받았고, 사람과 동물 쪽의 감염병, 전염병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둘의 차이와 공통점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원헬스 접근법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Q. 역학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교수님은 주로 어떤 분야의 역학 공부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주로 전염병, 감염병역학에 대해 공부했고,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해서도 연구를 했습니다. 또한, 최근에 많이 활용되는 빅데이터 분석, 기계학습에 관해서도 공부했습니다.

2014년 검역본부에서 KT와 공동으로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위험도 분석을 기계학습으로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해당 과제에 참여하면서 관심이 생겨 대학원에서 데이터사이언스학과가 개설한 딥러닝 등 빅데이터 분석 과정을 수강했고, 해당 분야 지식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과 기계학습을 가축전염병에 적용할 때 유의할 점을 깊이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역학에도 매우 다양한 소분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건강불평등, 격차 등과 관련된 사회역학을 배우고 관련 논문을 출판한 적이 있는데요, 동물 쪽에서도 이런 주제로 연구하고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암, 소화질환, 가와사키병 등 만성질환에 대한 공간적인 분석 경험도 있는데요, 이런 학습을 통해 생활 패턴, 연령대 등 인구 구조 등에 따라 데이터 분석에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변수 선정부터 연구결과 해석도 사회학 같은 공부를 통해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Q.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는 하셨던 일을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실 수 있나요?

주로 1종 가축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역학조사를 했습니다.

전염병은 신고를 통하거나 검사 도중에 주로 발견되는데, 만약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면 바로 출동해서 검사를 합니다. 고병원성이 의심되는 결과가 나오면 농장에 방문하여 발생 경로를 알기 위해 시료를 채취하고, 위험요인이 무엇인지 역학분석을 합니다. 농장주와 인터뷰도 하죠. 그리고 그 결과를 방역 당국에 전달해 필요한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합니다.

유입경로 분석 케이스가 많아지면 누적된 데이터를 통해 집단의 특징을 파악하고 고위험지역을 예측해 농식품부와 농장주에게 권고사항을 전달합니다. 빠른 시간 안에 결과를 만들어야 하므로 잠도 거의 못 자고 힘들게 일했습니다.

이외에도 중장기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농장 사이에서 질병이 어떻게 전파되는지, 야생조류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살처분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하는지 등을 연구하고 논문을 썼습니다. 아마 국내에서 가축전염병에 대한 역학 논문을 가장 많이 쓴 게 저일 것 같아요(웃음).

역학전문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역학이라는 학문이 단순한 분석과 연구로 끝나면 그 의미가 퇴색할 수 있습니다. 방역당국의 의사결정자와 지속적으로 만나서 역학분석 및 연구결과를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설득해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한, 협회 및 농장주와 만나서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기 쉽게 제공하고, 질병의 발생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작년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을 때 역학조사를 하면서 농장주에게 농장의 문제점과 취약사항을 연구결과와 함께 설명했더니 많은 농장주가 시정하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이런 설명을 해준 사람이 별로 없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죠.

저는 역학이 세상을 바꾸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히 세상과 가까워져야 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 사진은 일할 때 찍힌 사진입니다. 저만 저라는 걸 알 수 있죠(웃음).

Q. 앞으로는 어떤 연구를 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크게 4가지 분야를 연구하고 싶습니다.

우선 가축 및 야생동물 전염병에 대한 현장 중심 시스템 구축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항상 ‘현장에 답이 있고, 그래서 현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로 왔지만, 기회가 된다면 지속적으로 현장에 가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현장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위한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최근 동물방역기관에 수의사가 매우 부족합니다. 현업에 있는 수의사 공무원과 공중방역수의사 분들이 너무나 힘들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죠. 따라서 효율적인 방역시스템 구축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위험도 기반의 예찰 및 관리 시스템을 통해 적은 시료채취나 점검을 할 수 있다면,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구조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두 번째로는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관계 기반 시스템 구축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관계는 야생동물, 가축, 반려동물, 사람의 관계를 말합니다. 이들의 관계가 어떤지에 따라 감염병의 양상이 많이 달라집니다.

사람과 직접 접촉하는 동물은 가축과 반려동물이 많습니다. 그런데, 신종감염병은 야생동물에서 유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야생동물과 가축, 반려동물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야생동물과 사람, 그리고 나머지 동물집단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중요한데요, 환경적인 요인이나 기후변화, 지형 변화 등으로 이들의 관계가 가까워지고 접촉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서아프리카 지방의 에볼라 유행도 그런 측면에서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측면을 고려한 위험도 분석, 예찰 및 관리 시스템 구축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세번째로 반려동물에 대한 근거 중심 시스템 구축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많은 수의대생이 반려동물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해당 분야로 진출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많은 치료법이 개발될 텐데, 이러한 치료법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전남대 역학 시간에 이와 관련된 교육 및 실습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데이터 수집, 데이터 저장 및 관리, 분석까지 배운다면, 반려동물 분야의 데이터를 활용해 근거를 가지고 치료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유행처럼 치료법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요.

마지막으로 사회역학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수의사는 전문가로서 사회적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득 등 보호자의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동물의 질병발생 및 예후(사망, 잠재수명손실년수 등)가 다른 이유에 대한 연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입니다. 건강불평등(소득에 따른 질병 발생 및 예후 심각성의 차이)이 있는지 확인하고, 많이 존재한다면 이를 해소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수의사가 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사회역학 연구 경험이 있는 제가 조금이나마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이런 연구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와 협업해야 합니다. 역학은 학문의 특성상 많은 분야와 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검역본부에서 다른 과와 협업해 좋은 성과를 낸 바 있습니다. 앞으로도 열린 자세로 협업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많은 교수님, 연구자들의 관심과 연락을 바랍니다.

Q. 역학을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은 어디서 공부를 해야 할까요? 또한, 어떤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코로나 이후로 역학 분야에 지원하는 대학원생이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역학은 전염병역학, 암역학, 환경역학 등 진출 분야가 다양합니다. 사회적으로 감염병에 대응하는 기관이 많이 생겼으며, 백신을 개발하는 회사도 역학전공자를 많이 채용합니다. 국제기구도 추천합니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구 OIE), 국제축산연구소(ILRI), 세계식량농업기구(FAO) 등의 국제기구에 역학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수의학에서 근거중심의학이 발달하게 되면, 동물병원이나 일반회사에도 역학전공자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역학이 수의대 내에서 데이터 분석과 가장 가까운 과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는 어디서든 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로 가고 싶은지 국내에서 공부하고 싶은지를 먼저 정하시길 바랍니다. 최근에는 국내 수의대에도 훌륭한 역학전공 교수님들이 많이 임용됐기 때문에 어느 학교를 가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국내 수의대에 역학 교수들이 임용되면서, 커리큘럼을 짜고 교재도 만들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나라도 역학을 공부하기 더 좋은 여건이 조성될 겁니다.

해외의 경우, 영국왕립수의과대학교가 커리큘럼이 잘 갖춰져 있고 석사과정을 1년 반 안에 끝낼 수 있습니다. 미국의 UC Davis, 뉴질랜드의 매시대학교, 호주의 머독대학교도 유명합니다. 미국의 존스홉킨스는 사람에게 특화된 곳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포부가 있다면?

학생들에게 필요하고 재밌는 역학 강의를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현시대에 가장 중요한 데이터 기반의 분석 방법을 가르쳐서 기초 연구, 실험, 임상에서 경쟁력 있는 수의사가 되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또한, 수의사로서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갖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건강불평등, 사회 격차 같은 문제에도 관심을 갖는다면 수의사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신뢰받는 전문가 그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사람 중심 질병 시스템에서 약간 벗어나 동물을 대변하는 전문가가 되길 바랍니다. 현재 많은 부분에서 사람 중심적 연구가 수행되고 관리 전략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동물에서 사람으로 감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도 중요하지만, 그 반대인 역인수공통감염병도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사람 결핵이 소에도 많이 감염되어 있다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또한, 반려동물 보호자가 흡연을 하면 반려동물이 폐암에 걸리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결과도 있죠. 이렇듯 수의사로서 동물의 건강권을 대변하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많은 수의사 후배들이 이런 부분에 관심을 두고 연구나 임상을 한다면, 수의사의 앞날이 매우 밝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벨기에 국립 브뤼셀 자유대학 공간분석연구소 Marius Gillbert 교수(공간분석연구자로 동물질병에 관한 수많은 연구를 수행)와 공동연구 워크숍 때 사진

홍성난 기자 hong4988@naver.com

유대성 전남대 수의역학 교수 “현장 경험과 지식을 학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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