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예과·본과 규정 삭제..수의과대학 6년제 통합 운영 가능해진다
6년 범위 내에서 1+5, 통합 6년 등 다변화 허용..책임시수 규제도 사라지면 커리큘럼 유연성↑
예과2년, 본과4년의 학제 규정이 사라진다. 1+5나 통합 6년제 등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제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6월 29일 입법예고했다. 의대는 물론 수의대·치의대·한의대의 수업연한 운영을 학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수의대에서도 커리큘럼 개편에 유연성이 더해질 전망이다. 해부학 등 현행 본과 교과목의 수업시기는 앞당기고, 예과에만 집중됐던 교양과목도 후반부에 배치할 수 있다.
반면 학제 개편이 수의대 전공과목의 이론 수업만 늘어나게 만드는 쪽으로 귀결되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4년제→6년제 전환의 실패 사례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의 강의시간을 매주 9시간 이상으로 못박았던 ‘책임시수’ 규제도 사라진다. 수의과대학의 커리큘럼 개편과 교원 확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2+4 강제규정 없앤다
‘매주 9시간’ 교원 수업연한 원칙도 삭제
커리큘럼 개편 유연성, 교원 확충 기반될까
현행 고등교육법은 수의대·의대·치대·한의대의 수업연한을 6년으로 하되, 예과2년+본과4년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본과 과목을 듣기 전에 알아야 할 지식과 교양을 예과에서 배우고 올라오는 형태지만, 실질적으로는 ‘예과 때 놀고, 본과 때 공부한다’는 학업불균형으로 이어졌다.
이번 개정안은 예2+본4 규정을 삭제하고, 교육과정 운영을 학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각 대학의 자율에 맡긴 셈이다.
교육부는 “예2·본4로 경직적으로 규정되어 예·본과 교육과정 간 연계가 미흡하고, 본과 4년간의 교육과정이 과밀하게 실시된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6년 범위에서 대학이 유연하게 교육과정을 설계·운영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3+3이나 1+5, 통합 6년제 등 6년의 범위 내에서 각 대학이 자유롭게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교원의 수업연한에도 선택권을 부여한다. 교육뿐만 아니라 연구, 산학협력 등으로 교수의 역할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기존 시행령은 교수시간을 매주 9시간으로 원칙으로 하고,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다르게 정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이러한 원칙 조항을 삭제하고 학칙의 자율에 맡겼다.
의대와 달리 수의대에서는 통합 6년제로의 변화 논의가 활발하진 않았지만, 커리큘럼 개편에 구조적인 한계가 있었다.
임상실습교육을 늘리거나 새로운 전공선택과목을 도입하려고 해도 본과에 빈틈을 만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본과 과목을 배우는 시점을 앞당기자니 2+4 학제에 막힌다. 건국대 수의대가 해부 등 일부 교과목의 시작 시점을 예과 2학년 2학기로 앞당겼지만, 본1로 편입하는 학생들은 해당 교과를 배우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기존 본과 과목의 시간을 줄이자니 책임시수(수업연한)에 막힌다. 교수가 매주 9시간 이상을 가르쳐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보니, 학점(강의시간)을 줄이자는 제안에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수의대 커리큘럼 개편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남상섭 수의교육학회장은 “이번 개정이 학제 유연성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학생들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는 재량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가령 별다른 선수 교과목이 필요하지 않은 해부학은 더 일찍 가르칠 수 있고, 동물병원 경영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아예 경영대 수업도 들을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미 수의대 교과과정에 학점이 너무 많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본과 과정에는 이미 전공필수과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큰데다, 예과2년에 본과과목을 내리려고 해도 예과과정에 반드시 듣도록 강제된 학점도 많아 빈 공간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서울대 한호재 교수는 교육부가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준비하면서 진행한 ‘의대 학제개편 필요성 및 도입체계 연구’에 자문 역할로 참여했다. 의대만이 아니라 수의대를 포함한 다른 6년제 의학계열 대학에까지 규제 개선이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한호재 교수는 “학제 고정, 책임시수 규제를 없애고 대학에 자율권을 부여하면서 (교과과정 개선에) 큰 장애물을 제거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면서도 “대학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학제 개편은) 각 대학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시수 규제 철폐에 기대감을 전했다. 수의대에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려고 해도 책임시수 만큼의 수업 공간을 마련하기 어렵다 보니, 교원을 확충하는데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호재 교수는 “책임시수에 미달하는 교원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교수 증원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면서 책임시수 규제가 사라지면 더 다양한 교과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강의시간만 늘리면 소용없다’
묻지마식 변화는 경계해야
반면 시행령 개정과는 별개로 ‘준비되지 않은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단순히 본과 과목을 현재의 예과1~2학년으로 내려보내고, 그 공간을 또다른 이론 중심 교과목으로 채운다면 교육 개선 효과는 미비한 채 학생들만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수의대 교수는 “막연히 본과 수업을 더 많이 하면 좋을 것이라며 시간만 늘리면, 학생들만 강의실에 더 앉아있게 될 뿐”이라고 우려했다.
수의과대학에 6년제를 도입하며 1+3 체계였던 4년제를 2+4로 늘렸지만 별다른 개선 효과를 보지 못했던 만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학제 개편으로) 본과 교과과정에 여유가 생긴다 해도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면 이론 교육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수의대 교육과정의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해결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의료정책연구소는 2020년 ‘의사양성 학제 개편에 관한 연구’를 통해 통합 6년제 기본 모델을 제시했다.
교과과정을 통합연계형으로 구성하면서 학생의 발달수준에 맞춰 교육범위와 심도를 나선형으로 배치하고, 학생중심교육을 위해 전 학년에 선택과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조기환자노출, 전문직 정체성 형성, 장기통합임상실습 등을 통합 6년제를 통해 달성해야 할 목표로 제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기존 의대 교육 방식 그대로 통합 6년제로 전환하면 총 수업시수가 증가하고 학생들은 다른 분야에 관심을 두기 더 어려워진다”며 수업시수 축소, 관찰 위주에서 실질적 임상 경험 위주로의 실습 과정 개편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