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국 학생 모인 해양포유류 부검교육..사인 대부분은 질식사였다
한국·미국·호주 학생 모여 6일간 해양포유류·거북·상어 부검
2023 제주도 국제 해양포유류 부검교육이 7월 3일부터 8일까지 6일간 한국수산자원공단 제주본부에서 열렸다.
제주대 해양산업경찰학과와 서울대 수의대가 주관한 이번 교육은 수생동물의학에 관심있는 수의학도들이 야생 해양동물 부검에 대한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관련 연구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지난해 부검교육과 달리 올해는 해외 수의과대학 학생들도 참여했다. 국내 10개 수의대 소속 25명과 함께 미국에서 6명, 호주에서 1명이 부검교육에 참석했다.
교육은 서울대 수의대 수생생물의학교실의 이성빈·정원준·이영민·박다솔 수의사와 서울대 의대 김상화 수의사가 진행했다. 외국인 참가자들을 고려해 교육은 영어로 진행됐다.
첫날에는 이론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저녁에는 협재 해수욕장에서 야행성 수생동물을 관찰하며 친목을 다졌다.
뜰채를 이용해 복어, 새우, 소라게 등을 잡아 관찰한 후 다시 놓아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둘째날부터는 본격적인 부검이 시작됐다. 해양포유류인 상괭이 2마리, 남방상괭이 2마리, 남방큰돌고래 1마리, 참돌고래 1마리(총 6마리)를 부검했다.
이와 함께 바다거북 3마리, 상어 6마리에 대한 부검교육도 함께 진행됐다.
해양포유류 부검에는 Virtopsy를 활용했다. CT 등 영상의학적 데이터를 부검에 활용하는 비침습적·시각적 부검 기법이다. 폐사체를 해부하기 앞서 주요 병변 여부와 위치를 사전에 파악해 부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해양포유류 6마리의 부검 결과 5마리의 폐사 원인은 질식사였다. 혼획으로 인한 질식이 의심됐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4,545마리의 상괭이가 혼획으로 폐사했다.
푸른바다거북의 위장관 내에서는 플라스틱, 스티로폼 이물이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교육 5일차에는 한림읍 옹포리 해안가에서 정화 활동(플로깅)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당일 기상 악화로 취소돼 아쉬움을 남겼다.
교육 마지막 날에는 성산으로 이동해 아쿠아플라넷 제주를 방문했다.
수족관 관람과 더불어 아쿠아플라넷의 홍원희 수의사를 만나 관련 현황을 듣고, 아쿠아리움 수의사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하는 시간을 보냈다.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제주 인근 해역에서 아픈 개체를 구조해 치료한 후 바다로 방생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쿠아플라넷이 제주 바다에서 구조한 바다거북 2마리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6일간 이어진 교육에 대한 참가생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교육 종료 후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매우 만족’이 89.3%, ‘만족’이 11.7%를 기록해 전원이 만족스러움을 나타냈다.
교육에 참여한 강주호 학생(본3)은 “해양동물의 삶이 인간활동에 의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근거를 부검 중에 끊임없이 만날 수 있었다”며 “수의학이 야생동물과 생태계 보전에 기여할 수 있음을 크게 실감했다. 야생동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수의사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부검 교육을 기획한 이성빈 수의사는 “아시아권에서는 수의학도들이 다양한 해양동물을 직접 접할 수 있는 수의학적 교육 프로그램이 아직 많지 않다”면서 “올해 처음으로 국제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였기에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제주도 부검교육이 앞으로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대표적인 해양동물 수의학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성빈 수의사는 “해양포유류들은 육상 야생동물에 비해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중의 관심이 다소 부족한 실정이다. 관심이 많아질수록 해양포유류 연구, 폐사방지 대책 마련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박수정 기자 tnwjdpar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