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하면서부터 수의사들은 여러 번에 걸쳐 새로운 문을 두드립니다. 인턴으로 불리는 1년차 임상수의사뿐만 아니라 직장에 취직해도, 결혼을 해도, 이직을 해도 심지어 은퇴를 해도 1년차가 됩니다.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10기는 다양한 진로 앞에서 고민하는 수의대생, 새로운 생활에 직면하는 수의사들을 위해 [수(獣)타트 : OO은 처음이라]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수타트 프로젝트는 임상, 기업, 공직, 학계 등 여러 분야에서 1년차에 도전하고 있는 수의사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유학, 결혼, 입사, 개원, 창업, 은퇴 1년차인 수의사들의 이야기도 궁금한데요.
12번째 주인공인 ‘임상대학원 1년차’ 김윤혜 수의사를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강원대학교 수의내과학 교실에서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김윤혜입니다. 올해 초 수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하고, 지금 석사과정 6개월차로 강원대학교 동물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Q. 임상대학원을 진로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대학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예약 환자들인데요, 그래서 내 환자에만 집중하여 진료를 준비하고, 이에 대해 충분히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는 것이 대학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문진부터 시작해서 진단을 위한 검사, 치료까지의 과정이 모두 주치의의 몫이죠. 그렇기 때문에 책임이 따르기도 하지만 제대로 계획하여 진행된다면 큰 보람을 얻을 수 있고 공부도 많이 할 수 있어요
또한 결정할 사항이 생기면 교수님과 선배 선생님들의 절대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함께 상의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대학원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이고요.
본인 일처럼 도와 주시는 교수님과 선배님들 덕분에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졸업 후 곧바로 입학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본4 여름방학 때 한달 정도 학교 병원 내과에서 실습을 했었는데, 그 때 ‘내과’라는 분야에 대해 제대로 전문적인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졸업 후 인턴으로 취직하는 것에 대해선 아예 고려를 안 했던 것 같아요.
‘인턴보다 대학원 진학이 더 나은 것 같다’라고 생각했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내과가 재밌어서 대학원을 바로 가야 되겠다고 생각했죠.
Q. 내과만의 매력이 있다면
어떠한 질병이 있을 때 환자에게 나타나는 임상증상, 각종 검사 수치, 영상학적인 변화가 너무 신기했어요. 치료법도 다양한데, 각각의 치료법들을 환자에 맞게 적용해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막상 대학원에 들어와 일을 시작해보니 진단과 치료가 쉽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그것 나름대로 왜 그런지 고민하는 과정도 재미있고요. 생각할 게 많은 과인 것 같아요.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가는 과정이 참 흥미로워서, 이런 것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내과가 잘 맞지 않을까 싶네요.
Q. 대학원 생활은 어떤가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병원 근무시간에는 진료를 보죠.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와 처치를 하고 보호자와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주 업무입니다. 약 처방도 하고 정밀검사는 외부 업체에 의뢰하기도 하고요.
입원 환자가 있으면 선생님들과 돌아가며 당직을 서면서 밤새 처치를 하고 환자들을 돌봅니다.
퇴근 후에는 주로 당일 있던 진료를 마무리하고 다음 진료를 위한 공부를 하는 편이에요.
임상 학회가 있으면 참석하기도 합니다. 아직 1년차라서 평창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밖에 가보지 못했지만, 앞으로 있을 국내 학회나 해외에서 열리는 큰 학회도 참가해보고 싶습니다.
Q. 대학원 1년차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갓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 사촌동생의 강아지가 설사와 구토 증상이 지속되어 병원에 온 적이 있었어요.
다행히 단순한 장염이었기 때문에 수액과 항생제로 금방 치료됐는데요, ‘아 내가 진짜 수의사가 됐구나’ 몸소 실감하는 계기였어요. 제가 수의사가 되니까 가족들이 저에게 전적으로 강아지를 맡겨준 거잖아요.
그 후에 사촌동생의 사정으로 3주 정도 데리고 있던 적이 있었는데, 병원에 데려갈 때마다 다른 선생님들께서 너무 예뻐해 주셔서 기억에 남아요.
점심시간에 강아지랑 같이 산책도 하고, 퇴근 후에도 의국에 데려와 공부하는 게 대학원 생활의 소소한 행복이었어요. 지금은 아주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답니다.
Q. 임상대학원 진학을 위해 준비할 것이 있다면
대학원 진학을 희망한다면 준비는 빠를수록 좋은 것 같아요. 교수님과 면담도 해보는 것도 좋고요. 요즘 특정 과에 관련된 세미나가 많은데, 이를 찾아서 들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본인이 희망하는 과가 아니더라도 폭넓은 지식을 아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원한 보호자분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딱 한가지 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닐 때가 많아요. 노령견들이 다른 문제로 내원해도 슬개골이나 백내장 등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도 많고요.
그럴 때 기초 지식이 있으면 보호자와의 상담이 훨씬 수월하게 진행돼요. 다른 진료과로 인계하더라도 참고할 가이드 정도는 제시해주면 보호자분들의 만족도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다른 질환들도 결국은 내과 질환과 연관되어 있을 수 있으니, 학부 수업이나 국시 준비 할 때 폭넓은 공부를 해 두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정말 강한 멘탈이 필요해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대학원 생활 자체가 쉽지 않더라고요.
힘든 상황이 많을 건데, 그런 상황임에도 환자는 계속 병원에 오고 나는 환자를 봐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흔들리지 않는 마음, 요즘 유행하는 말인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건 비단 대학원뿐만이 아니라 많은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마음가짐일 것 같긴 한데(웃음), 어떠한 상황에 있더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흔들리지 않고 검사와 처치를 진행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네요.
Q. 1년 후와 10년 후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1년 후에는 지금의 대학원을 계속 다니며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것 같고요. 10년 후에는 대학원에서 배운 것을 밑거름으로 따뜻하고 세심한 내과전문의가 되고 싶습니다.
대학원에 와서 임상수의학이 인간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많이 고민했어요. 실제로 진료를 보다 보면 반려동물의 아픔이 곧 보호자의 아픔이 되더라고요.
아이가 많이 아플수록 보호자도 힘들어지고, 반대로 아이가 잘 관리되면 보호자께서도 진료실에 들어올 때 표정이 달라요. 엄청 행복해하시거든요. 이를 보면서 ‘동물만 치료하고 있는 게 아니구나’라고 느꼈어요.
저에게 있어 임상은 단순히 동물을 치료하는 것이 아닌 ‘인간 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동물의 건강과 행복’ 이라는 꿈이 담겨 있습니다.
아직은 일을 배우고 있는 단계이지만, 나중에 일에 더 능숙해지면 수의료봉사나 반려동물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사회에 이바지하고 싶어요.
Q. ‘1년차가 0년차에게’ 임상대학원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대학원은 단순히 공부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보호자와의 관계뿐 아니라 병원 선생님들과의 관계도 있잖아요. 대학원도 하나의 작은 사회이기 때문에, 대인관계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앞선 질문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어떤 상황이 생겨도 흔들리지 않고 잘 버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학부 졸업을 하면 학생시절은 끝나게 되니 동기, 선후배들과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내셨으면 합니다. 졸업을 하면 다들 직장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고, 휴무일이 다 다르니까 보고 싶어도 못 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학생일 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다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수정 기자 tnwjdpark@naver.com